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밌고 신나던 한시 스터디를 함께한 인연들
임용고사 1차 시험이 끝나고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작년 같으면 1주일 사이에 지금은 군대에 가있는 단재학교에서 근무할 때 인연을 맺은 건호가 전주에 찾아와 1박 2일 동안 시간을 보냈고 김형술 교수님과 중화요리집에서 공부에 대한 화끈한 대담을 나눈 회식이 있었으며 청주에 마련된 ‘The 앵두’란 공간을 방문하여 앵두님의 근황을 청취하기도 했었다. 오랜만에 자유의 시간이 남은 만큼 그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연거푸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핸 그렇게 활달하게 외부활동을 하진 않은 채 일주일이 흘렀다.
▲ 작년엔 시험이 끝나자마자 1주째엔 정말 바쁘게 지냈다.
어색하지만 그럼에도 참여하는 이유
김형술 교수님과의 만나는 일은 충분히 할 만한데도 하지 못한 이유는 교수님이 스터디원들과 함께 맥주파티를 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쯤 하려나 기다리고 있었더니 시험이 끝난 지 2주일이 되는 12월 3일의 화요일 저녁에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시간을 아기다리고 또 고기다렸다.
▲ 기다렸던 저녁 장소를 찾아 갑니다.
이 날은 6시 30분에 전주대 신정문 근처의 먹자골목에 위치한 고산한우에서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나는 6시 20분에야 집을 나섰고 음식점에 도착하니 이미 교수님과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이런 자리를 은근히 좋아하지만 예전의 나였다면 꺼렸을 것이다. 4학년 학생들과는 스터디할 때나 회식을 할 때 마주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기에 친밀하게 말한 적은 없기에, 어찌 보면 이런 자리는 교수님과 4학년 학생들의 의기투합의 자리로 남겨두고 나는 빠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불청객이 되지 않는 상황을 은근히 좋아한다. 변태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의 자세는 어색한 관계, 익숙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생의 변곡점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데엔 에피쿠로스의 ‘클리나멘Clinamen’의 인연론을 깊이 체득한 데서 기인한다. 작년에 갑작스레 임용을 다시 준비하게 된 것이나, 교수님들이 하는 스터디에 참여한 것이나, 5월 18일에 교수님이 갑자기 제안한 생맥파티에 참여한 것이나, 6월 6일에 2학년 학생들과 내소사와 관음봉에 트래킹을 간 것이나, 하는 모든 것들은 모두 계획에서 벗어난 계획이자, 인연에서 엇나간 인연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엇나가고 삐거덕대며 휘청거리는 이 상황들을 무한정 긍정하며 좋아한다. 그렇기에 이 순간 만나는 모든 것, 그리고 하게 되는 모든 일들에 충실히 의미를 부여하며 달라붙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었기에 이 날도 자리에 함께 참여하며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서 먹었고 교수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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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 스터디를 찾아와 하게 됐고 교수님과 2학년 아이들과 내소사에도 갔었다.
각별한 스터디
이미 여러 글(한문이란 늪에 빠지다 / 소화시평 책거리 / 방학 중 서사한시 스터디를 마치며 / 뜨거웠던 한문 스터디를 마치다)에서 밝혔다시피 올해 스터디는 더욱 각별한 느낌이 있다. 나를 비롯한 현종이나 운호, 지인이와 예진이 같은 졸업생들이 몇몇 참여하긴 했지만 4학년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올 한해가 알차게 꾸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놀란 점은 1월부터 스터디가 시작됐고 한 주에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씩 스터디가 진행됐는데 4학년 아이들은 방학 중이라 쉬고 싶을 텐데도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꼬박 채웠다는 사실이다. 내가 저들과 똑같은 4학년이었다면 나는 과연 참여했을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에 나는 ‘임용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뭔 스터디? 내 공부하기도 빠듯한데...’라 생각하며 한치의 여유도 없었던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아이들은 이 스터디를 중심에서 이끌어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이땐 ‘뭐 이제 1년의 시작이니까 열정이 넘칠 때이니 한 거겠지.’라고 정리했다.
▲ 왼쪽은 올해 1월에 스터디 시작할 때의 사진, 그리고 오른쪽은 11월 마지막 스터디의 사진이다.
하지만 학기 중에 진행된 스터디 때도 그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7월 방학 기간에도 한 주에 두 번씩 진행하는 스터디가 진행되었으니 열정이 언제 있었냐 싶게 사라지고 슬럼프가 찾아올 만도 하다. 당연히 1월의 스터디 때와는 달리 많이 빠질 줄 알았는데 이때도 아이들은 열정을 전혀 놓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1월 8일부터 시작된 스터디가 11월 14일에 1년의 스터디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아이들의 열정 속에 마무리 지어졌으니 어찌 감회가 없겠으며 아이들에 대한 동지애가 없겠으며 이 스터디에 대한 애정이 없겠는가.
그런 마음을 담아 이 날 열렸던 스터디 뒷풀이 회식 자리의 뜨거웠던, 그러면서도 한문에 대한 간절함이 넘실거렸던 순간들을 스케치해보도록 하겠다.
▲ 이날 1차로 삼겹살을 먹고 2차론 생맥주집에 와서 먹게 되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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