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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율동공원 트래킹 -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율동공원 트래킹 -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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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그렇게 어렴풋이 사라져 가던 꿈이 율동공원에서 이루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운 좋게도 그곳엔 번지점프대가 있었고, 승환이는 그날따라 하고 싶다며 민석이까지 함께 하자고 꼬드겼으니 말이다. 결국 승환이는 나이가 걸려서 그렇게 하고 싶다고 외쳤음에도 하지 못했고, 민석이만 하게 됐다. 민석이는 점프를 하며 공중에서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후에 무사히 도착했다. 제법 무서웠을 텐데 당당히 해낸 걸 보니, 자랑스럽긴 하더라.

 

 

민석이의 번지점프. 겁이 났을 텐데, 정말 잘했다. 그리고 공중도보의 위용을 맘껏 보여줬다.

 

 

 

율동공원엔 최초로 느낀 죽음의 공포가 묻혀 있다

 

민석이가 잘 도착한 것을 보고 입구로 나가려던 그때, 승태쌤은 건빵쌤, 한번 해볼래요?”라고 아주 솔깃한 제안을 하더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제안을 받는 순간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잠시 멈칫했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하게 된 기쁨에 멈칫한 게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불연 듯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의 반대면엔 겁난다’, ‘두렵다의 감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기분은 흡사 국토종단을 떠나겠다며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고, 의기양양하다가도 막상 떠날 때가 되자 온갖 겁에 질려 있던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을까. 가까스로 겁에 질린 마음을 다잡고, 이런 기회를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 당연하죠라고 외치며 신청을 했다. 그 후 난 인생 최초로 나에게도 고소공포증이란 게 있구나. 그리고 그 공포증은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구나라는 것을 절감하며 몸을 던졌다.

 

 

 

줄 하나에 매달린 영혼. 그런데 여기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때 처음으로 알았다. 고소공포증의 실체를.

 

 

 

서현역에 단재 친구들 모여라

 

서현역에서 10시에 모이기로 했기에 9시쯤 집에서 나가 전철을 탔다. 서현역이라 생각하고 내렸는데, 아뿔싸! 내가 내린 곳은 전역인 이매역이지 않은가. 분명히 잘 보고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이런 실수를 하고야 만 거다. 그래도 여긴 워낙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니, 걱정이 되진 않았다. 단지 좀 늦을까봐 그게 신경 쓰였을 뿐이다. 그래서 지상에 올라와 버스를 찾아보니 서현역으로 가는 버스는 많더라. 그래서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실었고 운 좋게도 서현역에는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번 출구에 내려서 1번 출구를 찾는 건 생각보다 힘들더라. 보통은 출구 안내판이 도로에 노출되어 있어서 찾기가 쉬운데, 여긴 쇼핑몰 안쪽에 있어 안내판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헤매다가 그곳 근처에 내린 상현이를 만났고 함께 좀 더 헤맨 후에야 1번 출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두 왔고, 태기는 30분 정도 늦는다고 전화가 왔으며, 준영이와 성민이는 율동공원으로 바로 온다고 했고, 지훈이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바로 독서실로 가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먼저 온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나는 남아서 태기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먼저 온 아이들은 버스를 타러 가고 난 태기를 기다린다. 이때 쇼핑몰로 들어가려 줄서 있는 기이한 광경을 봤다. 

 

 

 

율동공원이란 쉼터에서 쉬다

 

태기는 1030분이 조금 넘어 도착했다. 재작년엔 여기서 율동공원까지 걸어갔었다. 40분 약간 넘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나무도 심어져 있는 쾌적한 길이라 걷기에 좋았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 약간 덥긴 해도 태기와 함께 걷기로 했다.

태기와 수다를 떨면서 천은정사 옆의 새마을로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15번 버스가 우리 옆에 서는 것이다. 순간 여기 근처에 정류장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당황한 채 서있는데, 승태쌤이 출입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더니 얼른 타라고 말을 하더라. 그제야 어떤 상황인지 정리가 됐다. 하지만 우린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기 때문에 타지 않고 그냥 보냈다. 그 상황이 어찌나 웃기던지 태기와 난 한참이나 그곳에 서서 박장대소를 하며 웃어재꼈다. 그건 마치 마을버스가 단재학교 전용버스나 된 것처럼 세우고 사람을 태우려 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좀 더 걸으며 오르막을 오르고 있으니, 버스가 흡사 택시처럼 우리 옆에 서는 것이다. 놀랄 노짜~

 

 

근데 재밌는 점은 먼저 출발한 팀과 30분이나 늦게 와서 걷기 시작한 우리 팀이 중간에 만나게 됐다는 사실이다. 서현역에서 15번 버스를 타는 곳이 꽤 헛갈리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정류장을 찾느라 한참이나 헤맸고, 우리는 무작정 걸어서 시간을 단축하는 바람에 이와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 버스 타는 곳을 안다면 버스를 타고 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잘 모른다면 맘 편하게 걸어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드민턴도 치면서 시간을 보낸다.

 

 

율동공원은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정말로 많았다. 더욱이 평소에 늦게 오던 준영이가 일찍 일어나 상일동에서 성민이를 만나 오는 바람에 무려 11시에 율동공원에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금껏 트래킹을 여러 번 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에 기분이 좋더라.

사람들이 이곳을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왔을 때도 여기저기 돗자리를 펴고 가족단위로, 친구단위로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고,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온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도 재작년과 거의 비슷한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점심을 함께 나눠 먹었다. 오후엔 자유롭게 배드민턴을 치고, 캣취볼을 주고받으며, 팀을 나눠 축구도 했고, 쫑이와 라비를 산책시키며 시간을 보냈다. 바쁨이 강요되고, 누구보다 하나라도 더라고 요구하는 시대에 바쁨보다 느림을, ‘하나라도 덜이라 외칠 수 있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건 축복이다.

 

 

볕 좋고 그늘 좋은 금요일 오후를 만끽했다.  

 

 

인용

목차

사진

1. 자질구레한 일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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