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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서울숲 트래킹 -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서울숲 트래킹 -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건방진방랑자 2019. 12. 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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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학교 등교 시간은 850분까지이지만, 트래킹은 그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있고 출근시간과 겹치면 많이 힘들어지기에, 등교시간보다 1시간 늦은 10시에 모인다.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아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다. 

 

 

 

영동대교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우치다 타츠루의 말이 떠오르다

 

자전거를 타고 1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편이다. 그래서 작년 남산공원 트래킹 땐 정훈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갔으며, 올해 1학기엔 어린이대공원에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서울숲까지의 거리도 검색해 보니, 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더라.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더욱이 이 날은 무덥던 여름이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선선해져서 라이딩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달리고 있는데 영동대교를 지날 때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강 자전거길 위에서 영동대교 쪽을 보며 몇 사람이 서있었고, 영동대교 난간이 부서져 있었으며, 부서진 난간 밑으론 119 배가 떠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차가 난간에 부딪혀 한강으로 떨어졌다는 상황을 짐작케 했다.

 

 

열심히 달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강연 때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우치다쌤은 있던 것이 없어진 경우와 없던 것이 생긴 경우, 어느 경우가 더 알기 쉬울까?’란 문제를 제시하며, 삶의 비의에 대해 얘기해줬기 때문이다. “보통 변화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있어야 할 게 없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없어야 할 게 있는 것입니다. 둘 중에 어떤 변화가 더 감지하기 어려울까요? 없었던 게 생겼다면 의식하지 않아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있었던 게 없어지는 경우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결론을 맺었다.

그 말마따나 실제로 이 날은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순식간에 들었다. 여태까지는 본 적이 없는 광경을 영동대교 부근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쪽만을 응시하는 있는 사람들, 한강에서 떠있는 119의 빨간 배, 영동대교의 부러진 난간이 그것이다. 정말로 없는 게 생긴 경우는 우치다 선생의 말처럼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바로 알겠더라. 그러니 이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처럼 어쩌다 한강에 나오는 사람도 알 정도다. 그러니 없던 게 있는 건 알기에 쉽다. 

 

 

그에 반해 있던 게 없어지는 경우는 다르다. 그건 어쩌다 한 번 지나가는 경우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걸 알려면 늘 주위의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얼핏 보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관찰하듯 볼 수 있어야 한다. 반복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 그런 작은 변화를 알게 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다. 그걸 감수성이라 할 수 있고, 우치다 선생의 말대로라면 창의력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린 흔히 안 해본 경험을 하고, 다양한 생각을 해봐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우치다쌤은 반복적인 활동 속의 깊은 관찰을 통해 창의력이 생긴다고 하는 것이니 독특하면서도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있는 말이다.

사족이지만, 그 사고는 강남에서 달리던 모범택시가 중앙선을 넘어 차 두 대를 들이받은 후에 차량 주인들이 따지러 오자 그 사람들을 피해 영동대교로 달리다가 난 사고라고 한다. 그땐 그런 내막을 알 순 없었기에, 큰 일이 아니길, 그리고 한강으로 추락한 차의 운전자가 무사하길 바라며 서울숲으로 향했다.

 

 

우치다 타츠루, 무라카미 하루키, 엠마누엘 칸트의 공통점은 반복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그때 놀라운 창의력이 생긴다.   

 

 

 

서울숲에 모였으니, 일정을 시작해보자

 

한강 자전거 길에서 서울숲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찾느라 좀 헤맸다. 그런데 막상 통로 근처까지 가니 자전거 길에 이정표가 써져 있더라.

 

 

반갑게 자전거 길에 써 있다. 그러니 달리다가 이정표만 보고 들어가도 된다.  

 

 

3번 출구에 도착하니 태기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태기도 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어제 지도로 대충 알려줬음에도 헤매지 않고 잘 온 거였다. 이럴 때 보면 태기는 도전정신도 있고, 좀 헤매더라도 그런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니, 참 멋있는 녀석이란 생각이 든다. 비교를 해선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한다면 나보다 훨씬 멋진 중학생 시절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모두 모인 시간은 1015분이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에 보니, 일반학교 아이들이 많이도 오더라. 서울숲에 모여 뭔가 미션을 하는 느낌이었는데, 왁자지껄하니 보기에 좋았다.

저번 율동공원 트래킹 때는 규빈이가 강아지를 데리고 왔었는데, 이번엔 재홍이가 감자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저번과 이번 모두 강아지와 함께 하는 트래킹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응은 매우 달랐기에, 이런 반응을 유심히 보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트래킹은 알차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관해선 다음 후기에 본격적으로 얘기하도록 하고, 이번 후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몸으로 부딪히며 찾아오는 저력. 그게 태기의 장점이다. 

 

 

인용

목차

사진

1. 책 밖에 길이 있다

2. 몸과 맘이 바빠 세부계획을 못 짰습니다

3. 없어진 것과 새로 생긴 것 중, 어느 게 알기 쉬울까?

4. 서울숲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5. 서울숲에서 느낀 두 가지와 육견의 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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