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임승빈과 이건호
임승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 헤매다
승빈이는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많이 힘들어 하는 편이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대학에 가라’고 얘기한다고 한다. 이때의 대학이란 당연히 인서울 대학이며 심지어, ‘고려대 영상학과’를 지명하기도 한단다. 아버지는 어떨까? 아버지는 어머니의 의견에 동의하시며, 성공회대 정도로는 성에 안 차니, 10대 대학에 들어가길 바란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들의 마인드를 알기 때문에, 승빈이는 단재학교에 굳이 다닐 필요가 없이 입시학원에 가면 되지 않냐고 묻기도 했단다. 하지만 어머니는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며 반대하셨다고 한다. 원하는 것과 현실의 것이 일치하지 않으니,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위의 상황과 같은 하나의 장면이 있다. 작년 대안학교 연극축제가 끝나고 카페로 이동할 때였다. 승빈이는 발표회 장소에서 나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찾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이 ‘무언가를 궁금해 하고 탐구하는 모습’으로 보여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는데, 어머님이 한 마디 하신다. “얘는 만날 이렇게 지도만 쳐다봐요.” 이 말의 뉘앙스는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한 마디로 풀면, ‘그런 쓸데없는 것에 너무 신경 쓴다’는 정도의 말이었으니 말이다. 승빈이의 장점이 어머니에겐 쓸데없는 것이거나 단점으로까지 보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갈등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건호: 맞서느니, 피한다. 그러다 파한다
건호는 지금껏 무언가를 계속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자신이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환경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무언가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당연한 듯 든 것이다. 긍정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기보다 부정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며 지내온 것이다.
이때의 주제도 당연히 ‘왜 하기 싫은가?’하는 것이었다. 정답은 없지만,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이기 때문에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정적인 말이 나왔다. “아빠가 오히려 저의 일을 반대하신다면, 오히려 더욱 더 하고 싶어질 거예요” 이 말이야말로 건호가 지금껏 어떤 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왔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자신이 원하기 전에 모든 것들이 주어졌다. 그러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긴 커녕 왜 그걸 해야 하는지 짜증만 생기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에 ‘난 늘 불평불만만 많은 사람이야’라는 고정관념도 생긴다. 원하지 않은 것이기에 피하고 피하다보면 어느 순간엔 파하게 되는 것이다. 건호의 악순환은 이런 상황들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현실이지만 건호의 가능성은 바로 그 속에 있다고 믿는다. 지리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보여줬던 리더로서의 모습이 그 가능성이다. 원하기 전에 주어진 것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지면 그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나름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있기 때문에 교사와 부모의 긍정적인 기대감이 맞부딪히면 그만큼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인용
1. 김민석과 송지민
2. 오현세와 박주원
3. 임승빈과 이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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