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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천문평(千文評) 본문

산문놀이터/한자

정약용 - 천문평(千文評)

건방진방랑자 2019. 2. 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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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을 어린이 한자교재로 쓰겠다고? 제발 그러지 말아줘

천문평(千文評)

 

정약용(丁若鏞)

 

 

유의어와 반의어로 한자학습을 하라

文字之興, 所以類萬物也. 或以其形, 或以其情, 或以其事, 必觸類而旁通之, 竭其族別其異而後, 其情理粲然而文心慧竇, 於是乎開發.

 

옛날 한자책들은 유의어와 반의어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것으로 한자학습을 했다

故古者小學, 必先之以六書之敎, 卽子母相生之灋, 偏旁離合之制, 是講是明, 以達其源委. 爾雅說文急就章玉篇之類, 皆其遺也. 是諸文字, 皆古奧難通, 然其在當時, 不以幼小而恕之, 皆所以觸類旁通, 竭其族別其異, 以啓其文心慧竇也.

 

천자문은 유사어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我邦之人, 得所謂周興嗣千文以授童幼, 千文非小學家流也. 天地, 乃日月星辰山川丘陵, 未竭其族而遽舍之曰: ‘姑舍汝所學, 而學五色’; 玄黃, 乃靑赤黑白紅紫緇綠, 未別其異而遽舍之曰: ‘姑舍汝所學, 而學宇宙’, 斯何法也? ‘雲雨之間, ‘騰致介之, 能竭其族乎? ‘霜露之間, ‘結爲梗之, 能別其異乎? 夫如是也, 故童幼眩瞀, 不辨旨義, 解玄爲纏, 釋黃爲壓, 非是兒之不才, 由不能觸類而旁通也.

 

반대어로 한자를 학습시켜야 한다

盈之反, 虛也; 仄之反, 平也, 以盈對仄, 豎說而衡喩, 非其類也. 歲之族, 時也; 陽之耦, 陰也, 曰歲曰陽, 孤行而寡居, 非其類也. 大凡文字之學, 淸以喩濁, 近以喩遠, 輕以喩重, 淺以喩深. 雙擧以胥發之, 則兩義俱通; 單說而偏言之, 則兩義俱塞. 自非上慧, 能有喩乎?

 

같은 부류의 한자를 함께 학습하라

又凡有形之物與無形之情, 其類不同; 無爲之情與有爲之事, 其類不同. 江河土石, 形之名也; 淸濁輕重, 其情也; 渟流隕突, 於斯爲事也. 不以類而觸之, 不能旁通如是也. 故讀千文, 猶一字不知也.

 

천자문이 아닌 유합을 학자교재로 써라

千文有用處, 以之標田, 以之標試卷焉可也, 於小學何與? 爾雅說文不可復, 徐居正類合, 猶其近者也. 與猶堂全書第一集詩文集第二十二卷文集

 

 

다산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한자능력시험 때문에 다산의 방식대로 공부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중앙일보) 

 

 

 

 

해석

 

유의어와 반의어로 한자학습을 하라

 

文字之興, 所以類萬物也.

문자가 발생한 까닭은 만물을 분류하려 해서였다.

 

或以其形, 或以其情,

혹은 형상으로 분류하고, 혹은 정감으로 분류하며,

 

或以其事, 必觸類而旁通之,

혹은 사정에 따라 분류하니, 반드시 같은 종류에 잇따라야 두루 통하여

 

竭其族別其異而後,

유사종류를 통하고 차이점을 분별한 후에

 

其情理粲然而文心慧竇, 於是乎開發.

정감과 이치가 환해져 글의 속뜻과 슬기慧竇: 슬기가 생겨나는 원천가 우러나오는 구멍이 이에 확 열린다.

 

 

 

옛날 한자책들은 유의어와 반의어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것으로 한자학습을 했다

 

故古者小學, 必先之以六書之敎,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배우는 것은 반드시 먼저 6(상형ㆍ지사ㆍ형성ㆍ회의ㆍ전주ㆍ가차)로 배우면

 

卽子母相生之灋, 偏旁離合之制,

곧 자모(子母)가 서로 생기는 법과 합체자偏旁: 회의ㆍ형성자를 만들 때 만드는 법칙. 옛적엔 좌방을 이라 했고, 우방을 이라 했다. 지금은 통칭하여 합체자의 상하좌우 어느 부분을 偏旁이라 부른다. 漢字合體字的組成部分. 舊稱左為偏, 右為旁. 今泛稱合體字的左右上下任何一部分為偏旁가 만들어지는 방식과 글자가 흩어지고 모아지는 체제가

 

是講是明, 以達其源委.

이에 분명해져 근원과 말단을 통달하게 된다.

 

爾雅說文急就章玉篇之類, 皆其遺也.

이아설문해자급취장옥편과 같은 한자 사전류들이 모두 이런 생각으로 남겨진 것들이다.

 

是諸文字, 皆古奧難通,

모든 문자들을 다 심오하고古奧: 예스럽고 심오하여 이해하기 쉽지 않다古而深奧不易理解 통하기 어렵지만,

 

然其在當時, 不以幼小而恕之,

당시에 있어 어리고 부족하다고 용서하지 않고

 

皆所以觸類旁通, 竭其族別其異,

다 같은 종류에 잇따라 유사종류를 통하고 차이점을 분별하여

 

以啓其文心慧竇也.

글의 속뜻과 슬기가 우러나오는 구멍을 계발시켜줬다.

 

 

 

천자문은 유사어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 아이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我邦之人, 得所謂周興嗣千文以授童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른바 주흥사가 지은 천자문을 얻어 아이에게 가르치나,

 

千文非小學家流也.

천자문은 아이들을 가르침에 대대로 전해야 할 책이 아니다.

 

天地, 乃日月星辰山川丘陵,

(이 구절은 제1구인 天地玄黃, 宇宙洪荒을 염두에 두고 씀) ‘천지(天地)’라는 글자를 배우면 곧 일월ㆍ성신ㆍ산천ㆍ구릉으로

 

未竭其族而遽舍之曰: ‘姑舍汝所學, 而學五色’;

유사종류를 통하도록 하질 않고 갑자기 그러지 말라며 니가 배웠던 것을 버리고 오색(五色, 五方色)을 배우라.’라고 하고,

 

玄黃, 乃靑赤黑白紅紫緇綠,

현황(玄黃)’이라는 글자를 배우면 곧 청적ㆍ흑백ㆍ홍자ㆍ치록으로

 

未別其異而遽舍之曰: ‘姑舍汝所學, 而學宇宙’,

그 차이점을 분별하도록 하질 않고 갑자기 그러지 말라며 니가 배웠던 것을 버리고 우주(宇宙)를 배우라고 하니,

 

斯何法也?

이것이 도대체 무슨 학습법인가?

 

雲雨之間, ‘騰致介之,

(이 구절은 제5구인 雲騰致雨 露結爲霜를 염두에 두고 씀) ‘운우의 사이에 등치를 끼어 넣으니,

 

能竭其族乎?

유사종류를 통할 수가 있겠는가?

 

霜露, ‘結爲梗之, 能別其異乎?

상로사이에 결위를 가지처럼 넣어놨으니, 차이점을 분별할 수 있겠는가?

 

夫如是也, 故童幼眩瞀, 不辨旨義,

이와 같으니, 아이들은 어지럽고 아찔하여 글자의 뜻을 분별하질 못하여

 

解玄爲纏, 釋黃爲壓,

검을현을 풀이하며 감을전으로 여기고, ‘누를황을 풀이하며 누를압으로 여기니,

 

非是兒之不才, 由不能觸類而旁通也.

이것은 아이의 재능 없음이 아니라, 같은 종류를 잇따라 두루 통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어로 한자를 학습시켜야 한다

 

盈之反, 虛也;

(이 구절은 제2구인 日月盈仄 辰宿列張을 염두에 두고 씀) 차있다는 것의 반대말은 비어있다는 것이고,

 

仄之反, 平也,

기울어진 것의 반대말은 평형하다는 것인데,

 

以盈對仄, 豎說而衡喩, 非其類也.

()으로 측()의 대구어로 삼아 세로로 말하며 가로로 비유했으니, 이것은 유사한 것이 아니다.

 

歲之族, 時也; 陽之耦, 陰也,

(이 구절은 제4구인 閏餘成歲 律呂調陽을 염두에 두고 씀) ()의 같은 부류는 시()이고 양()의 같은 부류는 음()인데,

 

曰歲曰陽, 孤行而寡居, 非其類也.

()’를 말하고 ()’을 말한다면 외로이 가고 홀로 거하니, 이것은 유사한 것이 아니다.

 

大凡文字之學, 淸以喩濁, 近以喩遠,

일반적으로 문자의 학습은 청()으로 탁()을 깨우치고, ()으로 원()을 깨우치며,

 

輕以喩重, 淺以喩深.

()으로 중()을 깨우치고, ()으로 심()을 깨우쳐야 한다.

 

雙擧以胥發之,

이처럼 반대말을 들어 서로를 발명시키면

 

則兩義俱通; 單說而偏言之,

두 글자의 뜻이 함께 통하지만 한 글자만을 말하고 치우쳐 말하면

 

則兩義俱塞. 自非上慧, 能有喩乎?

두 글자의 뜻이 함께 헛갈리게 된다. 스스로 완전히 깨우치질 않았는데 깨우칠 수 있겠는가?

 

 

 

같은 부류의 한자를 함께 학습하라

 

又凡有形之物與無形之情, 其類不同;

또한 일반적으로 형상이 있는 물건과 형상이 없는 정감은 부류가 같지 않고

 

無爲之情與有爲之事, 其類不同.

함이 없는 정감과 함이 있는 일은 부류가 같지 않다.

 

江河土石, 形之名也; 淸濁輕重, 其情也;

강ㆍ흙ㆍ돌은 형상의 명칭이고 맑음ㆍ흐림ㆍ가벼움ㆍ무거움은 정감이며

 

渟流隕突, 於斯爲事也.

머묾ㆍ흐름ㆍ떨어짐ㆍ돌파함은 이에 일이 된다.

 

不以類而觸之, 不能旁通如是也.

같은 종류에 잇따르지 못하니 두루 통하지 못하는 게 이와 같다.

 

故讀千文, 猶一字不知也.

그렇기 때문에 천자문을 읽을 뿐이요, 한 글자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천자문이 아닌 유합을 학자교재로 써라

 

千文有用處, 以之標田,

천자문은 쓸 만한 곳이 있으니, 천자문으로 밭에 표시하거나,

 

以之標試卷焉可也, 於小學何與?

시권에 표시하면 그 뿐이니田畓 5마다 천자문 순서로 字號를 붙이라는 말도 있고, 족보에서 세대수를 천자문으로 표시하라는 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천자문은 누구도 알기에 숫자 대신 사용했음을 알 수 있음., 어린이가 배움에 무슨 도움이 있으랴?

 

爾雅說文不可復,

진실로 이아설문을 회복할 수 없다면,

 

徐居正類合, 猶其近者也. 與猶堂全書第一集詩文集第二十二卷文集

서거정의 유합으로 소학자 교육을 한다면, 제대로 된 방법에 가까울 것이다.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17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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