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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관재기(觀齋記)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박지원 - 관재기(觀齋記)

건방진방랑자 2021. 11. 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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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에 매이지 말고 명()과 리()로 세상을 대하라

관재기(觀齋記)

박지원(朴趾源)

 

 

불타는 향에 자신을 이입한 동자

歲乙酉秋, 余溯自八潭, 入摩訶衍, 訪緇俊大師. 師指連坎中, 目視鼻端.

有小童子, 撥爐點香, 團如綰鬉, 鬱如蒸芝, 不扶而直, 無風自波, 蹲蹲婀娜, 如將不勝.

童子忽妙悟發, 笑曰: “功德旣滿, 動轉歸風. 成我浮圖, 一粒起虹.”

師展眼曰: “小子汝聞其香, 我觀其灰; 汝喜其烟, 我觀其空. 動靜旣寂, 功德何施?”

 

공에 집중하길 권하다

童子曰: “敢問何謂也?”

師曰: “汝試嗅其灰, 誰復聞者? 汝觀其空, 誰復有者?”

 

마음속에 두지 말고 기운이 막히지 않도록 하라

童子涕泣漣如, : “昔者夫子摩我頂, 律我五戒, 施我法名. 今夫子言之, 名則非我, 我則是空, 空則無形, 名將焉施? 請還其名.”

師曰: “汝順受而遣之. 我觀世六十年, 物無留者, 滔滔皆往. 日月其逝, 不停其輪. 明日之日, 非今日也. 故迎者, 挽者勉也. 遣者順也, 汝無心留, 汝無氣滯. 順之以命, 命以觀我, 遣之以理, 理以觀物. 流水在指, 白雲起矣.”

 

백오의 관재기에 준대사의 설법을 담다

余時支頤, 旁坐聽之, 固茫然也. 伯五名其軒曰: 觀齋. 屬余序之. 伯五豈有聞乎俊師之說者耶. 遂書其言, 以爲之記. -燕巖集卷之七

 

 

 

 

 

 

해석

 

불타는 향에 자신을 이입한 동자

 

歲乙酉秋, 余溯自八潭,

을유(1765)년 가을에 나는 금강산의 팔담팔담(八潭): 금강산 막폭동에 있는 흑룡담(黑龍潭)ㆍ비파담(琵琶潭)ㆍ벽파담(碧波潭)ㆍ분설담(噴雪潭)ㆍ진주담(眞珠潭)ㆍ구담(龜潭)ㆍ선담(船潭)ㆍ화룡담(火龍潭), 이 여덟 개 못을 말한다. 이곳의 물이 내려와 구룡폭포(九龍瀑布)와 비룡폭포(飛龍瀑布)를 이룬다. -연암을 읽는다, 304으로부터 거슬러

 

入摩訶衍, 訪緇俊大師.

마하연마하연(摩訶衍): 금강산에 있는 절 이름이다. 마하연(Mahāyāna)은 본래 대승(大乘)’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다. 661(신라 문무왕 1)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1831(순조 31) 고쳐 지었으나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 팔담 중 제일 위에 있는 화룡담에서 계곡을 따라 더 올라가면 마하연 터(해발 846미터)가 있다. 금강산의 중심부로서 이곳을 경유해야만 주위의 다른 사찰로 갈 수 있는, 내금강의 요지(要地). -연암을 읽는다, 304~305에 들어가 치준대사준대사(俊大師): 당시 금강산의 마하연에 거주하던 승려다. 연암은 이 글 말고 금학동 별장에서의 조촐한 모임[琴鶴洞別墅小集記]이라는 글에서도 준대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선승은 연암에게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연암을 읽는다, 305를 방문했다.

 

師指連坎中, 目視鼻端.

대사는 손가락으로 감중련(坎中連)지연감중(指連坎中): 참선하는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감괘주역의 괘() 이름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한 감괘 모양이란 엄지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끝을 둥글게 맞닿게 한 모양을 가리킨다. 흔히 참선할 때 손가락을 이런 모양으로 한다. ‘결인은 손가락을 이용하여 부처의 덕이나 깨달음을 여러 모양으로 나타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연암을 읽는다, 305을 하고 눈으로 코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有小童子, 撥爐點香,

한 동자가 화로를 파고서 향을 피우니

 

團如綰鬉, 鬱如蒸芝,

연기의 둥글기가 갈기를 묶은 듯하고 꽉찬 것이 찐 지초 같았으며

 

不扶而直, 無風自波,

부축해주지 않아도 곧게 올라 바람이 없는데도 절로 일렁이며

 

蹲蹲婀娜, 如將不勝.

빽빽하고 아리따워 장차 다함이 없는 것 같았다.

 

童子忽妙悟發, 笑曰: “功德旣滿, 動轉歸風. 成我浮圖, 一粒起虹.”

동자가 갑자기 오묘한 깨우침을 얻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功德旣滿 動轉歸風

공덕이 이미 가득하면 움직여 바뀌어 바람으로 돌아가고

成我浮圖 一粒起虹

나의 사리가 이루어지면 한 알갱이는 무지개로 일어나리.

 

師展眼曰: “小子汝聞其香, 我觀其灰;

대사가 눈을 돌리며 말했다. “어린 것아, 너는 향기를 맡았지만 나는 재를 보았으며

 

汝喜其烟, 我觀其空.

너는 연기를 기뻐하지만 나는 공()을 보았다.

 

動靜旣寂, 功德何施?”

움직임과 고요함동정(動靜) : 이본(異本)에는 동전(動轉)’으로 되어 있다이 이미 적막한데 공덕을 어디에 베풀꼬?”

 

 

 

공에 집중하길 권하다

 

童子曰: “敢問何謂也?”

동자가 감히 어떤 말씀인지 묻겠습니다.”라고 말했다.

 

師曰: “汝試嗅其灰, 誰復聞者?

대사가 말했다. “너는 시험삼아 재를 맡아보아라. 무엇이 다시 맡아지는가?

 

汝觀其空, 誰復有者?”

너는 공()을 보아라 무엇이 다시 있는가?”

 

 

 

마음속에 두지 말고 기운이 막히지 않도록 하라

 

童子涕泣漣如, :

동자의 눈물이 끊이지 않으며 말했다.

 

昔者夫子摩我頂,

옛날에 스님께선 저의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律我五戒, 施我法名.

저에게 오계계사(戒師)가 수행자의 정수리를 쓰다듬고 나서 계()를 내려 주는 것을 말한다. 오계(五戒)란 살생ㆍ도적질ㆍ간음ㆍ망언ㆍ술을 금하는 계율이다를 알려주셨고 저의 법명을 지어주셨습니다.

 

今夫子言之, 名則非我, 我則是空,

이제 스님께선 그걸 법명은 내 자신이 아니고, 나는 곧 ()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空則無形, 名將焉施?

비어 있다는 것은 형체가 없는 것이니, 법명은 장차 어찌하여 지어주셨습니까?

 

請還其名.”

청컨대 법명을 돌려드리겠습니다.”

 

師曰: “汝順受而遣之.

대사가 말했다. “너는 순순히 받아들이고 보내라.

 

我觀世六十年,

나는 세상을 본지 60년인데

 

物無留者, 滔滔皆往.

사물이란 남지 않고 도도하게 모두 가버렸다.

 

日月其逝, 不停其輪.

세월이 흘러가 시대의 변화는 멈추질 않고

 

明日之日, 非今日也.

내일의 해는 오늘의 해가 아니니라.

 

故迎者, 挽者勉也.

그러므로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거스르는 것거스를 ()’ 자에 ()’ 자와 같이 맞이한다는 뜻이 있음을 이용한 궤변이다. 단 여기서 ()’ 자는 예측한다는 뜻이다. 한편 ()’ 자에도 미리’, ‘사전에라는 뜻이 있다이고 붙잡는다는 것 자체가 애쓰는 것이본에는 ()’()’, ‘()’()’으로 되어 있다이다.

 

遣者順也, 汝無心留,

보낸다는 것이본에는 ()’()’으로 되어 있다자체가 순응한다는 것이니 네 마음에 남겨두지 말고

 

汝無氣滯.

너는 기가 막히지 않도록 하라.

 

順之以命, 命以觀我,

운명으로 순응하고 나를 보길 운명으로 여기며

 

遣之以理, 理以觀物.

이치로 보내고 사물 보길 이치대로 한다면

 

流水在指, 白雲起矣.”

흐르는 물은 손가락에 있을 것이고 흰 구름이 일어날 것이다.”

 

 

 

백오의 관재기에 준대사의 설법을 담다

 

余時支頤, 旁坐聽之,

나는 이때 턱을 괴고 곁에 앉아 들으니

 

固茫然也.

진실로 까마득한 기분이었다.

 

伯五名其軒曰: 觀齋. 屬余序之.

백오 서상수(徐常修)백오(伯五): 서상수(徐常修, 1735~1793)의 자(). 또 다른 자는 여오(汝五). 호는 관재(觀齋) 혹은 기공(旂公)이고, 본관은 달성이다. 서출로, 1774년 생원시에 급제하여 종8품 벼슬인 광흥창(廣興倉) 봉사(奉事)를 지냈다. 연암 일파의 한 사람으로, 박지원을 비롯해 이덕무ㆍ박제가ㆍ유득공 등과 친밀하게 지냈다. 시ㆍ서ㆍ화에 모두 조예가 있었으며, 특히 음률에 밝아 그의 퉁소 연주는 국수(國手)의 수준이었다고 전한다. 서화ㆍ골동에 대한 감식안이 높아 당대에 그 방면의 제1인자로 꼽혔다. 박지원은 붓 빠는 그릇 이야기[筆洗說]라는 글에서 서상수가 우리나라 서화ㆍ골동의 감상을 하나의 학문 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연암을 읽는다, 315~316집을 관재(觀齋)’관재(觀齋): 이본에는 관물(觀物)’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글의 제목도 관물헌기(觀物軒記)’로 되어 있다. 백탑白塔(지금의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 안에 있는 원각사 탑) 북쪽에 있던 서상수의 집 당호堂號. 서상수는 그후(1770) 대사동大寺洞(지금의 종로구 인사동 일대) 어귀에 있던 이덕무의 집 근처로 이사하였다. 이덕무는 1766년 이리로 이사하였으며, 1769년 자신의 서재를 청장서옥(靑莊書屋)이라 이름하였다. 연암을 읽는다, 316라 이름 짓고서는 나에게 기문을 지어주길 부탁했다.

 

伯五豈有聞乎俊師之說者耶.

저 백오는 아마도 준대사의 말을 들은 적이 있으리라.

 

遂書其言, 以爲之記. -燕巖集 卷之七

마침내 준대사의 말을 써서 기문을 짓는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 사라지는 연기

2. 향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히다

3. 분명히 있지만 없는 것

4. 무엇을 보려는가

5.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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