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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보 - 제묵와시권후(題默窩詩卷後)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이천보 - 제묵와시권후(題默窩詩卷後)

건방진방랑자 2021. 7. 1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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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도(黙道)와 진언(眞言)과 진시(眞詩)

제묵와시권후(題默窩詩卷後)

 

이천보(李天輔)

 

 

어딜 가든 시를 써재끼는데 웬 침묵?

海平尹汝精, 病世之人, 以言而取敗, 自號默窩.

或者有問於余曰: “詩者, 性情之發而爲言者也. 汝精好爲詩, 殆將廢百事而爲之. 凡其飮食夢寐, 無往而非詩也, 無往而非詩者, 卽無往而非言也. 然則天下之多言者, 無過於汝精, 而今乃自托於默, 其孰信之?”

 

침묵 같은 말, 침묵 같은 시

余曰: “子不聞深谷之有聲乎? 其聲也不自爲聲, 而必待乎物. 故曰: ‘聲之出於谷非也; : ‘聲之不出於谷又非也, 惟其無意於聲, 而聲自聞也.

古之至人, 何嘗無言乎哉. 言而無意於言, 是以其言高如升天, 而人不敢疑其高; 深如入地, 而人不敢疑其深, 是皆默之道, 汝精之所願學者也.

竊觀汝精之爲詩, 緣境而生情, 緣情而成言, 亦惟曰: ‘無意於詩而已.’ 夫無意於言, 而言出者, 天下之眞言也; 無意於詩, 而詩作者, 天下之眞詩也. 汝精之言旣無害於默, 則况其詩乎?”

汝精嘗以窩記, 見屬於余, 而未暇作也. 今讀其詩, 不可終默, 遂書其卷. 晉菴集卷之七

 

 

 

 

 

 

해석

 

어딜 가든 시를 써재끼는데 웬 침묵?

 

海平尹汝精, 病世之人,

해평 윤여정은 세상 사람들이

 

以言而取敗, 自號默窩.

말로써 패배를 취하는 걸 미워하면서 묵와(默窩, 침묵의 집)’라 자호했다.

 

或者有問於余曰: “詩者, 性情之發而爲言者也.

혹자가 나에게 물었다. “시란 성정이 발현되어 말이 된 것이네.

 

汝精好爲詩, 殆將廢百事而爲之.

여정은 시 짓기를 좋아해 거의 온갖 일을 그만두고 그걸 지으려 하네.

 

凡其飮食夢寐, 無往而非詩也,

무릇 식사하고 잠잘 때에도 가는 곳마다 시를 지어대니

 

無往而非詩者, 卽無往而非言也.

가는 곳마다 시를 짓는다는 것은 곧 가는 곳마다 말을 한다는 것이지.

 

然則天下之多言者, 無過於汝精,

그러나 천하에 많이 말하는 사람이라도 여정을 넘어설 수 없는데

 

而今乃自托於默, 其孰信之?”

이제 스스로 침묵에 의탁했으니 누가 그걸 믿을꼬?”

 

 

 

침묵 같은 말, 침묵 같은 시

 

余曰: “子不聞深谷之有聲乎?

내가 말했다. “자네는 깊은 골짜기에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

 

其聲也不自爲聲, 而必待乎物.

그 소리는 스스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반드시 사물을 기다려야 하지.

 

故曰: ‘聲之出於谷非也;

그러므로 소리가 골짜기에서 난다라고 말해도 잘못된 것이고

 

: ‘聲之不出於谷又非也,

소리가 골짜기에서 나지 않는다라고 말해도 잘못된 것이니

 

惟其無意於聲, 而聲自聞也.

오직 소리에 의도함이 없는데도 소리는 절로 나는 것이지.

 

古之至人, 何嘗無言乎哉.

옛적에 지극한 사람지인(至人): 도덕이 지극한 경지에 이른 성인(聖人)을 말한다. 도가(道家)에서는 영극(靈極)에 도달하여 진여(眞如)를 잃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지인은 자기를 내세우지 아니하고,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공을 내세우지 아니하며, 성인은 이름을 얻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라고 하여 지인, 신인, 성인을 구분한 말에서 유래하였다.이 어찌 일찍이 말이 없었겠는가?

 

言而無意於言,

말을 하되 말에 의도함이 없던 까닭에

 

是以其言高如升天, 而人不敢疑其高;

말의 고상하기가 하늘에 오르는 것 같아 사람들이 감히 고상함을 의심하지 않았고

 

深如入地, 而人不敢疑其深,

심오하기가 땅에 들어간 것 같아 사람들이 감히 심오함을 의심하지 않았으니

 

是皆默之道, 汝精之所願學者也.

이것이 모두 침묵의 방법으로 여정이 배우길 원하는 것이라네.

 

竊觀汝精之爲詩, 緣境而生情,

몰래 여정이 시를 짓는 것을 보니 있는 곳에 따라 감정을 내고

 

緣情而成言, 亦惟曰: ‘無意於詩而已.’

감정을 따라 말을 엮으면서 또한 오직 시에 의도함이 없었을 따름이네.’라고 말하니

 

夫無意於言, 而言出者, 天下之眞言也;

대체로 말에 의도치 않음에도 말이 나오는 것이 천하의 참된 말이고

 

無意於詩, 而詩作者, 天下之眞詩也.

시에 의도함이 없음에도 시가 지어지는 것이 천하의 참된 시이지.

 

汝精之言旣無害於默, 則况其詩乎?”

여정의 말이 이미 침묵에 방해되지 않는데 하물며 시는 더 말할 게 있으랴

 

汝精嘗以窩記, 見屬於余,

여정은 묵와기(默窩記)’를 나에게 부탁했지만

 

而未暇作也.

지을 겨를이 없었다.

 

今讀其詩, 不可終默,

이제 그 시를 읽고서 끝내 침묵할 수 없어

 

遂書其卷. 晉菴集卷之七

마침내 책에 쓴다.

 

 

인용

自知菴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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