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달을 노래하며
강월음(江月吟)
송익필(宋翼弼)
我爲江上客 爲愛江上月
江空月亦白 月白心亦白
浩然相對洞相照 淸夜漫漫天寂寂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我爲江上客 아위강상객 |
나는 강가의 나그네로 |
爲愛江上月 위애강상월 |
강 위의 달 아끼네. |
江空月亦白 강공월역백 |
강은 텅비니 달은 또한 희고 |
月白心亦白 월백심역백 |
달이 희니 마음 또한 희어지네 |
浩然相對洞相照 호연상대동상조 |
확 트여 상대하며 트인 듯 서로 비추니 |
淸夜漫漫天寂寂 청야만만천적적 |
맑은 밤은 끝없고 하늘은 조용하네. 『龜峯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강 위에 뜬 달을 노래한 것으로, 달과 자신의 마음을 동일시하여 사욕(私慾)이 없는 천리(天理)가 유행(流行)하는 경지를 보여 주려 한 시이다.
세상을 피해 강호에 머무는 나는 강가를 떠도는 나그네 신세로, 저 강 위에 뜬 달을 사랑하여 세상사로부터 멀어진 상황이 되었다. 강은 어떤 자연물로 가득차지 않고 텅 비니 달도 희고, 달이 희니 내 마음도 희다. 강(江)과 월(月)과 심(心)이 일치가 되었다. 충만한 마음으로 호연한 기운을 가지고 바라보니, 달이 온통 세상을 비추는 맑은 밤은 길고 하늘은 고요하다.
「구봉선생집행장(龜峰先生集行狀)」에 의하면, “선배들이 공에 대해 평한 것을 살펴보자면, ‘천품이 매우 고매(高邁)하며 문장 또한 고매하다.’는 평은 문정공 신상촌이 한 말이다. ‘천부적 자질이 명민(明敏)하여 분석하는 것이 정밀한 것은 다른 사람이 미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한 것은 이택당의 말이다. 상촌께서는 또 공의 시를 논하기를, ‘제재를 성당(盛唐)에서 취했기에 그 음향이 청아(淸雅)하고, 뜻을 격양(擊壤)[邵雍의 『伊川擊壤集]에서 취했기에 그 말은 이치에 맞다. 평화롭고 관후(寬厚)한 마음가짐은 고생스런 나그네 길이나 유배된 처지에서도 잃지 않았고, 한가(閑暇)와 침잠(沈潛)의 즐거움은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눈을 비추는 달빛 사이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누렸으니, 시대를 달관하고 순명(順命)으로 처신하여 애악(哀樂) 따위의 정이 마음속에 들 수 없었던 것에 가깝다. 또 상촌이 말하기를, ‘버들잎 우거지니 안개는 방울 맺히려 하고, 연못물 잔잔하니 백로는 날기 잊었네’ 같은 시구는 다른 여러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다. 맑고 화사함만 귀한 것이 아니라 이치도 절로 맞는다[謹按先輩之公評 則曰天稟甚高 文章亦高云者 象村申文貞公之言也 曰天資透悟 剖析精微 人所不及云者 澤堂李公之言也 而象村之又其論詩 則以爲材取盛唐 故其響淸 義取擊壤 故其辭理 和平寬博之旨 不失於羈窮流竄之際 優遊涵泳之樂 自適於風花雪月之間 其庶乎安時處順 哀樂不能入者矣 又曰 如柳深煙欲滴 池淨鷺忘飛之句 度越諸人 非徒淸葩可貴 理亦自到].”라 하였는데, 위의 시를 연상하게 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54~35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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