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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8.10.16 - ‘우리 한시를 읽다’를 끝내다 본문

건빵/일상의 삶

18.10.16 - ‘우리 한시를 읽다’를 끝내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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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시를 읽다를 끝내다

 

막상 한문공부를 하고 싶긴 했다. 5년간 임용시험을 보면서 거의 10년 가까이 한문만을 공부했는데 막상 현직으로 나가 일도 하고 글도 쓰고 싶긴 한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더라. 말끔히 누군가 지워버린 것처럼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래서 올해 1월에 일을 관두고 나선 좀 한문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으론 대학원에 들어가거나, 고전번역원에 들어가는 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틀에 박힌 것 말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데로 밀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한 가득이었다.

그런 고민 끝에 여러 사람과 얘기한 끝에 임용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포석은 예전보다 상황이 훨씬 나아졌으니 시험공부, 또는 한문공부를 그것 그대로 맹렬히 해보겠다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어디까지나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음을 거부할 수는 없다.

 

 

3월 22일의 내 책상. 예전에 공부하던 방식의 원문이 인쇄된 파일이 놓여 있다.

 

 

 

하던 방식대로 공부하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가 잘 될 리는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7년 정도를 멈췄다 해도 예전에 공부하던 관습이 있다는 것이고, 한문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과거에 해오던 방식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제껏 해온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 방식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취한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에겐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3월에 학교에 오고 나서부터 줄곧 그런 방식대로 해왔다. 어쨌든 다시 시작하는 만큼 경서는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그걸 모두 다 본 후에야 다음을 나갈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생각이 분명하지만, 그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고 3월에 하는 둥 마는 둥 논어를 일독하긴 했다.

 

 

 

봐도 모르고 안 봐도 모른다

 

그러다 하나의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竹塢記는 예전에 공부할 때부터 좋아하던 글이었고 다시 공부하게 되며 자연스레 다시 읽은 글이기도 했다. 경서만 읽는 것으론 시간이 매우 많이 남기에 박희병 선생의 연암을 읽는다를 함께 읽을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연암의 글도 보게 되고 한문실력도 늘어가게 되니 일석이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하던 대로 프린터를 해왔고 하나하나 봐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다겸이가 죽오기의 문장을 보며 어느 부분이 해석이 잘 안 된다며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해석해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호기롭게 달려들었다가 막히고 말았다. 이걸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한문이란 한 번 봤다고 해서 해석해봤다고 해서 아는 건 아니란 거였다. 봐도 모르고, 역시 다시 봐도 모른다. 더욱이 눈으로 보면서 해석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이쯤이면 됐다라는 심정으로 멈추는 건 더 바보 같은 짓임은 부연설명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밤까지 공부하고 내려가는 느낌 상쾌도 하다.  

 

 

 

블로그를 활용하기로 생각하면서 바뀐 것들

 

그렇다면 좀 더 부담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한 번 봐서 제대로 알려고 할 게 아니라, 시간 날 때마다 보는 것도 괜찮고 좀 더 접근성을 높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던 때에 스터디를 시작했다. 421일부터 시작했다. 아직 스터디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듯하다. 잘 모르니, 그리고 많이 부족하니 라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거인의 어깨를 타고 간다는 생각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다.

거기서 우리 한시를 읽다를 같이 보게 됐는데 처음엔 늘 하던 방식대로 노트에 요약을 해서 스터디를 할 때 요약본을 중심으로 얘기하는 방향으로 했다. 그렇게 한 주 해보고 나니, 그리고 그 전주부터 블로그를 활용하여 맹자를 올린 경험이 있고 보니, 생각이 꿈틀대고 시작했다. 그건 이것도 블로그에 올려볼까하는 거였다.

생각은 단초가 되고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작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거대해지고 확장되며 연결된다. 그러니 생각이 앞서 나간다고 나무랄 게 아니라, 그 생각이 어디까지 나아가는지 지켜볼 일이고, 그 생각의 흐름을 파악해볼 일이다.

결국 우리 한시를 읽다를 문서작업하기 시작했고, 스터디가 끝날 때마다 업로드는 물론 개별 시들까지 하나하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내가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427일에 첫 업로드를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하나하나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해나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힘껏 쌓아가자

 

그게 쌓이고 쌓여 결국 1014일 오전에야 대단원의 에필로그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두 번의 스터디를 하면 끝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분명한 건 다 정리했다고 해서 아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고, 이렇게까지 했다고 해서 완벽해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단지 하나를 끝냈다는 것이고, 이렇게 문서화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좀 더 접근성이 나아졌고 다음에 다시 한 번 보더라도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그때 공부하던 것을 바로 바로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하다 보니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하나의 생각은 분명하게 든다. 그건 뭐니 뭐니 해도 이미 정리해뒀으니 다음에 다시 보게 될 땐 좀 더 편안하겠다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만큼 시간이 단축되고 이것들을 잘 갈무리하면 그 잠재적인 파워는 엄청나겠다는 기대감이다. 정리의 묘미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정리할 당시엔 시간이 들고 힘들긴 하지만, 이것들을 모아놓고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힘이 된다는 점에 있다.

한 권 한 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누적해, 축적해나갈 것이다. 그게 임용 점수와 무관하다 할지라도 언젠가 시너지가 날 거라 믿는다. 그게 아니더라도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정리할 때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시는 늘 어려웠는데 소화시평스터디와 이 책으로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인용

지도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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