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네 에듀 튜어로 ‘공동경비구역JSA’를 찍다
그 다음으론 후시녹음後時錄音을 했다. 후시녹음이란 촬영된 장면을 보며 음성을 다시 녹음하는 작업이다.
▲ 동시녹음이 가능해지면서 후시녹음은 없어진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있더라. 그럼에도 자기 연기에 입을 맞추는 건 대단하다.
후시녹음
동시녹음同時錄音이 불가능하던 시절에 많이 하던 작업인데, 지금처럼 동시녹음이 가능한 시대엔 사라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후시녹음은 여전히 있더라. 강사님은 『카트』의 후시녹음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현장 녹음 상태가 안 좋거나 감정이 잘 살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후시녹음을 한다고 얘기해줬다.
후시녹음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처럼 과장된 억양으로 뭔가 어색하게 녹음된 이미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연기와 함께 목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고, 후시녹음을 하면 아무리 잘했다 할지라도 어색할 거라는 선입견 같은 게 있었다.
우리가 녹음하게 된 영화는 『말아톤』이다. 초원이가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면서 엄마와 함께 파이팅을 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씩 돌아가며 녹음을 하여 영화와 함께 재생하는 작업인데, 우리는 전문 배우도 아니고 그 장면에 대한 이해도가 아무래도 낮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결과물은 뭔가 그럴 듯했고, 후시녹음을 통해 음성을 입히니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이런 경험을 하고보니, 후시녹음도 나름 영상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인쇄된 종이를 보며, 장면과 맞춰 대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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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 체험
폴리foley는 2012년도에 왔을 때도 체험했었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그땐 그게 뭔지도 모르고 체험했다는 것이고, 지금은 폴리에 대한 영상을 본 후 체험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소리는 좀 더 그 상황을 풍부하게 살릴 수 있는 소리라는 점이다. 차문을 닫는 소리나 눈을 밟는 소리 같은 경우 그대로 현실의 차문을 여닫으며 눈을 직접 밟으며 녹음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꼭 그런 게 아니다. 녹음된 소리는 오히려 더 어설프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운드 엔지니어’는 현장의 소리를 제대로 잡아내기 위해 소리를 찾아다니고, 그 소리와 비슷하지만 더욱 극적인 소리를 찾아다닌다. 그래서 차문을 여닫는 소리를 내기 위해 밥솥을 활용하기도, 눈 밟는 소리를 내기 위해 포대에 전분을 넣어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영상에 쓰이는 소리를 찾아다니는 직업을 다룬 영화가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맡은 역인 셈이다.
우린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영화를 보며 각자 맡은 소리를 녹음했다. 민석이는 여자 구두를 신고 전지현의 발동작에 맞춰 소리를, 현세는 미닫이문을 여닫으며 문소리를, 나는 책장을 빨리 넘기는 소리를, 준영이는 밥솥을 여닫으며 차문 소리를, 현세는 차광막 같은 것이 널려 있는 곳을 달리며 풀밭을 달리는 소리를 냈다. 소리를 입힌 후에 영화를 보니 뭔가 소리가 맞지 않아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잘만 맞으면 뭔가 더 현실적으로 보이더라. 역시 영화는 소리와 영상의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 폴리는 영상을 더욱 생동감 넘치게 만든다. 소리와 영상의 예술, 그게 영화라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다.
모든 작품은 그 작품을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 때 탄생한다
저번엔 그냥 관람을 하러 온 수준이라면, 이번에는 제대로 영화제작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영화란 게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강사님은 드라마의 경우 시간이 늘 촉박하기 때문에, 후작업을 거의 하지 못하고 내놓다 보니 아무래도 완성도 부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영화의 경우 후작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촬영에서 미비한 부분 중, 영상은 CG로, 음성은 후시녹음이나 폴리로 매울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걸 그냥 상식적으로만 알았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역시 다양한 소품이 있는 창고를 둘러보고, 영화의 기초인 조트로프를 봤다.
▲ 크로마키를 통한 특수효과를 체험했다. 민석이와 현세가 정말 벽을 타는 느낌이다.
영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모르는 것 투성이고,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며 알아가고 있는 단계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알아가며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재밌다. 아침에 두 가지 엇나감이 뭔가 힘을 잃게 만들었다면, 촬영소에서의 체험은 ‘뭔가 배워가는 즐거움’, ‘함께 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며 힘을 솟게 만들었다.
▲ 정말 다채로운 체험을 했다. 영화의 '영'자도 몰랐으나 이젠 'ㅇ' 정도는 알 것 같다. 우리의 체험을 담아본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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