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을 즐기며
낙천(樂天)
송익필(宋翼弼)
惟天至仁 天本無私
유천지인 천본무사
순천자안 역천자위
痾癢福祿 莫非天理
아양복록 막비천리
憂是小人 樂是君子
우시소인 락시군자
君子有樂 不愧屋漏
군자유락 불괴옥루
修身以俟 不貳不夭
수신이사 불이불요
我無加損 天豈厚薄
아무가손 천기후박
存誠樂天 俯仰無怍
존성락천 부앙무작 『龜峯先生集』 卷之一
해석
惟天至仁 天本無私 | 오직 하느님은 지극히 인자하지만 하느님은 본래 무사하네. |
順天者安 逆天者危 | 하늘에 손종하는 이는 편안하고 하늘을 거스리는 이는 위태롭지. |
痾癢福祿 莫非天理 | 병에 걸리든 복록을 받든 하느님의 이치 아님이 없네. |
憂是小人 樂是君子 | 근심하는 이는 소인이고 즐기는 이는 군자이니 |
君子有樂 不愧屋漏 | 군자는 즐김에 있어 은밀한 장소에서도 부끄럽지 않네. |
修身以俟 不貳不夭 | 수신하고서 기다리고 의심하지 않고 단명치도 않는다네. |
我無加損 天豈厚薄 | 나에게 더하거나 덜 것 없는데 하늘이 어찌 박하거나 두텁게 하겠는가? |
存誠樂天 俯仰無怍 | 성(誠)을 보존하고 천명을 즐기니 굽어보든 우러러 보든 부끄러울 게 없어라. 『龜峯先生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는 천명(天命)에 순응하는 것과 자락(自樂)을 노래한 송풍(宋風)의 설리적(說理的)인 시이다.
송익필은 산림삼걸(山林三傑)의 한 사람이며【“評者謂鄭湖陰ㆍ魯蘇齋ㆍ黃芝川館閣三傑 金梅月ㆍ南秋江ㆍ宋龜峰山林三傑” 남용익(南龍翼)의 『호곡시화(壺谷詩話)』】, 팔문장가의 한 사람이었다【“首與友善而推許者 李山海 崔慶昌 白光勳 崔岦 李純仁 尹卓然 河應臨也 時人號爲八文章” 宋時烈이 지은 「墓碣文」】. 송익필의 시에는 이렇게 천명(天命)에 순응하며 자락(自樂)하는 시가 많은데, 이것은 소옹(邵雍, 1011~1077)의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 소옹을 비롯하여 송대(宋代)의 성리학자들은 “물래이순응(物來而順應, 鄭明道)”처럼 자연에 순응함으로써 낙(樂)을 얻는다고 보았다.
「시집후서삼수(詩集後序三首)」에 의하면, “세상에서 시를 논하는 사람은 옛 것을 높이고 지금의 것을 낮게 평가한다. 그러므로 비록 이름난 시인과 대시인이라 하더라도 흠집을 찾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선생은 혀를 차고 감탄하며 말하기를 성당의 맑은 정조와 소옹의 자득을 겸하였다고 한다. 선생이 우연히 읊었던 시구에서 드러난 것이 이러한데, 그 고아한 기품과 심오한 이치와 수양한 도타운 정도는 대개 상상할 수 있겠다. …… 고생스런 나그네 길이나 유배된 처지에서도 평화롭고 관후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눈을 비추는 달빛 사이에서 유유자적하며 한가로워 침잠의 즐거움을 누렸으니, 이때를 달관하고 순명으로 처신하여 애락(哀樂) 따위의 정이 마음속에 들 수 없었던 분이 아니겠는가? 죽서 심종직공이 ‘제재를 성당(盛唐)에서 취했기에 그 음향이 청아하고, 뜻을 격양(擊壤)에서 취했기에 그 말은 이치에 맞다.’고 했는데, 내 이제 시고를 보고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느꼈다. 그분이 살아 계실 적에 옛날 소옹이 안락와에서 품었던 경제의 대법을 주제로 한 번 토론해 보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世之論詩者 尊古而卑今 雖名家大手 無不求疵 至於先生 則吃吃嘖嘖 咸曰盛唐之淸調 堯夫之自得兼焉 先生之偶發於吟詠詞句之間者若此 則其稟氣之高 造理之深 所養之厚 蓋可想矣 …… 和平寬博之旨 不失於羈窮流竄之際 優游涵泳之樂 自適於風花雪月之間 其庶乎安時處順 哀樂不能入者矣 竹西云 材取盛唐 故其響淸 義取擊壤 故其辭理 余觀之信然 恨不及其在世時 提安樂窩中經世大法一討之].”라 하여, 邵雍의 自得함을 얻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348~34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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