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詠梅)①
노수신(盧守愼)
坐上春風面粹然 栗溫佳氣出藍田
詩人相愛多相褻 不作姸妃卽瘦仙
色精內白有悲歌 認取江南樹獨嘉
自是偏從忠愛發 箇中遺了一團和
侵凌霜露看黃英 殘後交承便到兄
歲暮黃昏能幾度 只拚三逕了淵明
해석
坐上春風面粹然 좌상춘풍면수연 | 모임자리엔 봄바람 불고 모습은 순수하네. |
栗溫佳氣出藍田 률온가기출람전 | 단단하고 온화한 좋은 기운 남전【남전(藍田):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산인데, 이 산에서 좋은 玉이 생산된다고 하는바, 전하여 여기서는 곧 매화의 곱고 깨끗한 면모를 남전산의 옥에 빗대서 한 말임.】에서 나왔지. |
詩人相愛多相褻 시인상애다상설 | 시인들이 서로 사랑하여 서로 친압하길 많이 했으니, |
不作姸妃卽瘦仙 부작연비즉수선 | 고운 기녀로 보질 않으면, 야윈 신선으로 본다네. |
色精內白有悲歌 색정내백유비가 | 꽃빛 아리땁고 속은 희다는 슬픈 노래 있었고, |
認取江南樹獨嘉 인취강남수독가 | 강남의 나무 홀로 아름다운 줄 알겠노라【강남수독가(江南樹獨嘉): 『楚辭』 「九章 橘頌」에 “후황이 좋은 나무 좋아하매 귤이 와서 자라니, 강남에 명을 받고 생장하여 다른 데로 옮겨 가지 않네.……고운 빛에 속은 희어 도를 감당할 만하여라, 성대히 좋은 모습 수식하여 추악하지 않도다.[后皇嘉樹橘徠服兮, 受命不遷生南國兮.……精色內白類任道兮, 紛縕宜脩姱而不醜兮].”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 「귤송」은 본디 강남 사람으로 정명(精明)하고 결백(潔白)한 뜻을 지닌 굴원(屈原) 자신을 귤에 빗대서 한탄한 노래인데, 여기서는 매화 또한 강남의 것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남조(南朝) 송(宋)의 육개(陸凱)가 일찍이 강남에서 매화 한 가지를 꺾어 장안(長安)에 있던 친구 범엽(范曄)에게 부치면서 아울러 화시(花詩)를 지어 보냈던바, 그 시에 의하면 “꽃을 꺾어 역사를 만나서, 농두 사람에게 부치노니, 강남에는 가진 것이 없어, 애오라지 한 가지의 봄을 부치노라.[折花逢驛使, 寄與隴頭人. 江南無所有, 聊寄一枝春].”라고 하였다. 『태평어람(太平御覽)』 卷19 역사(驛使)는 본디 옛날 공문(公文)이나 서신(書信) 등을 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 시의 고사로 인하여 흔히 매화의 별칭으로도 쓰인다.】. |
自是偏從忠愛發 자시편종충애발 | 이로부터 두루 충성과 사랑으로 피어나니, |
箇中遺了一團和 개중유료일단화 | 가운데 한 덩이의 온화한 것【일단화(一團和): 일단화기(一團和氣)의 준말로, 한 덩이의 온화한 기운이란 뜻으로, 본디 『二程外書』 권12에 “명도 선생이 가만히 앉았을 때는 마치 흙으로 만든 인형 같은데, 사람을 접할 때는 온통 한 덩이의 온화한 기운뿐이다.[明道先生坐如泥塑人, 接人則渾是一團和氣].”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전하여 여기서는 매서운 추위를 능히 이기고 꽃을 피운 매화에는 온화한 기운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만을 빼놓았네. |
侵凌霜露看黃英 침능상로간황영 | 서리와 이슬이 닥쳐 능멸하나 누런 꽃을 보니, |
殘後交承便到兄 잔후교승변도형 | 국화가 진후 교차하듯 이어져 곧 매화【잔후교승편도형(殘後交承便到兄): 국화가 지고 나면 그 뒤를 이어 매화가 피는 것을 이른 말이다. 여기서 형(兄)이란 곧 매화를 가리킨 것으로, 황정견(黃庭堅)의 「수선화(水仙花)」 시에 “향기 머금은 하얀 몸은 경국지색에 가까우니, 산반꽃은 그 아우요 매화는 그 형뻘이로다.[含香體素欲傾城, 山礬是弟梅是兄].”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가 피네. |
歲暮黃昏能幾度 세모황혼능기도 | 연말의 황혼 몇 번이나 지냈는가? |
只拚三逕了淵明 지변삼경료연명 | 다만 세 오솔길【삼경(三逕): 세 오솔길이란 뜻으로, 본디 한 대(漢代)의 은사(隱士) 장후(蔣詡)가 자기 집 대나무 밑에 세 오솔길을 내 놓고 친구인 구중(求仲), 양중(羊仲) 두 사람하고만 서로 종유했던바, 동진(東晉)의 처사 도잠(陶潛) 또한 일찍이 팽택령(彭澤令)을 그만두고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이 고사를 인용하여 “세 오솔길은 묵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 남아 있도다.[三徑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三輔決錄 逃名』 『陶淵明集 卷5』 전하여 여기서는 바로 도잠은 끝내 소나무, 국화, 대나무만 좋아했고, 매화는 언급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쓴 이는 도연명이네. |
인용
'한시놀이터 > 조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수신 - 영매(詠梅)③ (0) | 2022.10.27 |
---|---|
노수신 - 영매(詠梅)② (0) | 2022.10.27 |
노수신 - 영매(詠梅) (0) | 2022.10.27 |
노수신 - 송노자평준 부동래(送盧子平埈 赴東萊) (0) | 2022.10.27 |
노수신 - 우지녹진영결(又至鹿津永訣)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