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글재주가 없음에도 뽐내고 싶던 이의 최후
만호연구(萬戶聯句)
甲子年, 湖南方伯, 駐于羅. 値春丁, 躬行釋奠, 文倅數人, 適且至. 方伯爲設福筵, 酒半行, 令曰: “先聖飮福, 不可無文字以侑之?” 遂相酬唱, 爭相嘆賞.
有一萬戶, 來間末席, 緘口低頭, 覓句蹙面, 頗懷慙靦. 時, 落鍾字, 一文倅, 起出, 萬戶, 尾而出躡求敎. 倅, 卽附耳曰: “鍾動南樓天欲曉.” 萬戶, 倚墻佇立, 屈指轉誦, 料已圓熟. 趨入跪曰: “武夫, 亦欲效顰.” 而遂朗吟曰: “鍾痛南樓天益曉.” 滿座絶倒.
史臣曰: “人有才不才, 才而示不才, 謙也; 猶可不才而誇才, 妄也. 不可先聖福筵, 文士酬唱, 如帶甲之武士, 雖或有一句之巧, 不可以爲才也. 而萬戶, 乃敢傳笑於人, 非妄何? 噫! 妄亦從不學中出來矣, 不學之病, 難醫也哉!”
해석
甲子年, 湖南方伯, 駐于羅.
갑자년에 호남 관찰사가 나주에 머물렀다.
値春丁, 躬行釋奠, 文倅數人, 適且至.
봄날 2월 첫 정일(丁日)에 만나 몸소 석전제(釋奠祭)를 행하고 문관수령[文倅] 몇 사람이 마침 이제 막 이르렀다.
方伯爲設福筵, 酒半行, 令曰: “先聖飮福, 不可無文字以侑之?”
관찰사가 석전제 음식으로 음복하는 잔치를 베풀며 술자리가 반쯤 지나자 관찰사가 “공자께서 음복하시니 글로 그에게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遂相酬唱, 爭相嘆賞.
마침내 서로 수창(酬唱)하며 다투어 서로 감탄하며 감상했다.
有一萬戶, 來間末席, 緘口低頭, 覓句蹙面, 頗懷慙靦.
어떤 한 만호후【만호후(萬戶侯): 일만 호의 백성이 사는 영지를 가진 제후라는 뜻으로, 세력이 강한 제후를 이르는 말】가 말석에 와서 입을 닫은 채 고개를 숙이고 시구를 찾느라 얼굴을 찡그리며 몹시 부끄럽게 생각했다.
時, 落鍾字, 一文倅, 起出, 萬戶, 尾而出躡求敎.
이때 종(鍾) 자로 운이 떨어지니 한 문관수령이 일어나 나갔고 만호도 꼬리 물며 따라 나와서 가르침을 구했다.
倅, 卽附耳曰: “鍾動南樓天欲曉.”
문관수령이 곧 귀에 대고 다음의 시구를 말했다.
鍾動南樓天欲曉 | 종이 남쪽 누각에서 울리니 날이 새려 하네. |
萬戶, 倚墻佇立, 屈指轉誦, 料已圓熟.
만호는 벽에 기대 우두커니 서고서 손가락을 굽혀 돌려가며 외우고 이미 원숙해졌다고 생각했다.
趨入跪曰: “武夫, 亦欲效顰.”
재빨리 들어가 무릎을 꿇고 “무부(武夫)가 또한 흉내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而遂朗吟曰: “鍾痛南樓天益曉.” 滿座絶倒.
마침내 해맑게 다음과 같이 읊조리니 온 좌석이 포복절도했다.
鍾痛南樓天益曉 | 종통(宗統)은 남루(襤褸)하지만 무관의 옷인 천익(天益)은 빛나죠. [종이 남쪽 누각에서 고장 났지만 무관의 옷인 천익(天益)이 밝다] |
史臣曰: “人有才不才, 才而示不才, 謙也; 猶可不才而誇才, 妄也.
사신이 평론했다. “사람 중에 재주 있고 재주 없음이 있으니 재주가 있고서 재주 없는 것처럼 보이는 건 겸손이고 오히려 재주를 부릴 수 없음에도 재주를 뽐내는 건 망측하다.
不可先聖福筵, 文士酬唱, 如帶甲之武士, 雖或有一句之巧, 不可以爲才也.
공자의 음복하는 자리에서 문사들이 수창해선 안 되는데 마치 무장한[帶甲]한 무관이 비록 한 구절의 기교로움이 있더라도 재주를 부려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而萬戶, 乃敢傳笑於人, 非妄何?
그런데 만호는 곧바로 감히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로 전해졌으니 망측함이 아니고 무엇이랴?
噫! 妄亦從不學中出來矣, 不學之病, 難醫也哉!”
아! 망측함은 또한 배우지 못함을 따라 나오는 것이니 배우지 못하는 병은 고치기 어려움이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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