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 말똥구리 같은 시 모음집에 써준 서문
낭환집서(蜋丸集序)
박지원(朴趾源)
비단옷 입은 봉사와 비단옷 입고 밤에 거니는 사람
子務ㆍ子惠出遊, 見瞽者衣錦. 子惠喟然歎曰: “嗟乎! 有諸己而莫之見也.” 子務曰: “夫何與衣繡而夜行者?” 遂相與辨之於聽虗先生. 先生搖手曰: “吾不知吾不知.”
이는 옷에서 생겨나나? 살에서 생겨나나?
昔黃政丞自公而歸. 其女迎謂曰: “大人知蝨乎? 蝨奚生? 生於衣歟?” 曰: “然,” 女笑曰: “我固勝矣.” 婦請曰: “蝨生於肌歟?” 曰: “是也” 婦笑曰: “舅氏是我.” 夫人怒曰: “孰謂大監智, 訟而兩是.” 政丞莞爾而笑曰: “女與婦來. 夫蝨非肌不化, 非衣不傅, 故兩言皆是也. 雖然, 衣在籠中, 亦有蝨焉; 使汝裸裎, 猶將癢焉, 汗氣蒸蒸, 糊氣蟲蟲, 不離不襯衣膚之間.”
짝짝이 신발을 신었음을 알 수 있으려면
林白湖將乘馬, 僕夫進曰: “夫子醉矣. 隻履鞾鞋.” 白湖叱曰: “由道而右者, 謂我履鞾; 由道而左者, 謂我履鞋, 我何病哉?”
진정 바른 견해를 터득하는 방법
由是論之, 天下之易見者莫如足, 而所見者不同, 則鞾鞋難辨矣. 故眞正之見, 固在於是非之中. 如汗之化蝨 至微而難審, 衣膚之間, 自有其空, 不離不襯, 不右不左, 孰得其中? 蜣蜋自愛滾丸, 不羡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笑彼蜋丸.
자패야, 정령위 같이 양웅 같이 태연하라
子珮聞而喜之曰: “是可以名吾詩,” 遂名其集曰‘蜋丸’ 屬余序之. 余謂子珮曰: 昔丁令威化鶴而歸, 人無知者, 斯豈非衣繡而夜行乎? 『太玄』大行, 而子雲不見, 斯豈非瞽者之衣錦乎? 覽斯集, 一以爲龍珠, 則見子之鞋矣; 一以爲蜋丸, 則見子之鞾矣. 人不知猶爲令威之羽毛, 不自見猶爲子雲之『太玄』. 珠ㆍ丸之辨, 唯聽虛先生在, 吾何云乎? -『燕巖集』 卷之七
해석
비단옷 입은 봉사와 비단옷 입고 밤에 거니는 사람
子務ㆍ子惠出遊,
자무와 자혜가 나가서 놀 적에
見瞽者衣錦.
봉사가 비단옷을 입은 것을 보았다.
子惠喟然歎曰: “嗟乎! 有諸己而莫之見也.”
자혜가 한숨을 쉬고 탄식하며 “아! 자기에게 있으면서도 보질 못하구나.”라고 말했다.
子務曰: “夫何與衣繡而夜行者?”
그러자 자무는 “비단옷을 입고 밤에 다니는 사람과 무엇이 나은가?”라고 말했다.
遂相與辨之於聽虗先生.
마침내 서로 변론하려 청허선생에게 갔다.
先生搖手曰: “吾不知吾不知.”
선생이 손을 흔들며 “나는 모르네, 나는 모르네.”라고 말했다.
이는 옷에서 생겨나나? 살에서 생겨나나?
昔黃政丞自公而歸.
옛적에 황희 정승이 공무(公務)를 하고서 귀가했다.
其女迎謂曰: “大人知蝨乎?
딸이 맞이하며 말했다, “대인은 이를 아시는지요?
蝨奚生? 生於衣歟?”
어디에서 이가 생겨나나요? 옷에서 태어나나요?”
曰: “然,” 女笑曰: “我固勝矣.”
황희는 “그러하다”고 대답했고, 딸은 “내가 이겼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婦請曰: “蝨生於肌歟?”
그러자 며느리가 청하며 “이는 살에서 생겨나는지요?”라고 말하니,
曰: “是也”
황희는 “맞다”고 대답했고,
婦笑曰: “舅氏是我.”
며느리는 “시아버지께서 나를 옳다고 하셔요.”라고 말했다.
夫人怒曰:
이런 상황을 보던 아내가 화를 내며 말했다.
“孰謂大監智, 訟而兩是.”
“누가 대감이 지혜롭다고 말하던 가요? 송사하는데 양쪽 다 옳다고 하는 걸요.”
政丞莞爾而笑曰:
정승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女與婦來. 夫蝨非肌不化,
“딸과 며느리는 와봐라. 이는 살이 아니면 변화되지 못하고
非衣不傅, 故兩言皆是也.
옷이 아니면 붙어있질 못하기 때문에 두 말이 다 옳은 것이지.
雖然, 衣在籠中, 亦有蝨焉;
비록 그렇다 해도 옷이 장롱 속에 있어도 또한 이가 있고,
使汝裸裎, 猶將癢焉,
니가 옷을 훌러덩 벗고 나체로 있어도 오히려 가려울 테지,
汗氣蒸蒸, 糊氣蟲蟲,
땀의 기운이 모락모락하고 끈적한 기운이 스멀스멀하여
不離不襯衣膚之間.”
떨어지지도 않고 붙지도 않은 옷과 살의 사이에서 이는 태어난단다.”
짝짝이 신발을 신었음을 알 수 있으려면
林白湖將乘馬, 僕夫進曰:
백호 임제가 장차 말을 타려 하자 종이 나아와 말했다.
“夫子醉矣. 隻履鞾鞋.”
“부자께선 취하셨습니다. 한 짝씩 가죽신과 짚신을 신었습니다.”
白湖叱曰:
그러자 백호가 꾸짖으며 말했다.
“由道而右者, 謂我履鞾;
“도로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나에게 ‘가죽신을 신었군요’라고 말할 것이고,
由道而左者, 謂我履鞋,
도로의 왼쪽에 있는 사람은 나에게 ‘짚신을 신었군요.’라고 말할 텐데,
我何病哉?”
내가 무얼 근심하랴?”
진정 바른 견해를 터득하는 방법
由是論之, 天下之易見者莫如足,
이것들을 종합하여 얘기하자면 천하에 쉽게 보게 되는 것으로 발만 한 게 없고,
而所見者不同, 則鞾鞋難辨矣.
보이는 게 같지 않아지면 가죽신과 짚신을 구별하기 어렵다.
故眞正之見, 固在於是非之中.
그렇기 때문에 진정 바른 견해는 진실로 시비의 한 가운데 있다.
如汗之化蝨 至微而難審,
땀이 이로 변하는 것은 은미함이 지극하고 살피기 어려운 것으로
衣膚之間, 自有其空,
옷과 살 사이에 스스로 공간이 있어
不離不襯, 不右不左,
떨어지지도 않고 붙지도 않으며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곳과 같으니,
孰得其中?
누가 가운데를 얻으리오?
蜣蜋自愛滾丸, 不羡驪龍之珠; 驪龍亦不以其珠, 笑彼蜋丸.
蜣蜋自愛滾丸 | 말똥구리는 스스로 말똥을 아껴서 |
不羡驪龍之珠 | 여룡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고 |
驪龍亦不以其珠 | 여룡 또한 여의주로 |
笑彼蜋丸 | 저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 |
자패야, 정령위 같이 양웅 같이 태연하라
子珮聞而喜之曰: “是可以名吾詩,”
자패가 듣고 기뻐하며 “이것이야말로 나의 시집에 이름 삼을 만합니다.”라고 하고서
遂名其集曰‘蜋丸’ 屬余序之.
마침내 시집을 「낭환집」이라 이름 지었고, 나에게 서문을 부탁했다.
余謂子珮曰: 昔丁令威化鶴而歸, 人無知者,
내가 자패【자패(子珮): 유득공의 숙부인 유연(柳璉, 1741~1788)을 말한다. 연옥(蓮玉)은 그의 자다. 유연의 다른 자는 탄소(彈素)이고, 호는 기하(幾何)이며, 1777년에 유금(柳琴)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기하’라는 호는 기하학에 밝다고 해서 스스로 붙인 것이다. 서얼 출신으로, 유득공의 숙부다. 이덕무ㆍ유득공ㆍ박제가ㆍ이서구 네 사람의 시를 가려 뽑아 『한객건연집(韓客巾衍集)』이라는 시집을 엮어 중국에 소개하였다. 전각에도 조예가 있었다】에게 말했다. “옛적에 정령위는 학으로 변하여 돌아왔는데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으니
斯豈非衣繡而夜行乎?
이것이 어찌 수놓은 옷을 입고 밤에 다니는 것이 아니겠는가?
『太玄』大行, 而子雲不見,
『태현경』이 크게 유행했지만 저자인 양자운은 유행하는 걸 보지 못했으니,
斯豈非瞽者之衣錦乎?
이것이 어찌 봉사가 비단옷을 입은 것이 아니겠는가?
覽斯集, 一以爲龍珠, 則見子之鞋矣;
이 시집을 보고 한 편에서 용의 여의주라 생각한다면 자네의 짚신을 본 것이고,
一以爲蜋丸, 則見子之鞾矣.
다른 한 편에서 말똥구리의 구슬로 생각한다면 자네의 가죽신을 본 것이다.
人不知猶爲令威之羽毛,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음은 오히려 정령위의 깃털이 된 것이고,
不自見猶爲子雲之『太玄』.
스스로 보지 못함은 오히려 자운이 『태현경』을 지음이 된 것이다.
珠ㆍ丸之辨, 唯聽虛先生在,
여의주와 말똥의 분별은 오직 청허선생에게 있으니,
吾何云乎? -『燕巖集』 卷之七
내가 어찌 말하랴?
인용
2. 이가 사는 곳
3. 짝짝이 신발
5. 중간에 처하겠다
6.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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