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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스터디 뒷풀이 - 3. 김지영과 크라잉넛 본문

건빵/일상의 삶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스터디 뒷풀이 - 3. 김지영과 크라잉넛

건방진방랑자 2019. 12. 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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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지영과 크라잉넛

 

교수님의 아내분이 만드신 패치워크란 작품을 보여주며 이야기해줬는데 이때 두 가지 부분에서 감상을 자아냈다. 이전 후기에서 하나는 얘기했으니 여기서 또 하나의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맛있는 안주로 우리의 모임도 풍성해지고 있다.

   

 

JOB, 또 하나의 김지영

 

또 하나의 작품을 보여줬는데 그건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 JOB이라 쓰여져 있고 O 안엔 아이를 안은 여인이 힘겹게 손을 뻗어 매우 간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작품에 대한 간단하게 설명한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얼 표현한 것인지 알게 됐으리라. 그만큼 한 장면에 효과적으로 글씨를 비치하고 인물을 배치한 덕에 우린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한복판으로 순식간에 초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뭇 아내들의 아련한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이른바 경단녀들 지금껏 쌓아온 자기만의 커리어가 있고 자신이 하고 싶고 살고 싶은 희망 찬 미래가 있음에도 불과하고 결혼을 했단 이유로, 육아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선 매몰차게 밀어낸 것이다.

 

 

유한달_JOB_패치워크_95×194cm_2013

 

 

 

최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도 바로 이런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어렵게 취직했지만 자신의 실력을 당당히 인정받으며 여자로서도 기획자로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그런 꿈은 바스라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기획자로서 그녀의 실력을 인정한 옛 직장 상사가 자신만의 회사를 만들며 그녀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한다. 아이도 지금은 어린이집에 나가고 있으니 잠시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한다면 그녀도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일을 하겠다고 남편에게 말한다. 하지만 초반에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곧바로 수용했지만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 이처럼 결혼은 두 사람이 했음에도 이 사회에선 두 사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마치 모든 건 아내의 문제인양 치부하고 강요하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줌으로 이 사회가 여성에게, 아내에게 얼마나 가혹한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바로 이렇게 잔혹한 현실을 영화는 2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 것인데 반해, ‘JOB’이란 작품에선 한 장면으로 간절한 마음을 낚아채 담아낸 것이다. 그러니 이 작품이야말로 뭇 아내들에게 보여주는 절절한 마음이자, 그런 마음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뭇 남성들에게 보내는 진심인 것이다.

 

 

올해 본 영화 중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 영화다.  

 

 

 

크라잉넛이 전해준 충격

 

이렇게 한문을 공부하러 모인 사람들이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마치 예전에 민들레 모임에 나가 다양한 관심과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밤새도록 여러 이야기를 종횡무진하며 나누던 때가 스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한문을 공부했다고 해서, 또는 임용을 공부하다고 해서 시종일관 한문얘기만 하고 임용얘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문이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감식안 속에 생산된 다양한 글이 담긴 것이듯, 우리의 관심이나 우리의 생각도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다종다양한 삶 속에 콸콸콸 쏟아 나오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한문이란 다종다양한 삶의 경험이 우러난 생각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음악 이야기로 이어졌다. 처음으로 등장한 그룹은 바로 크라잉넛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화시평 스터디 때 상권 57 악부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교수님은 지금의 악부는 시인들보다 음악가들이 노래를 통해 주로 써나가는데 그 중에서 크라잉넛이 대표적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OK 목장의 젓소란 노래를 한 번 들어보세요.”라고 알려줬었다. 그만큼 교수님은 크라잉넛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때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교수님도 어찌 보면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패턴을 지니고 있던 분이다. 정읍에서 나고 자라며 전주로 유학을 왔고 거기서 늘 좋은 성적을 받아 서울의 대학에 입학하며 청운의 꿈을 펼쳤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런 성공의 스토리대로 쭉 따라가 지금의 교수가 되었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꼰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대학 동기들이 홍대클럽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었고 그 말에 따라 한 번 따라갔다가 처음으로 마주한 뮤지션이 크라잉넛이라고 했다. 첫 모습은 머리는 번개라도 맞은 듯 노랗고 파랗고 정신이 없었고 옷도 여기저기 찢어지질 않았나 징이 박혀 있질 않았나 했다는 거였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그들을 보면 도무지 저런 패션과 몰골로 무슨 좋은 노래가 나오겠냐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미 노래를 듣기 전부터 온갖 고정관념이 마음의 장벽을 치게 만들었는데 막상 노래를 부르자 어느새 마음의 장벽은 사르르 녹아버렸고 그 노래에 심취하게 됐다는 얘기를 해줬다. 그때 교수님은 피상적으로 배우던 악부라는 시의 형식이 그들의 노래 속에서 완전히 구현되고 있는 것을 듣고서 감탄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음유시인이었고 그들은 현재 한국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그들의 노래 속에서 자유롭게 펼쳐냈던 것이다.

 

 

  교수님은 지금의 악부라고 하면서 이 노래를 추천해줬다. 음유시인이란 말이 붙을 정도로 유쾌하다. 

 

 

그로 인해 교수님이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소위 먹물 든 사람의 자의식을 깨버리게 됐다고 했다. 배운 사람에겐 배운 사람의 티가 나게 마련이다. 무얼 말하더라도 어렵게만 말하려 하고, 대중의 언어는 잃은 채 자신만의 지식을 자랑처럼 여기저기 쏟아내며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말을 강요하려 한다. 그러니 대화가 되기보단 자기가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지를 독백하는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걸 바로 먹물 든 사람의 자의식또는 배운 사람의 지적 허영이라 부른다. 교수님도 이런 식의 지식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때마침 크라잉넛과 만나며 그런 자의식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고 깨져버린 의식 사이에선 전혀 새로운 의식들이 꽃피기 시작했다. 그래서 교수님은 서울에서 개최되는 락 페스티벌에 아내분과 함께 참석하는데 마치 크라잉넛이 그랬던 것처럼 버리는 한껏 올려 세우고 징이 박힌 옷을 입고 그곳에 가서 한껏 신나게 놀고 온다고 했다. 그건 아마도 굳은 의식을 지닌, 고정관념에 빠진 지식인은 되지 말자는 발악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처럼 자유분방하게 지식과 편견 사이를 가로지르며 한껏 살아보자는 의식이 아니었을까.

 

 

교수님이 크라잉넛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인용

목차

지도

임용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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