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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동공원 트래킹 -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율동공원 트래킹 -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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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아무래도 2년이 넘도록 트래킹이란 커리큘럼을 진행하다 보니, 웬만한 곳은 거의 가봤다고 해도 될 정도다. 물론 여기엔 전제가 여럿 있다. 첫째 우리가 아는 곳이 매우 한정적이고, 둘째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셋째 등산과 같이 힘든 곳이 아닌 좀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갈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13년엔 영화팀이 등산을 많이 갔었다. 그 절정은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것인데, 트래킹이 생기며 하지 못했다.

 

 

 

트래킹 장소를 정하며 집단지성을 맛보다

 

그래서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각자 파트를 정해 한 팀은 2학기 전체여행의 세부계획, 한 팀은 요리메뉴를, 한 팀은 트래킹 장소를 정하게 했다. 나는 트래킹팀을 맡아 함께 장소를 물색해봤는데, 갈 만한 장소도 많지 않고, 막상 가서도 할 만한 활동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껏 갔던 장소 중에 다시 갈 만한 곳을 다시 선정했고, 그걸 나머지 아이들에게 프리젠테이션했던 것이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저번에 다 갔던 곳이잖아요. 짜는 시간에 아이들이 그냥 시간 때우기만 한 건 아니예요라고 볼멘소리를 하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서 정해진 안을 놓고 아이들과 의견 조율을 하게 됐다. 아이들은 하늘공원 같이 최근에 갔던 곳(실제론 하늘공원에 가려다 그 옆에 있는 평화의 공원에 가서 런닝맨을 했음)이나 아차산 같은 단골코스는 빼고 다른 곳을 가자고 한다. 그래서 과천과학관, 한강 자전거 라이딩, 강동 허브천문공원이 채택되었다.

 

 

처음에 짠 계획. 성의는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절충하여 오른쪽처럼 바꾸었다.  

 

 

영화팀과는 여러 번 라이딩을 한 적이 있기에 라이딩을 하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들이 있어서 계획에선 뺐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먼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자는 의견을 냈고, “자전거를 잘 못 타거나, 아예 못 타는 아이는 어쩔거야?”라고 물으니, “교사 한 명은 잘 타는 아이들을 따라가고, 다른 한 명은 못 타는 아이들을 천천히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명답을 알려주더라. 이럴 때 보면 불가능이란 것도 어떻게 의견을 모으고 해결책을 강구하느냐에 따라,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단지성이란 이처럼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다. 백지장만 맞들면 나은 게 아니라, 난관에 부딪힌 상황도 머리를 맞대고 낫다. 그러니 혼자 생각하다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걸 안고서 끙끙 앓을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과 의논하여 해결책을 찾아볼 일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내 생각조차도 훨씬 명확해지는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작년 여름 방학 때 가평으로 떠난 1박 2일의 라이딩이 백미였고,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은 하이라이트였다. 

 

 

 

못할 땐 하고 싶은 게 많고, 막상 할 수 있을 땐 없어진다

 

이번 트래킹 장소는 율동공원으로 정해졌다. 여긴 201410월에 왔던 곳이다. 그냥 율동공원에서 트래킹만 하고 갔다면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 생애 최초의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됐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율동공원. 여기엔 나의 추억이 고이 묻혀 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때엔 왜 그리도 하고 싶은 게 많은지, 수첩에 빼곡하게 적곤 했다. 아마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공부만 해야 한다는 반복된 일상 때문에 역동적인 활동들이나 기이한 경험들에 끌렸던 것 같다. 이건 어찌 보면 디어 마이 프렌드문정아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한 말을 위안삼아 현실의 팍팍함을 이겨내는 것 같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한비야씨의 영향으로 국토종단이 하고 싶었고, 방송프로의 영향으로 번지점프가 하고 싶었으며, 여행 붐으로 배낭을 메고 하염없이 떠돌고 싶었다.

하지만 수험생 시절엔 돈과 시간이 없어서그걸 하지 못했고, 단재학교에 교사로 일하면서부터는 도전을 한다는 것에 시들해져서그걸 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 하겠다라는 말은 허울뿐인 거짓말임을 여실히 알 수 있다.

 

 

할 수 없을 땐 하고 싶지만, 막상 할 수 있을 땐 하기 싫다. 사람의 심리는 미묘하다.

 

 

인용

목차

사진

1. 자질구레한 일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

2. 못하게 하면 하고 싶어지고, 하게 하면 하기 싫어진다

3. 번지점프하던 그곳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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