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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덕 - 통론독서작문지법(通論讀書作文之法)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임상덕 - 통론독서작문지법(通論讀書作文之法)

건방진방랑자 2019. 10.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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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엔 의도 파악을, 작문엔 일상적인 것을

통독서서작문지법(通論讀書作文之法)

 

임상덕(林象德)

 

 

讀書, 最忌貪多, 要須潛心求見古人用心之處. 初雖黑暗, 看來看去, 積久究索, 自然漸見通處.

今世之士, 自言: ‘讀某書幾百徧, 讀某書幾千徧, 而及到自家做處.’ 與古人書全不相似者, 正坐貪多而不潛究, 故雖千讀萬誦, 心口不相入, 眼手不相資, 此甚可歎?

試觀古人好文章, 其所用文字, 類皆尋常易知. 非別討深奧隱僻吾輩所不知處出來, 而其文章自非吾輩所及者, 只緣其用心措意, 高於吾輩故也. 是以, 讀書之法, 必要識得其心意妙處, 然後方始見效.

今人類謂: “義理玄遠文章高妙, 非吾輩所敢知.” 縱使依俙知得, 亦非吾輩科塲要用物事, 以故讀書之際, 全昧本領. 只逐句字燁燁采采處, 硬心記, 當準備遇題收用. 譬如摶沙作餠, 隨聚隨散, 豈不誤哉?

東坡: “販貨須使錢, 作文須使意.” 斯言眞是有味. 夫市中物貨非不多, 而無錢則不可爲我有; 古人書中文字非不多, 而無意 則不得爲我用, 捨意而讀古書, 何異於無錢而歷市肆哉? 老村集卷之四

 

 

 

 

해석

讀書, 最忌貪多, 要須潛心求見古人用心之處.

독서란 가장 탐내어 많이 읽는 걸 꺼려 하니 요컨대 반드시 마음을 잠긴 채 옛 사람이 마음을 쓴 곳을 구하여 봐야 한다.

 

初雖黑暗, 看來看去, 積久究索, 自然漸見通處.

처음에 비록 어두더라도 보고 보노라면 쌓인 것이 오래되어 궁구하고 탐색하여 자연스레 점점 통하는 곳을 보게 된다.

 

今世之士, 自言: ‘讀某書幾百徧, 讀某書幾千徧, 而及到自家做處.’

지금 세상의 선비들은 자기가 아무개 책 몇 백 편을 읽었고 아무개 책 몇 천 편을 읽어 스스로 학문에 힘쓴 곳에 이르렀다.’고들 말한다.

 

與古人書全不相似者, 正坐貪多而不潛究, 故雖千讀萬誦, 心口不相入, 眼手不相資, 此甚可歎?

옛 사람의 책과 온전히 서로 같지 않은 것은 바르게 앉아 탐내어 많이 읽지만 묵묵히 궁구하지 않기 때문에 비록 천 번을 외우고 만 번을 외더라도 마음과 입이 서로 걸림 없이 융합[相入]되질 않고 눈과 손이 서로 힘입질 않으니 이것은 매우 탄식할 만하다.

 

試觀古人好文章, 其所用文字, 類皆尋常易知.

시험삼아 보니 옛 사람이 문장을 좋아하여 문자를 사용한 것이 대체로 모두 일반적이고 쉽게 아는 것이다.

 

非別討深奧隱僻吾輩所不知處出來, 而其文章自非吾輩所及者, 只緣其用心措意, 高於吾輩故也.

별도로 심오(深奧)하고 은벽(隱僻)하며 우리 무리들이 모르는 곳의 출처나 문장은 스스로 우리 무리들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탐구하지 않고 다만 마음에 쓰임이나 뜻을 둠에 따르니 우리 무리들보다 고상한 까닭이다.

 

是以, 讀書之法, 必要識得其心意妙處, 然後方始見效.

이런 까닭으로 독서의 방법은 반드시 마음의 오묘한 곳을 안 후에야 비로소 공효를 드러내는 것이다.

 

今人類謂: “義理玄遠文章高妙, 非吾輩所敢知.”

지금 사람들은 대체로 의리(義理)는 아득하고도 원대하고 문장은 고상하고도 오묘해 우리 무리들이 감히 알 만한 게 아니다.”라고들 말한다.

 

縱使依俙知得, 亦非吾輩科塲要用物事, 以故讀書之際, 全昧本領.

가령 어렴풋한(依俙) 깨달음은 또한 우리 무리들이 과거시험장에서 사물과 일에 긴요하게 쓰지 못하니 이로 인해 독서하는 즈음에 온전히 핵심에 어둡기만 하다.

 

只逐句字燁燁采采處, 硬心記, 當準備遇題收用.

다만 글귀나 글자의 번쩍번쩍 화려한 부분만을 따라 서툰 마음으로 기록하고 준비한 것에 당해서 우연히 짓고 거두어 쓴다.

 

譬如摶沙作餠, 隨聚隨散, 豈不誤哉?

비유하자면 모래를 뭉쳐 떡을 만드는데 즉시 모였다가 즉시 흩어지니 어찌 잘못된 게 아니리오.

 

東坡: “販貨須使錢, 作文須使意.” 斯言眞是有味.

소동파(蘇東坡)재화를 판매할 땐 반드시 돈을 사용하고 문장을 지을 땐 반드시 뜻을 사용하라.”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참으로 맛이 있다.

 

夫市中物貨非不多, 而無錢則不可爲我有; 古人書中文字非不多, 而無意 則不得爲我用, 捨意而讀古書, 何異於無錢而歷市肆哉? 老村集卷之四

대체로 저자 속에 상품이 많더라도 돈이 없으면 나의 소유가 될 수 없고 옛 사람의 책 속에 문자가 많더라도 뜻이 없다면 나의 쓰임이 될 수 없으니 뜻은 버린 채 옛 책만을 읽으니 어찌 돈 없이 저자를 지나가는 것에 다르겠는가?

 

 

인용

저자 / 지도

앞 글(乞致仕箚子) / 뒷 글(鼈淵寺古迹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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