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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 - 4. 학교 상담의 한계를 넘어 우리 모두 함께 커간다 본문

학교/단재학교 이야기

우리는 단재학교 영화팀이예요 - 4. 학교 상담의 한계를 넘어 우리 모두 함께 커간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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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교 상담의 한계를 넘어 우리 모두 함께 커간다

 

학교 상담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학교 다니던 시절, 교무실에 가야 한다는 것은, 더욱이 상담을 한다며 가야 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획일화된 성적으로 나의 위치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도 교사의 머릿속엔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니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하여 나의 길을 찾아간다기보다, 이미 정해진 길을 받아들이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의 학교 상담 시간은 상담을 빙자한 교사 독백 시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조례 훈화라든지 식전에 내빈으로 오는 시의원의 축사 같은 것이 그 전형이죠. 그런 말을 듣는 것은 고역입니다. 인간이라면 고통을 느끼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거기에도 역시 이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문이 닫힌 말이라는 것은 앞에서 쓴 것처럼 듣는 이를 향해서 당신은 없어도 돼!”라고 고하는 말을 가리킵니다. “당신이 내 말을 이해하든 이해하지 않든, 당신이 있든 없든 나는 지금과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라는 외침을 듣고 상처받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 우치다 타츠루, 박동섭 역, 스승은 있다, 2012, 민들레 출판사

 

 

내가 상담을 가기 전부터, 이미 교사의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 내가 어느 때 그 자리에 가더라도, 그리고 나 외에 다른 사람이 가더라도 교사의 말은 테이프에 녹음된 음성처럼 변화가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시간성, 개별성이 말끔히 거세된 독백만 가득한 시간을 탈피해야 상담을 하는 의미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대한 학생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했다. 그 성과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그게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들도 이젠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상담을 하자고 하니, 아이들의 반응은 무에 그런 걸 하노?’라는 듯한 못마땅한 반응이었다. 이제껏 함께 해온 사람이기에 새삼스럽게 상담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평소에 친하게 지내온 사람이 갑자기 진지모드로 우리 얘기 좀 할까?”하면, 반가운 마음보다는 무언가 폭탄선언을 하려나 보다하는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아이들도 내가 상담을 하자고 했을 때, 이와 같은 두렵고도 별 걸 다한다는 느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진행된 상담이니, 과연 얼마나 자신을 제대로 드러낼 것인가 하는 부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씩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아이들이 보인 모습은 평소에 보아온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회피하거나, 침묵을 지키거나, 상대방을 탓하며 물러서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자신의 입장이 받아들여지길 바랐으며, 자신이 걱정하는 부분들이 가감 없이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이건 분명히 아이들이 성장한 한 단면이다.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봤자 남에게 놀림감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담 시간만큼은 그런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사하게도 이런 태도로 상담을 하며 1시간 정도를 이야기하며 조금 더 서로를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상담이란 그냥 이야기가 흘러넘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을 테고, 어느 부분에선 편견이나 고정관념들이 작용하여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하며, 가까워지며, 알게 되는 걸 거다. 학생이 성장하는 만큼 나의 성장도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상담 기록을 마무리 짓는다.

 

 

 

 

인용

목차

1. 김민석과 송지민

2. 오현세와 박주원

3. 임승빈과 이건호

4. 학교 상담의 한계를 넘어 우리 모두 함께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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