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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스터디 뒷풀이 - 2. 언젠가 사라질 장미로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본문

건빵/일상의 삶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스터디 뒷풀이 - 2. 언젠가 사라질 장미로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건방진방랑자 2019. 12. 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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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젠가 사라질 장미로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1차 모임은 삼겹살을 먹으며 시작됐다. 고기를 구워 맛있게 먹고 있으니 문수 선생과 함께 운호가 들어오더라. 문수는 작년 2차 수업실연을 준비할 때 형태형 팀에 같이 배정되었기에 알게 되었다. 지금은 임실에 있는 중학교에서 근무하며 네 군데 학교를 순회 다니고 있다고 하더라. 올해 첫 발령을 받은 초임교사로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텐데 오늘은 교수님과 저번에 종강 모임을 하게 되면 꼭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 이 치료를 받고 있어 삼겹살은 일절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는 말에 김형술 교수에 대한 의리 같은 게 느껴졌다. 문수는 삼겹살을 먹을 때만 함께 있다가 자리를 옮길 땐 임실로 떠났다.

 

 

맛있는저녁, 그리고 우리들의 흔적.   

 

 

 

시끄럽지 않은 2차 장소를 찾아

 

2차로 자리를 옮기려 할 때 교수님은 어디로 옮기면 괜찮을지를 물어보셨다. 그러자 여경이는 역전 할머니 맥주가 괜찮을 거 같아요.”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곳은 너무 사람들이 많아 시끄럽기에 이곳처럼 조용해서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좋겠다고 하시더라. , 교수님은 형식적으로 그냥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이렇게 모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였으니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원하셨던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공간을 좋아한다. 너무 많은 잡음이 들리고 술을 마시며 한껏 업되어 시끄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곳이 아니라,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듯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좋다.

단재학교에 처음 왔을 때 교원 연수 차원에서 부산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이왕주 교수를 만나러 갔었다. 그때도 처음에 갔던 곳은 횟집이었는데 어찌나 시끄럽던지 무슨 말을 하는지 엄청 집중해야만 겨우 5/10 정도만 들릴 정도여서 이야기를 듣기보다 먹는 것에만 집중했었고 2차로 해운대에 있는 술집으로 옮기자 조금 조용해져서 그제야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던 경험이 있다. 사람들이 만나 이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도 분명히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먹고 마시자는 의미로 만난 것은 아니니 조금이라도 조용한 곳에서 한 마디라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알 수 있었다. 이처럼 교수님의 바람도 여기에 있었던 것이겠지.

그래서 밖으로 나와 문수를 보내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고기집 맞은편에 있는 가게를 보니 손님이 한 팀도 없더라. 그러자 교수님은 저 곳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셔서 그곳에 들어가 2차를 진행하게 됐다. 사람이 없으니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고 8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는 게 그 다음 장점이었다.

 

 

2차가 시작되었고 새 기분에 술도 술술. 

 

 

 

언젠가는 사라질 장미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

 

들어가선 여러 안주를 시키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 깊은 인상을 안긴 얘기는 뭐니 뭐니 해도 교수님의 아내분께서 만들고 있는 패치워크patchwork라는 예술작품에 대한 것이었다. 패치워크란 직물들을 이어 붙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기법인데 이런 예술작품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됐던 것이다. 작품 자체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두 가지 스토리텔링이 여러 가지 감상을 자아냈다.

첫째 장미를 붙여 만든 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장미란 조화를 말하는 게 아니라 생화를 말한다. 즉 살아있는 장미를 커튼에 여기저기 배치하여 만든 것이니 마치 장미커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그건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미묘한 심리와도 연관된 것이다. 작품이란 무언가? 그건 남에게 나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며 마치 산고의 고통을 느끼는 임산부처럼 온갖 고민 속에 한 땀 한 땀 혼을 담아내는 과정이 아니던가. 그러니 작품이란 나의 예술혼이 발현된 것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작품은 당연히 길이길이 남아 나를 증명해주길, 그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의미를 남기길 바라는 건 인지상정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우리에게 여러모로 추앙받는 작품들은 긴 시간 동안 살아남아 우리에게 오묘한 감상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대다수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처럼 생화로 작품을 만들 경우엔 이런 상식을 철저히 벗어나게 되어 있다. 생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들어갈 것이고 언젠가는 완전히 흔적조차 감추게 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지금 당장은 작품으로서의 의미는 지닐지 모르지만, 완전히 사라진 뒤엔 더 이상 작품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이걸 과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사모님의 패치워크 작품. 새로운 기법이라 눈을 더 휘둥그레하게 만든다(유한달_10시_패치워크_150×165cm_2013).  

 

 

 

작품은 만들어진 시간과 함께 온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얼핏 139월에 단재학교 영화팀과 함께 관람했던 정서영전에서 학생이 당돌하게 던진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해 성심성의껏 대답해준 정서영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선 그때의 대화를 들어보자.

 

 

이건호: 나무탁자를 제가 봤는데, 제가 알기로는 낙서하고 막 그런 건데,

정서영: 나무 쫙쫙 긁어 놓은 거요?

이건호: ! 줄그어 놓은 거요. 어떻게 하면 예술이 되는 건지?(관중 웃음)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 궁금해 가지고. 우연히 보면 어떤 얘가, 양아치가 낙서해 놓은 것 같잖아요. 그걸 예술이라고 하니까, 어떻게 왜 예술이 되는지?

정서영: 글쎄요. 분명히 예술이다, 아니다 갈리는 순간은 그렇게 분명하게 답을 갖고 있지는 않을 거 같아요. ‘지금 이게 왜 예술이지?’하는 질문은 어떻게 이런 모양새가 예술이지?’라는 질문과 같잖아요. 내가 아는 예술의 모양새는 이런 건데, ‘적어도 이런 모양새는 갖춰야지 예술이지하는 이런 거잖아요. 근데 사실은 그런 모양새 자체는 사실은 예술인 것 같지만, 예술이 아닌 것이 되게 많고요. 그래서 사실은 그런 모양새로 판단한다고 하기보다도, 이런 모양새가 무엇을 맞춰서 왔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이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에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수는 있는데요.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간과 함께 오기 때문에, 그 부분을 살펴볼 수밖에 없어요. 이제는. 그래서 그것을 통해서 예술인지 아닌지, 예술일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겠죠.

 

 

이 대화에서 나의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흔들어재낀 말이 바로 작품은 만들어진 시간과 함께 온다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우린 작품의 결과물만을 보며 그 작품을 평가하기에 바빴지만 실상 작품은 결과물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고민의 과정, 그리고 만들던 순간의 과정들이 모두 어우러져 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커튼에 붙인 장미라는 작품도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보고 평가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울러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란 개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이야말로 완성되어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으려 했다기보다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그 모습 전체를 작품으로 구성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됐다. , 이 작품의 특징은 시간은 흐르고 모든 건 변해간다라는 지극한 사실을 작품으로 구현해놓은 거였다. 그리고 그건 마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그래서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모한 예술작품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시간을 담아낸 작품, 바로 여기에 예술의 또 다른 진면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나의 첫째 감상이다.

 

 

건호가 이 작품을 보고 위와 같은질문을 던졌고 당황스런 질문에 정서영씨의 진심이 묻어났다.  

 

 

인용

목차

지도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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