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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 - 10. 시의 뜻을 호방하게 하는 법 본문

책/한시(漢詩)

우리 한시를 읽다 - 10. 시의 뜻을 호방하게 하는 법

건방진방랑자 2022. 10. 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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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시의 뜻을 호방하게 하는 법

 

 

부귀영화해야 호방한 시를 쓸 수 있다?

 

 

1. 호방한 스케일의 시를 쓸 수 있는 방법

1) 맹자(孟子)』 「만장(萬章)8의 얘길 통해 詩格=人格이란 생각이 퍼짐.

2) 성현(成俔)월산대군시집서(月山大君詩集序)에서 보통 사람으로 배우려는 이는 힘쓰고 애써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생각을 두렵게 하여 우환에 젖어들고 공부에 힘을 쓴다. 그런 후에야 쓸 만한 것을 얻어 문장을 짓는데 조탁한 것이 기이함에 힘쓰지만 그 기상은 얇고도 비근한 병폐를 면하지 못한다. 그러나 왕족과 양반은 그렇지가 않다. 사는 곳이 기를 움직이게 하고 기른 것이 몸을 움직이게 하여 거처하는 곳이 높고 보는 것이 원대하여 배움에 힘쓰질 않아도 스스로 유유자적하며, 업을 다듬으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밀해져 광활히 남은 힘이 있으니, 그 공은 쉽게 성취된다[凡人之爲學者, 孶孶屹屹, 勞心怵慮, 飽憂患而費工夫. 然後得發爲文, 雕琢務奇, 而其氣像未免有淺近之病. 王公鉅人則不然. 居移氣而養移體, 所處高而所見大, 不務學而自裕, 不鍊業而自精, 恢恢然有餘力, 而其功易就].”라고 말했다. , 신분에 따라 기상도 정해진다고 봤다.

3) 중국의 조비(曹丕)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고 부모형제라 하더라도 기질을 물려줄 수 없다고 단언함.

4) 이규보(李奎報)기질은 배워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함.

 

 

2. 태조(太祖)의 시와 태종(太宗)의 호방한 시

突兀高峯接斗魁 우뚝 선 높은 봉우리는 북두성에 접하였고
漢陽形勝自天開 한양의 명승지, 스스로 하늘이 열었네.
山盤大野擎三角 산은 큰 들을 쟁반처럼 감싸 안아 삼각산을 들었고
海曳長江出五臺 바다는 긴 강을 끌어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구나.

 

風榻依時思朗月 바람 안은 책상에 앉은 때엔 밝은 달이 떠오르고,
月軒吟處想淸風 달 뜬 난간에서 읊조릴 때엔 맑은 바람 생각나.
自從削竹成團扇 스스로 대나무를 깎아 둥근 부채 만드니,
郞月淸風在掌中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내 손 안에 있도다.

 

1) 두 작품 모두 왕위에 오르기 전에 지은 시임.

2) 태조의 시에서 3구에선 수직적 심상이 4구에선 수평적 심상과 대조를 이뤄 호방함을 엿볼 수 있음.

3) 태종은 부채를 통해 밝은 달빛과 맑은 바람을 손 안에 넣는다고 하여 산수 간에서 시문을 읊조린다는 풍월주인(風月主人)과는 스케일이 다름.

4) 이 시를 보면 호방한 기상을 가진 사람이 호방한 시를 지을 수 있다는 말이 그럴 듯해 보임.

 

 

3. 아니다 그저 환경이 호방한 기상을 만든다.

我欲長驅十萬兵 나는 길이 십만 병사들을 거느리고
秋風雄鎭九連城 가을바람 불 때 웅장하게 구련성을 진압하리라.
大呼蹴踏天驕子 크게 호령하며 천성부터 교만한 오랑캐 자식들을 차고 밟아,
歌舞歸來拜玉京 노래 부르고 춤추며 한양에서 절하리라.

 

1) 효종(孝宗)은 볼모로 잡혀 심양(瀋陽)의 대륙을 체험했기에 이와 같은 시를 지을 수 있었음.

2) 태조와 태종은 북방 태생으로 전장을 누빈 경험이 기상을 높게 했음.

3) 구중궁궐에서 자란 후대왕들은 기상이 미치지 못함.

 

 

4. 호방한 기운을 기르는 두 가지 방법

1) 원유(遠遊): 임춘(林椿)상이학사서(上李學士書)에서 사마천(司馬遷)의 문장이 뛰어난 이유로 명산대천을 두루 유람했다[周覽名山大川]’라는 것을 들었고, ‘천하의 기이한 소문과 장엄한 광경을 구한다[求天下之奇聞壯觀]’라 하여 웅장한 글을 짓기 위해 먼 곳을 여행하는 것이 필수라 함. 그래서 강산지조(江山之助)’라 부름.

2) 잠심(潛心): 방 안에 앉아서는 눈을 감고 사물의 진리를 보는 시를 지음.

 

 

 

원유(遠遊)를 통한 호방한 시

 

 

1. 정몽주(鄭夢周)정주중구 한상명부(定州重九 韓相命賦)

定州重九登高處 정주의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오르니,
依舊黃花照眼明 노란 국화는 예스러워 눈을 밝게 비추네.
浦敍南連宣德鎭 개펄은 남쪽으로 선덕진에 이어져 있고
峯巒北倚女眞城 봉우리는 북쪽으로 여진성에 기대었구나.
百年戰國興亡事 백년 전쟁의 흥망사 속에
萬里征夫慷慨情 만 리로 원정을 떠난 사내의 강개스런 정.
酒罷元戎扶上馬 술자리 끝나 장군의 부축으로 말에 오르니,
淺山斜日照紅旌 산은 낮아 비낀 해는 붉은 정기를 비치네.

 

1) 타고난 높은 기상에 변방으로의 원유(遠遊)가 더해져 시를 더욱 호방하게 함.

2) 정포(鄭誧)계미중구(癸未重九)과 완전히 대조적인 기상을 보이며 정몽주에겐 변방에서도 국화가 보인다고 함.

定州重九登高處 정몽주(鄭夢周), 정주중구 한상명부(定州重九 韓相命賦)
依舊黃花照眼明
地僻秋將盡 山寒菊未花 정포(鄭誧), 계미중구(癸未重九)

 

3) 예전부터 싸움이 계속된 곳으로 원정 나온 사람의 정이 강개로울 수밖에 없음.

4) 2연의 시각적 심상을 표현할 때는 서술어를 억제하여 ()’()’만 씀. 일반적으론 감정 표현에선 서술어를 많이 넣어 유장한 맛을 주지만 이 시에선 그러지 않았음.

5) 3연엔 서사적인 장면을 복합적으로 연출하여 짧은 구절에 많은 내용을 담음.

6) 4연에선 호기롭게 술기운도 돌고 말에도 오르니, 북방의 산도 나지막해지고 해도 발 아래에 있다는 오만함을 보임. 오만함과 호방함은 매 한가지임.

7) 오상렴(吳尙濂)등죽령(登竹嶺)에서 달리는 물길이 골짜기를 물어뜯어 바람과 우레가 다투는 듯, 끊어진 협곡에는 허공에 해와 달이 낮다[奔流囓壑風霆鬪 絶硤半空日月低]’라고 하여 죽령이 높아 해와 달이 밑에 있도록 그려 호방한 맛을 살렸다.

 

 

2. 인명과 지명의 사용으로 호방해지다: 성당(盛唐)의 시를 배우려는 방법으로 모색.

1) 고려중기~조선초기까지 이지(理智)적인 송시가 주류를 이룸.

2) 16세기 후반에 당시(唐詩)로 이행되었으나 만당(晩唐)의 시체로 호방함이 적다는 한계가 있음.

3) 성당(盛唐)의 호방한 시를 배우자는 명나라 복고파의 논리가 수용되었고 성당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인명과 지명을 적극 사용함. (아래 등마천령(登磨千嶺)4구의 개내북해운(蓋乃北海云)’흉노전(匈奴傳)엄찰(奄蔡)이라는 땅이 끝없는 대택(大澤)에 임해 있는데 곧 북해(北海)라고 한다라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 시의 기세를 높임)

4) 위의 정몽주 시에 고유명사를 사용했고 백년천리와 같은 스케일 큰 시어, 술어를 억제한 명사구 형태의 활용으로 호방함을 극대화함.

 

 

3. 정몽주(鄭夢周) 등전주망경대(登全州望景臺)

千仞岡頭石徑橫 천 길 산등성 돌계단 비껴 있고
登臨使我不勝情 높은 곳에 이르니 나에게 정을 이기지 못하게 하누나.
靑山隱約扶餘國 푸른 산에 부여국이 어슴푸레,
黃葉繽粉百濟城 노란 잎사귀가 백제성에 어지러이.
九月高風愁客子 9월의 싸늘한 바람은 나그네 시름겹게 하고,
百年豪氣誤書生 백년 호기는 서생을 그르쳤지.
天涯日沒浮雲合 하늘가에 해가 지고 뜬 구름이 모여드니,
惆帳無由望玉京 슬프구나. 한양 바라보질 못하게 하니,

 

1) 2연과 3연이 정주(定州)와 미감이 유사함.

2) 고유명사를 쓰고 9월과 백 년이라는 숫자로 대구를 하면서 흥망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나그네의 강개한 정을 말하고 있음.

3) 이에 따라 호방한 기상이 드러남.

 

 

4. 정몽주(鄭夢周)의 고난

1) 1372년 서장관(書狀官)으로 중국에 다녀오다 12명이 익사했고 정몽주도 13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이듬해에 귀국함. 그 후로도 5번이나 더 중국을 다녀옴.

2) 1377년 왜구들이 포로로 잡아간 사람들을 송환하기 위해 일본에 사신으로 다녀옴.

3) 사이가 나빴던 이인임이 나홍유가 왜구 근절을 외치다 구금된 적이 있기에 위험에 빠뜨리려 일본에 보낸 것임.

4) 정몽주는 두려운 기색도 없이 우두머리를 감복시켰고 고려 수백 명을 무사히 데리고 옴.

 

 

5. 정몽주(鄭夢周) 홍무정사봉사일본작(洪武丁巳奉使日本作)

水國春光勳 天涯客未行 물나라 일본의 봄빛은 환한데, 하늘가의 나는 움직이질 못해.
草蓮千里綠 月共兩鄕明 풀과 연꽃이 천 리 푸르고 달은 두 나라를 함께 비추는데,
遊說黃金盡 思歸白髮生 유세하느라 홤금은 떨어졌고 돌아갈 생각에 흰 머리만 나네.
男兒四方志 不獨爲功名 남아 사방을 평정하겠다는 뜻은 혼자만의 공명을 위한 게 아니지.

 

平生南與北 心事轉蹉跎 평생 남북으로 떠돌았지만, 마음 둔 일이 갈수록 어긋났네.
故國海西岸 孤舟天一涯 고국의 바다는 서해안 쪽에 있고, 외로운 배만 하늘 한 끝에 매어 있구나.
梅窓春色早 板屋雨聲多 매화 핀 창이라서 봄빛이 빠르고, 판잣집이라서 빗소리 크게 들리네.
獨坐消長日 那堪苦憶家 홀로 앉아 긴 하루 보내려 하니, 자꾸 나는 집 생각을 어이 견디랴.

 

1) 1연 신세한탄 2연 달을 등장시켜 기상 높임3연 강개한 심정4연 나라를 위한 일이라며 뜻을 밝힘.

2) 청구풍아(靑丘風雅)에선 지조와 절개가 노중련(魯仲連)를 버리고 만 숭상하기에 은둔한 사람을 능가한다고 함.

3) 매화를 보고 빗소리 들으니 고향 생각이 절로 남.

4) 성수시화(惺叟詩話)16에서 지은 이를 닮아 호방하다고 평가함[皆翩翩豪擧, 類其人焉].

5) 후세의 여러 시인들이 모두 인용함.

6) 죽지사(竹枝詞): 악부시의 일종이다. ()창오(蒼梧)에서 죽자 아황과 여영이 대나무에 피눈물을 흘리며 상수(湘水)에 빠져 죽음. 이 후 백성들은 상군(湘君)ㆍ상부인(湘夫人)이라 그 지역 대나무에 피눈물 흔적이 있다며 소상반죽(瀟湘斑竹)이라 했고 동정호엔 원망 어린 노래가 생겨남.

 

 

 

잠심(潛心)을 통한 섬세한 시

 

 

1. 정몽주와 원유(遠遊)

1) 원유(遠遊)를 통해 호방의 미학으로 발전된 작품에선 소식(蘇軾)전적벽부(前赤壁賦)에서 창을 비껴 메고 시를 읊조린다[橫槊賦詩].’고 했던 대장부의 웅걸찬 기상을 확인할 수 있음.

2) 정몽주는 뛰어난 시인이면서 걸출한 학자임.

3) 밖에선 호탕한 시를 지었지만, 물러나 방 안에 앉아서는 눈을 감고 사물의 진리를 보려 했음.

 

 

2. 정몽주(鄭夢周)()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도 않는데 야밤에 은밀히 소리 들렸지.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눈은 다 녹아 남쪽 계곡 불어나 풀과 새싹이 쑥쑥 나겠구나.

 

1) 관조의 자세로 생생(生生)의 이치를 담아냈으며 들리지 않는 가랑비의 빗소리를 들음.

2) 눈이 녹아 풀들을 돋게 하리라는 것을 통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이치를 드러냄.

3) 두보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와 뜻은 같으나, 관조의 깊이는 오히려 정몽주가 나음.

 

 

3. 원유(遠遊)와 잠심(潛心)

원유(遠遊) 잠심(潛心)
시인의 뜻을 높게 함 시인의 뜻을 깊게 함.
스케일이 큰 시를 쓰게 함. 사색하며 깊이 있는 시를 쓰게 함.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섞여야 큰 시인이 됨.

 

 

 

 

인용

목차

한시사 / 略史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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