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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한문을 전공하고서 영화교사가 되다 -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건방진방랑자 2019. 12. 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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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단재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지도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처음에 근무할 때만 해도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교사로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과 함께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2015년에 광진과 협업을 하며 남양주종합촬영소에 가서 영화촬영 체험을 하고 나서.   

 

 

 

지나보니 더욱 의미가 깊었던 과거의 순간들

 

어떤 일을 시작할 땐 꼭 그와 같은 기대와 걱정이 한 묶음으로 들게 마련인 것 같다. ‘기대에 방점을 찍으며 나에게 임박해오는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고, ‘걱정에 방점을 찍으며 나에게 닥쳐오는 삶을 버거워할 경우엔 삶이 한 순간도 편할 수가 없구나라는 말로 저주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 당시엔 어느 것에 방점을 찍고 삶에 직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벌써 5년이나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삶은 한 순간도 내 맘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저주이거나 고통의 나날은 아니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고, 그것대로 나름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엔 동섭쌤트위스트 교육학아마추어 사회학이란 강의를 연달아 들었었다. 그 강의는 지금껏 당연시해온 것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새로운 생각이 샘솟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단연 맘에 든 내용은 뭐니 뭐니 해도 사후적 지성이라는 말이었는데, 그건 계획적으로, 사전적으로 이미 안전하고 좋다고 판명된 것만을 하려는 나를 깨부수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모든 건 결코 사전적으로 정의내린 대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전에 이미 알 수 있는 건 뻔하디 뻔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저 삶이 임박해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면 되고, 그런 흐름들을 받아들이며 나아가면 된다. 그런 후에야 삶을 되돌아보며, ‘사후적으로 정의 내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둔촌동 단재학교 영화팀 방의 모습. 영화 후기를 벽에 게시해놨다.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사람이 영화팀을 맡다

 

사후적으로 단재학교에서 지낸 5을 되돌아보면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무엇 하나 쉽지도 않았지만 그런 만큼 값진 선물과도 같은 나날들이었다.

 

그 중에서 단연 최고의 선물은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영화 교사였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영화는 그저 시간이 날 때 즐기는 호사취미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간은 영화를 자주 볼 수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고,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란 생각만 있었기 때문에 자주 접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나의 전공은 한문교육으로 지금껏 한문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재밌게 전해주며 가르칠까?’만을 고민했으니, 영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먼 상황이었다.

 

그런데 영화의 영자로 모르는 내가 영화팀을 이끄는 교사가 되었다는 것이야말로 단재학교의 교육철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교사는 사범대를 졸업하여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그만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한 치도 어색하지 않은 말이다. 그래서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가 교육학의 여러 과목을 배우며 교육적인 마인드를 다지고, 전공과목을 익히며 교육과 전공을 어떻게 매칭하여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과목이 되도록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거쳐 교단에 설 때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교사가 되며, 교사 스스로도 전문성 있는 교사가 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교사의 전문성이나 지식이 오히려 장벽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학생을 대하기 전부터 학생은 이러이러하다는 고정관념이나 지식이 있어서, 오히려 학생을 제대로 보기 전부터 편견으로 대하게 되며, 지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학생들을 너희들은 아무 것도 모르니, 많이 알고 있는 나를 무조건 따르라는 강압적인 태도로 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교사상은 산업화 시대엔 먹히는 교사상이었다. 교사가 전지전능한 모습으로 학생들 앞에 서서 정해진 지식들을 나열하여 가르쳐주고 그것만을 맹목적으로 암기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하나의 정해진 길만 있는 것은 아니며, 지식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욱 급변할 수밖에 없어 하나의 것만을 맹목적으로 가르치는 행위는 오히려 아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에서 배웠던 지식들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학교에서 접하는 상황엔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이다.

 

 

 

한문을 전공하며 한문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람이 영화로 수업을 하게 됐다.  

 

 

 

인용

목차

1. 한문전공자가 영화 교사될 수 있는 이유

2. 영화란 주제로 아이들과 5년간 뒹굴며 알게 된 것

3.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2~2014

4. 영화팀의 좌충우돌기: 2015~2016

5. 송파마을예술창작소에서 준 새로운 도전

6. 진규와 종연이와 함께 공모사업 신청서를 완성하다

7. 2017년에 쓰게 될 영화교사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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