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년 만에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다
광진청소년 센터와 단재학교 영화팀이 협업을 하고 있다. ‘중독 관련 영상을 찍자’는 목표로 2학기동안 매주 금요일에 만나며 함께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의 미팅이 있었고, 이번에는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남양주 종합 촬영소’에 가게 되었다.
▲ 3년 만에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편안하게 왔다.
원 투 엇나감, 쓰리 혼미
‘남양주 종합 촬영소’는 이미 2012년도에 다녀왔던 곳이다. 그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촬영소에 점심쯤 도착하여 세트장을 둘러보고 지원실에 내려가 음향 만들기 등의 체험을 했었다. 이번에는 그 때와는 달리 센터 쪽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줬기에 우리는 참여만 하면 된다. 더욱이 기관에서 제공된 차를 타고 편하게 가면 되니 단재학교 영화팀에겐 ‘꿩 먹고 알 먹기’, ‘롤하고 통닭 먹기’라고 할 수 있다. 9시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늦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현실은 늘 기대를 배반하게 마련인 것 같다.
상현이가 이번 주 내내 집에서 쉬다가 오늘은 모처럼 학교에 나왔다. 당연히 촬영소에 가기 위해 나왔을 거라 짐작했건만, 영화촬영소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하더라. 이게 바로 ‘하나의 엇나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 하나의 ‘메가 빅 펀치’, ‘슈퍼 로켓트 펀치’ 엇나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정훈이의 무단결석이었다. 시간이 되어 전화를 거는 데도 전혀 받지 않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버티는 거다. 어제 얘기할 때만 해도 왠지 나올 것처럼 얘기를 해서 긴장을 풀고 있었더니, 바로 이렇게 핵펀치를 날린다. 그러고 보면 정훈이는 남양주에 간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저번 주 금요일 라이딩에서 나눴던 얘기를 재구성해보자.
건빵: 아침에 안 나오고 라이딩만 참석하면 어쩔? 하기로 한 거 좀 더 분발해서 열심히 하자. (대외적인 활동이 잡힌 것이라 좀 더 긴장하라는 말투로) 그리고 다음 주 금요일엔 남양주에 가니 그땐 정말 늦지 말고 나와야 해!
정훈: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투로) 남양주에 가는 거 안 가면 안 되오?
건빵: (긴장을 하기보다 아예 안 나올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황당하다는 투로) 그래도 함께 하기로 이미 결정된 건데, 당연히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때론 같은 번개가 쳐도 깜짝 놀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여기서 깜짝 놀라게 되는 이유는 번개가 쳤느냐 치지 않았느냐, 치는 소리가 컸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그런 건 하나의 요소일 뿐, 주체의 놀람과는 크게 상관없다. 그렇다면 어떤 때 놀라게 되는가? 그건 바로 ‘예측치 못한 순간’에 번개가 칠 경우에 놀라게 된다. 예측된 상황에선 마음의 동요든, 신체의 격한 반응이든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고 깜짝 놀라며 꽁꽁 감싸 안아둔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정훈이가 날린 ‘또 하나의 Big 엇나감’은 나를 사정없이 흔들었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으며 깊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감정’에 몸서리치게 했다.
▲ 3년 전엔 우리의 계획에 따라, 지금은 전혀 새로운 계획에 따라. 그래서 삶은 모르게 그렇게~
JSA 촬영하기
하지만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서 끄집어 데려갈 수도,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었다. 왜 당사자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한 짜증은 주변 사람들의 몫이어야 하는지, 이럴 때면 기운이 소진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쩔 텐가, 이런 상황이면 너도 나도 감내하고 그럼에도 온 아이들을 위해 맘을 다독여야 하는 것을.
9시가 넘어 출발한 차는 한 시간 가까이를 달려 촬영소에 도착했다. 촬영소 초입길에 있는 시네극장에선 『연평해전』이 상영되고 있다. 셔틀버스 주차장까지 올라와서 잠시 기다리니, 강사님이 계단을 통해 올라오시더라.
강사님은 유쾌하신 분이셨다. 오늘 체험하기로 한 것은 ‘시네에듀투어’다. 강사님은 적절히 개그를 섞어가며 아이들과 금세 친해졌고, 어색한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주셨다. 이래저래 아침부터 ‘어긋남’을 맛보며 심신이 파김치가 된 나에게는 나름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바로 ‘남양주 종합 촬영소’ 홍보영상을 봤다. 아무래도 한국영화의 메카는 충무로였으나, 인구 과밀화로 촬영 여건이 불편해지게 되자 서울 근처의 촬영소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남양주 종합 촬영소를 세운 게 아닐까 싶다.
▲ 강사님은 유쾌 상쾌 통쾌했다. 강우석 감독 영화 [강철중]에서 스텝으로 참여했다고 하더라.
촬영씬은 남한 병사와 북한 병사가 처음으로 공동경비구역에서 조우하여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는 장면이다. 송강호는 이병헌을 보고 “야야 구림자 넘어와서야~ 조쉼하라”라고 말하며 기선제압을 하자 이병헌이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씬이다.
우린 카메라, 붐마이크, 남한병사와 북한병사 복장 등을 짊어지고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두 번 촬영을 했는데 한 번은 ‘감독-김민석 / 붐마이크-건빵 / 남한병사-오현세 / 북한병사-양준영 / 메이킹필름-전찬혁’이 맡았고, 또 한 번은 ‘감독-오현세 / 붐마이크-전찬혁 / 남한병사-양준영 / 북한병사-김민석’이 맡았다. 영화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실수를 하긴 했지만 강사님이 잘 지도해주셔서 촬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민석이는 완벽주의로 한 씬당 10번 정도 촬영했고, 현세는 2번 정도씩만 촬영하며 “OK!” 싸인을 했다. 정식 영화 촬영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영화를 촬영하는 기분으로 A~Z까지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민석 감독의 작품. 한 마음 한 뜻으로 작품 만들기.
▲ 현세 감독의 작품. 이제 나름 익숙해졌으니 분발 분발~
▲ 이 사진은 왠지 모르게, [나의 독재자]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 영화 촬영을 기념하며 단체로 사진을 찍다.
▲ 우리가 찍은 영상들. 이걸 편집하여 주진 않지만, 귀중한 자료들이다.
▲ 옆에 있던 전시물. 실제로 가동된다고 한다. [서부전선]이란 영화에 쓰인 소품이란다.
▲ 정말 다채로운 체험을 했다. 영화의 '영'자도 몰랐으나 이젠 'ㅇ' 정도는 알 것 같다. 우리의 체험을 담아본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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