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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18.10.17 - 정식공고문을 보고서 본문

건빵/일상의 삶

18.10.17 - 정식공고문을 보고서

건방진방랑자 2019. 12. 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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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공고문을 보고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임용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쯤엔 정식공고가 나온다는 것을 아니 말이다. 하지만 엊그제 다겸이와의 대화가 어찌 보면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6시에 내려가면서 나눴던 얘기다.

 

다겸: 지금쯤이면 정식 티오가 나올 때가 된 거 같은데....

건빵: 그러게 아마 이번 주 금요일에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주부턴 원서접수를 할 거고..

다겸: 그렇진 않을 거야. 공고가 나오고 조금 있다가 조금 시간을 둔 다음에 원서접수 하거든.

 

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제 알고 보니 이미 그 당시엔 공고가 나온 상황이라는 거였다. 이걸 통해 알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정도라 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어차피 시험은 언제 볼 줄 아니까 공고문 자체에는 그다지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정식 공고를 보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다

 

그런데 재밌는 현상이 발생했다. 임고반에 있으면서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아이들의 어떤 모습에서 얼핏 공고가 벌써 나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래서 전태련 교육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정말 공고문 종합판이 만들어져 있더라. 인원이 4명 정도가 늘긴 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나는 이번엔 전북에서 보며 예행연습을 해볼 생각이기 때문이고 이미 전북에서 어느 곳 못지않게 많은 인원을 뽑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에게 좀 더 열심히 하길, 마지막 스퍼트를 내길 원한다는 뜻으로 마음이 요동치며 결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촉구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니 분명히 무언가를 보며 공부는 하고 있지만, ‘이렇게 해선 아무 것도 안 돼.’라는 생각이 선명하게 들더라.

이쯤 되면 웃긴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위에서는 공고문 자체에는 그다지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기 때문인데, 이런 감정의 변화를 통해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게 거짓말이라면 역시나 공고문을 찾아보려 하지 않았던 건 의도적인 회피라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의 난 내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임용고사를 봐왔고, 한 번도 일차를 합격한 적도 없다. 물론 2008년에 임용시험 체제가 바뀌어 객관식이 도입된 첫 해의 시험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긴 했다. 그것도 전북에서 봤다면 합격할 점수지만, 경기도에서 봤기에 눈물을 머금고 떨어져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아쉬운 나머지 하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고 실질은 그 당시에 많은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금은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한문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고 나는 좀 더 충실하게 한 걸음씩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실력적인 부분이야 지금은 이론의 여지가 충분히 있으니, 차치를 하고 좀 더 삶에 대해 직면하려는 태도가 부족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당시에도 그 당시를 기록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긴 했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일기장에 충분히 담아냈고 나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험에서 떨어졌다는 걸 알고 난 후의 나의 태도에 있다. 왜 성적을 한 번도 저장해놓고 볼 생각을 안 했으며, 왜 떨어진 문제를 다시 보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보려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실패의 경험을 안겨준 시험이기 때문에 다시는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도망가는 가운데 새 길만을 만들려 했으니, 그건 새 길일 수가 없었다. 새 길이란 조건이 충족되려면 구 길에 대한 분석이 끝나야만 그 길 위에 새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아쉽게도 나의 성적은 사장된 지 오래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실력으로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어 떨어졌는지 지금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쉽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이자 20대 후반의 모습들이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다.

 

 

10년 전 임용을 보던 날에 화이팅을 외치며 찍은 사진.  

 

 

 

직면하는 2018, 기록하는 올해

 

그런 시간들을 겪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재학교에서 근무하며 기록의 소중함,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됐기 때문일까? 확실히 올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지금은 그게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벗어나고 싶은 기억이든 머물고 싶은 기억이든 모든 걸 아울러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랬다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고. 그건 다른 게 아닐 거다. 나의 삶이란 시간도 흐를 수밖에 없고 어느새 나도 낡은 인간, 늙은 인간이 되어 있을 테다. 젊음의 한 때 그게 치욕의 순간일지라도 분명히 빛나는 순간임을 드러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 그저 언젠가 무언가 되어야만 축복할 수 있고 당당해질 수 있는 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임용을 대하는 마음도 일정부분 바뀌었다. 이 순간들에 직면하고 싶고 정식 공고가 나온 날의 나의 감홍, 원서접수를 하는 날의 나의 경험, 그리고 막상 시험을 보러 가는 날의 풍경까지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다. 거기에 덧붙여 임용시험을 보고 와선 바로 인상으로 본 임용고사 후기를 쓰며 각 문제를 어떻게 대했고 나에겐 어떤 마음을 남겼는지 현장상황을 반추하며 써나가고 싶다. 거기에 덧붙여 그 다음날부턴 임용시험 문제를 문서 작업하여 한 문제씩 직면할 생각이다. 그게 나의 과거의 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이니 말이다.

그런 변화의 일환으로 어젠 아예 시험인생이란 항목을 만들어 지금까지 봤던 임용의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나에겐 다시 오지 않을 과거의 순간들. 그게 아픔이었고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할지라도 찬란했다 표현하고 싶다. 그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이렇듯 날개를 활짝 펴고 도약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정식 공고가 나고 보니 정신이 바짝 든다. 하지만 욕심이 생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발분한다고 무언가 그럴 듯한 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의 이 감정에 충실하게 가 보련다. 삶이여 오라, 이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너와 함께 한 바탕 댄스를 춰보련다. 그게 독이 쓴 잔이라도 난 포도주처럼 마시리라.

 

 

 

 

인용

지도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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