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써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나간 과거는 애써 기억하지 않으면 묻히고 만다. 더욱이 나와 상관없는 역사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기억의 속성은 망각이다
생각의 속성이 고집이라면, 기억의 속성은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는 이상) 망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위안부’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기보다 ‘언젠가 그런 일이 있었다’고 어렴풋이 아는 이야기였을 뿐이다. 그런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 특별게스트 '거노'와 영화팀은 역사의 현장으로 향한다.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서울에서 살게 되면서 장밋빛 전망을 꿈꾸었다. 여기서 장밋빛 전망이란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 아니라, 수도 서울에 살게 되면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것이다.
야간에 한강변 달리기, 유명인사의 강연 듣기, 전시회 등 대부분의 문화행사는 서울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주에 살 땐 참석하고 싶은 행사가 있어도 여건상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참석하려 할 땐 대단한 마음을 먹어야만 했다. 그건 전주와 서울의 시간적인 거리감(버스로 2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보다 공간적인 거리감이 더욱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언제든 내가 원하는 전시장도 가고 연극도 보며, 문화 활동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늘 꿈만 꾸던 일을 드디어 현실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러 계획 속에 ‘수요 집회’는 들어 있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이 삶의 나침반이 되다
신문을 통해 수요 집회가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주의 깊게 본 적은 없다. 그러던 중 몇 달 전에 선배는 얼핏 ‘수요 집회’ 얘기를 꺼내며 “아이들과 함께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솔직히 그 얘길 들었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흘려보냈다.
하지만 선배는 광복절 즈음하여 여름휴가로 서울 여행을 잡았고 아이들과 함께 수요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얘기하더라. 그것도 전주 부활콘서트로 인연을 맺은 ‘건호’와 함께 참석하겠다고 말이다. 선배와 건호는 겨우 한 번 만난 사이인데, 서울 모임에서도 데리고 간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서로가 불편할 텐데, 그럼에도 함께 가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더욱이 건호가 수요집회에 참석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참석하더라도 불만이 가득할 수도 있는데 그걸 모두 감안하겠다는 것이니, 그 배짱에 놀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선배의 아이들과 건호는 장대비 쏟아지던 광복절날 수요 집회에 참석했고 모임을 잘 마쳤다(물론 건호는 덜덜 떨어졌다며 불평을 쏟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체험이었던 듯하다).
그런 이야기를 선배와 건호에게 들으며 ‘위안부’ 문제는 망각하고 있었던 기억이며, 너의 문제라기보다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 후 수요 집회는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중 하나에 포함되게 되었다.
▲ 수요 집회에 같이 참석한 멤버들. 여긴 남산 타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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