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시재가 뛰어났지만 요절한 오상렴
吳尙濂者, 始壽之姪也.
余嘗入試院, 見其程式詩頗佳, 固已才之矣. 厥後文名籍甚, 爲自中翹楚.
其「詠三田渡碑」詩曰: “麻浦胡書碣, 孤城憶解圍. 徒聞千乘國, 未見一戎衣. 將帥無籌策, 文章有是非. 朝宗迷舊道, 江漢欲何歸.” 句句有意致, 眞佳作也. 充其才, 足以高步一世, 而聞其早夭, 可惜.
其所謂文章有是非, 譏撰碑人, 而書之者, 乃其從曾祖也. 亦當均受其譏, 獨無嫌歟? 一笑.
해석
吳尙濂者, 始壽之姪也.
오상렴(吳尙濂)【오상렴(吳尙濂): 1680~1707. 자는 유청(幼淸), 호는 연초재(燕超齋), 본관은 동복이다. 1699년(숙종25) 사마시에서 생원ㆍ진사에 모두 2등으로 합격하였으나 대과에 번번이 낙방하자 칩거하고 학문과 시작에만 전념하여 많은 시를 남겼는데, 1707년 28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은 시수(始壽)【오시수(吳始壽): 1632~1681. 자는 덕이(德而), 호는 수촌(水村)이다. 1656년(효종7) 문과에 급제하고 여러 요직을 거쳐 벼슬이 우의정에 이르렀으나, 경신대출척 때 유배되었다가 앞서 청나라 조문사가 왔을 때 허위보고로 왕을 기만하였다는 탄핵을 받고 사사(賜死)되었다.】의 조카이다.
余嘗入試院, 見其程式詩頗佳, 固已才之矣.
내가 일찍이 과거시험장【試院: 예전에, 과거 시험을 치르는 곳을 이르던 말】에 들어가 제출된 시를 보았는데 매우 아름다워 진실로 뛰어난 재주였다.
厥後文名籍甚, 爲自中翹楚.
그 후에 문명이 드날려 스스로 그 가운데 뛰어난 인재【교초(翹楚): 뛰어난 인재를 이른다. 『시경』 「한광(漢廣)」의 “쑥쑥 뻗은 잡목 속에 회초리나무를 베리라.〔翹翹錯薪, 言刈其楚.〕”라는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자기들 가운데’란 남인을 가리킨 것으로, 도곡은 노론 측 인물이기 때문에 이렇게 칭한 것이다.】가 되었다.
其「詠三田渡碑」詩曰: “麻浦胡書碣, 孤城憶解圍. 徒聞千乘國, 未見一戎衣. 將帥無籌策, 文章有是非. 朝宗迷舊道, 江漢欲何歸.”
「삼전도비를 읊다」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麻浦胡書碣 孤城憶解圍 | 마포에 오랑캐의 글이 비석에 새겨지니 외로운 성 포위 풀었던 것 기억나네. |
徒聞千乘國 未見一戎衣 | 다만 천승의 대국이란 말만 들었지만 한 명의 병사도 보지 못했네. |
將帥無籌策 文章有是非 | 무신은 계책이 없더라도 문장엔 시비가 있었으니 |
朝宗迷舊道 江漢欲何歸 | 흐르는 물줄기【조종(朝宗): 온갖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다】가 옛 길에서 헤며니 양자강과 한수는 어느 곳으로 돌아가려느냐【『서경』 「우공(禹貢)」에 “강한이 바다에 조종(朝宗)한다.”라고 보이는데, 이는 제후와 백관이 제왕(帝王)을 찾아가 조회(朝會)하는 것을 비유한다. 시의 이 구절은 중국이 오랑캐의 차지가 되어 옛날 중국에 조회하던 길이 혼미해져 돌아갈 곳이 없게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
句句有意致, 眞佳作也.
구절마다 의취가 있으니 참으로 가작이다.
充其才, 足以高步一世, 而聞其早夭, 可惜.
그 재주가 충분하여 한 세상에 높은 경지에 들만 한데 요절하였다 들리니 슬퍼할 만하다.
其所謂文章有是非, 譏撰碑人, 而書之者, 乃其從曾祖也.
‘문장엔 시비가 있었으니[文章有是非]’라는 것은 비석을 지은 사람을 기롱한 것이니 그것을 쓴 사람이 바로 종증조【종증조(從曾祖): 오준(1587~1666)으로, 본관은 동복(同福), 자는 여완(汝完), 호는 죽남(竹南)이다. 1618년(광해군10) 증광 문과에 급제하고 벼슬이 예조 판서, 판중추부사에 이르렀다. 문장에 능하고 글씨를 잘 써서 왕가의 길흉책문(吉凶冊文)과 삼전도비의 비문을 비롯한 수많은 공사(公私)의 비명을 썼다. 특히 왕희지체를 따라 단아한 모양의 해서를 잘 썼다.】다.
亦當均受其譏, 獨無嫌歟? 一笑.
또한 마땅히 고르게 기롱을 받아야 하니 홀로 혐의가 없다 하는 것인가? 한 번 웃을 일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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