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도심에게 주다
증석도심(贈釋道心)
김정(金淨)
落日毗盧頂 東溟杳遠天
낙일비로정 동명묘원천
碧巖敲火宿 連袂下蒼煙
벽암고화숙 연몌하창연 『冲庵先生集』 卷之三
해석
落日毗盧頂 東溟杳遠天 | 비로봉 정상에 해지니, 동쪽 바다는 먼 하늘이 아득하네. |
碧巖敲火宿 連袂下蒼煙 | 푸른 바위에서 불 지펴 자고, 함께 푸른 이내에 하산했지. 『冲庵先生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김정(金淨)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며, 도심이라는 스님에게 준 시로, 1516년 가을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지은 것이다.
저녁이 되어 비로봉에도 해가 지니, 동해가 어둠 속에 아득히 펼쳐져 있다. 도심 스님과 바위틈에서 불을 피워 자다가 아침이 되어 나란히 푸른 안개를 뚫고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윤휴(尹鑴)의 『풍악록(楓岳錄)』에 의하면, “이 시야말로 고금의 시인들 작품 중에 빼어나다. 이 시는 우리나라에 전무후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이상 가는 작품인데, 애석하게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알아보는 자가 없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못했던 것이다.”라는 평을 남기고 있다. 위의 시에서 보듯이, 김정(金淨)은 조선 초기 대부분 송시(宋詩)를 따랐지만 당시풍(唐詩風)의 작품을 남기고 있어 문학사적으로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허균(許筠)은 『성수시화(惺叟詩話)』 32번에서 김정(金淨)을 포함한 조선의 시사(詩史)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조선의 시(詩)는 중종조(中宗朝)에 이르러 크게 성취되었다. 이행(李荇)이 시작을 열어 눌재(訥齋) 박상(朴祥)ㆍ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ㆍ충암(冲庵) 김정(金淨)ㆍ호음(湖陰) 정사룡(鄭士龍)이 일세(一世)에 나란히 나와 휘황하게 빛을 내고 금옥(金玉)을 울리니 천고(千古)에 칭할 만하게 되었다.
조선의 시는 선조조(宣祖朝)에 이르러서 크게 갖추어지게 되었다. 노수신(盧守愼)은 두보(杜甫)의 법을 깨쳤는데 황정욱(黃廷彧)이 뒤를 이어 일어났고, 최경창(崔慶昌)ㆍ백광훈(白光勳)은 당(唐)을 본받았는데 이달(李達)이 그 흐름을 밝혔다.
우리 망형(亡兄)의 가행(歌行)은 이태백(李太白)과 같고 누님의 시는 성당(盛唐)의 경지에 접근하였다. 그 후에 권필(權韠)이 뒤늦게 나와 힘껏 전현(前賢)을 좇아 이행(李荇)과 더불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니, 아! 장하다[我朝詩, 至中廟朝大成, 以容齋相倡始. 而朴訥齋祥ㆍ申企齋光漢ㆍ金冲庵淨ㆍ鄭湖陰士龍, 竝生一世. 炳烺鏗鏘, 足稱千古也. 我朝詩, 至宣廟朝大備. 盧蘇齋得杜法, 而黃芝川代興, 崔ㆍ白法唐而李益之闡其流. 吾亡兄歌行似太白, 姊氏詩恰入盛唐. 其後權汝章晩出, 力追前賢, 可與容齋相肩隨之, 猗歟盛哉].”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223~224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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