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꿈과 희망이 어리던 학습발표회
▲ 좋은 무대를 위해 무대 뒤에서 애쓰는 사람들.
‘예악’의 능력이 기르는, 아카펠라 공연
아카펠라는 2년 전부터 하게 된 수업이다. ‘악樂’이란 게 지금까지 들려온 음을 듣고 앞으로 들려올 음을 짐작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목소리의 타자성을 발견하고 너의 목소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타자성과 자아성의 경계, 들려온 음과 들려올 음과의 어울림을 생각하며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초반엔 아이들이 힘들어 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노래를 부르며 서로 맞춰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자 어느 순간부터 장난조차도 아카펠라로 하게 됐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심심할 때에도, 서로 놀려줄 때에도 아카펠라로 화음을 맞춰 부르는 신공을 발휘했다.
▲ 무대에 함께 선 아이들.
물론 단순히 아카펠라를 한다고 이런 것을 바로 느끼게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무대에 서서 함께 화음을 맞춘다. 딱딱 맞아떨어질 정도의 수준 높은 아카펠라는 아니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함께 화음을 맞추려 노력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 무대에 서서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다른 목소리에 맞춰 낼 수 있다는 것.
밖으로 여행을 떠나 나를 찾게 하는, [낙동강-한강 자전거 여행] 영상 시청
▲ 뜨거웠던 시간들. 팔팔 끓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 순간들.
자전거 여행은 이미 53편의 여행기로 순간순간의 기록을 남겼기에 여기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단지 처음 편집한 영상이다 보니 많은 부분이 부족하긴 해도,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밝히고 싶다.
▲ 처음으로 편집해본 영상. 힘든 한달을 보냈지만 그 덕에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던 순간.
함께 어울려 무대에 공연하는 맛, [중고등판 라이어] 공연
이번 학습발표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연극이었다. 지금까진 영화팀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여 상영회를 하고 연극팀은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날엔 특별한 연극이 공연되었다.
바로 연극팀과 영화팀이 모두 함께 한 연극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연극을 해보는 것이라, 아무래도 대사처리나 행동 등 모든 게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대사를 외우고 연극을 하려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는데, 그러지도 않고 무한정 시간만 흐르고 있으니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이쌤은 고군분투해야 했다. 연습시간에 늦는 아이들을 채근하고 연습 때 장난치며 대충 하려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안내를 해주고, 어색한 부분에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은 “난 영화팀인데 왜 해야 해요?”라는 불평을 얘기하지만, 그 속엔 ‘대충대충 하려는 자신의 마음’에 대한 문제 제기는 빠져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모두 다 무대에 섰다.
▲ 아이들은 무대에 서는 순간, 혼신의 힘을 냈다. 무대가 가진 힘이자, 아이들이 가진 힘이다.
결론적으로 정말 재밌는 연극이었다. ‘라이어’를 학생들의 이야기로 꾸며, 거짓말이 어떻게 거짓말을 낳는지 유쾌하게 보여줬다. 아이들은 능청스럽게 연극을 잘했고, 자잘한 실수나 어색한 연기를 했던 승빈이는 오히려 뜻하지 않게 분위기를 확 띄워놓았다.
‘무대공포증’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무대에 서서 모두에게 보여줘야 하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번 넘어서고 나면 다음부턴 별 것이 아닌 게 되기도 한다. 연극무대는 그래서 언제나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 이번 학습발표회의 백미. 아이들은 무대에 서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되기도 한다.
지고지순한 목표가 아닌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만 걸어가면 된다
▲ 졸업식과 수여식을 통해 단재학교를 떠나는 학생들.
▲ 단재가족들의 축제의 장이었던 순간. 졸업생들도 축하해주기 위해 함께 했다.
이로써 학습발표회는 끝이 났다. 한 해 동안 이 무대에 서기 위해 달려온 것은 아니다. 이 무대는 그저 한 해 동안 해온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었을 뿐이다. 우린 때론 한 순간만으로 평가 받는 것에 민감해하며, ‘나 자신은 늘 변해가는 존재로 한 순간으로 기록해주지 말고, 긴 시간동안의 흐름 속에서 기록해주세요’라고 외친다.
그 말이 맞다. 지금 그대의 가슴이 뛰고 있고, 손에선 온기가 느껴진다면, 그대 그거면 됐다. 지금껏 나아왔던 그대로 어떤 지고지순한 목표를 향해서가 아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한 걸음씩만 나아가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 한 해를 살아온 그대, 박수 받아 마땅하다. 2016년 새해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나아가보자.
▲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함께 모였다.
▲ 단재 가족 2015년 한 해도 애쓰셨습니다. 내년에도 신나게 살아봅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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