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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박지원 - 공작관문고 자서(孔雀館文稿 自序)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공작관문고 자서(孔雀館文稿 自序)

건방진방랑자 2021. 11. 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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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집에서 이명은 못 듣더라도 코골이를 듣거든 알려주시오

공작관문고 자서(孔雀館文稿 自序)

 

박지원(朴趾源)

 

 

글이란 뜻만 전달하면 그뿐

文以寫意則止而已矣. 彼臨題操毫, 忽思古語, 强覓經旨, 假意謹嚴. 逐字矜莊者, 譬如招工寫眞, 更容貌而前也. 目視不轉, 衣紋如拭, 失其常度, 雖良畵史, 難得其眞. 爲文者亦何異於是哉?

 

글의 소재가 진실하기만 하다면 버릴 게 없다

語不必大, 道分毫釐, 所可道也, 瓦礫何棄? 檮杌惡獸, 楚史取名, 椎埋劇盜, 是叙, 爲文者惟其眞而已矣.

 

나만 알고 너는 모르는이명(耳鳴)

以是觀之, 得失在我, 毁譽在人, 譬如耳鳴而鼻鼾. 小兒嬉庭. 其耳忽鳴. 啞然而喜, 潛謂鄰兒曰: “爾聽此聲, 我耳其嚶, 奏鞸吹笙, 其團如星.” 鄰兒傾耳相接, 竟無所聽, 閔然叫號, 恨人之不知也.

 

너만 알고 나는 모르는코골이

甞與鄕人宿, 鼾息磊磊, 如哇如嘯, 如嘆如噓, 如吹火, 如鼎之沸, 如空車之頓轍. 引者鋸吼, 噴者豕豞, 被人提醒, 勃然而怒曰: “我無是矣.”

 

문집을 보다가 단점이 보이거든 알려주시오

嗟乎己所獨知者, 常患人之不知, 己所未悟者, 惡人先覺, 豈獨鼻耳有是病哉? 文章亦有甚焉耳, 耳鳴病也, 閔人之不知, 况其不病者乎? 鼻鼾非病也, 怒人之提醒, 况其病者乎? 故覽斯卷者, 不棄瓦礫, 則畵史之渲墨, 可得劇盜之突髩. 毋聽耳鳴醒我鼻鼾 則庶乎作者之意也. -燕巖集卷之三

 

 

 

 

 

 

해석

 

글이란 뜻만 전달하면 그뿐

 

文以寫意則止而已矣.

글이란 뜻을 표현했으면 그만일 뿐이다.

 

彼臨題操毫, 忽思古語,

제목에 맞닥뜨려 붓을 잡고서 문득 옛말을 생각하고

 

强覓經旨, 假意謹嚴.

억지로 경전의 뜻을 찾으니, 거짓된 뜻이 삼가 근엄하기만 하다.

 

逐字矜莊者,

글자를 쫓아 엄숙하고 장엄해지는 것은

 

譬如招工寫眞, 更容貌而前也.

비유하면 화공을 불러 진영(眞影)을 그리게 하되 용모를 고쳐 화공 앞에 있는 것과 같다.

 

目視不轉, 衣紋如拭, 失其常度,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고 옷매무새는 가다듬어져 있고 평소의 태도를 잃었으니,

 

雖良畵史, 難得其眞.

비록 좋은 화공이더라도 참됨을 얻기가 어렵다.

 

爲文者亦何異於是哉?

글을 짓는 이들이 또한 이와 다르겠는가?

 

 

 

글의 소재가 진실하기만 하다면 버릴 게 없다

 

語不必大, 道分毫釐,

말이란 반드시 거창할 게 없고 도란 터럭의 미세한 차이에서 나누어지니,

 

所可道也, 瓦礫何棄?

도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와와 자갈을 왜 버리겠는가?

 

檮杌惡獸, 楚史取名,

그렇기 때문에 도올은 사악한 짐승인데도 초사에서 편명으로 취했고,

 

椎埋劇盜,

쇠몽둥이질을 해서 묻어버리는 극악한 도둑 이야기는,

 

是叙, 爲文者惟其眞而已矣.

사마천과 반고가 서술했으니, 글을 짓는 사람은 오직 진실함에 둘 뿐이다.

 

 

 

나만 알고 너는 모르는이명(耳鳴)

 

以是觀之, 得失在我,

이것을 종합하여 보면 얻고 잃음은 나에게 달려 있고,

 

毁譽在人, 譬如耳鳴而鼻鼾.

헐뜯음과 기림은 남에게 달려 있으니 비유하자면 이명과 코골이와 같다.

 

小兒嬉庭. 其耳忽鳴.

어린아이가 마당에서 놀다가 귀가 갑자기 우는 것이다.

 

啞然而喜, 潛謂鄰兒曰:

놀라 소리 지르며 기뻐하여 은밀하게 옆에 있던 아이에게 말했다.

 

爾聽此聲, 我耳其嚶,

너 이 소리 들리지. 내 귀가 앵앵거리는데

 

奏鞸吹笙, 其團如星.”

피리 연주하듯 생황 불듯 그 원만하기가 별 같아.”

 

鄰兒傾耳相接, 竟無所聽,

옆에 있던 아이가 귀 기울여 귀가 서로 맞닿았지만 마침내 들리질 않자,

 

閔然叫號, 恨人之不知也.

꺼이꺼이 울부짖으며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속상해했다.

 

 

 

너만 알고 나는 모르는코골이

 

甞與鄕人宿, 鼾息磊磊,

일찍이 고향사람과 잠을 자는데 코골기를 드르렁 드르렁대니,

 

如哇如嘯, 如嘆如噓,

옹알이하듯, 휘파람 불 듯, 탄식하듯, 한숨 쉬듯,

 

如吹火, 如鼎之沸,

불을 때듯, 가마솥을 끓이는 듯,

 

如空車之頓轍.

빈 수레가 갑자기 노선을 바꾼 듯했다.

 

引者鋸吼, 噴者豕豞,

들숨일 땐 톱을 켜는 소리이고, 날숨일 땐 돼지 멱따는 소리이니,

 

被人提醒, 勃然而怒曰:

옆에서 자던 사람이 흔들어 깨우자 발끈하며

 

我無是矣.”

나는 코골지 않네.”라고 화를 낸다.

 

 

 

문집을 보다가 단점이 보이거든 알려주시오

 

嗟乎己所獨知者, 常患人之不知,

! 내가 혼자 아는 것은 항상 남이 알아주지 않는 게 근심거리가 되고

 

己所未悟者, 惡人先覺,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남이 먼저 깨닫는 걸 싫어하니,

 

豈獨鼻耳有是病哉?

어찌 유독 코와 귀에만 이런 병이 있겠는가?

 

文章亦有甚焉耳.

문장 또한 이보다 심할 뿐이다.

 

耳鳴病也, 閔人之不知,

이명은 병인데도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니,

 

况其不病者乎?

하물며 병이 아닌 것에 있어서랴?

 

鼻鼾非病也, 怒人之提醒,

코골이는 병이 아닌데도, 사람이 흔들어 깨움에 화를 내니

 

况其病者乎?

하물며 병에 있어서랴?

 

故覽斯卷者, 不棄瓦礫,

그렇기 때문에 이 문집을 보는 사람들이 기와와 자갈과 같이 자잘하다고 버리지 않는다면

 

則畵史之渲墨, 可得劇盜之突髩.

화공의 수묵화에서 극악한 도둑의 튀어나온 귀밑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毋聽耳鳴醒我鼻鼾

그러니 이명은 듣지 못하더라도 나의 코골이를 깨우쳐준다면

 

則庶乎作者之意也. -燕巖集 卷之三

거의 지은 이의 생각에 가까우리라.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022

한시미학산책

웃음과 유머의 유쾌한 시공간

1. 글의 생명은 진정성의 여부에 달렸다

2. 이 작품집에 나는 모르고 그대들만 아는 코골이는 알려주시라

3.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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