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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 - 2. ‘철’ 들지 마란 말야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 - 2. ‘철’ 들지 마란 말야

건방진방랑자 2019. 12. 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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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들지 마란 말야

 

공주도 처음엔 평범한 공주였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 속 공주였다. 하지만 약간 다른 게 있었다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왕자만 기다리지는 않았다는 것. 품위 있는 공주가 되기 위해 자신의 욕망(함부로 울어선 안 되며, 왕성한 호기심이 있어도 안 된다. 그건 천박한 짓이니까)들을 거세해 나가야 했고 왕실규범에 따라 행동을 정형화해야 했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엔 모두 자유분방하고 행동이 제각각이지만 훈련을 받고나선 하나의 기계처럼 정형화되듯 말이다.

 

 

 

관습대로 살아가던 공주

 

처음부터 공주는 이중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비키라고 불리는 어리고 감정적인 자아는 공주 안에 억압된 욕망들이 표현된 것이다. 이런 이중적인 자아를 인정하고 늘 같이 이야기하며 지내던 공주는 어느 순간부터 그걸 인정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아마도 감정에 치우친 자신의 모습보다 이성에 의해 왕실규범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공주가 되고 싶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때 공주는 언젠가 진짜 사랑이 빅토리아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그때는 이 세상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다 (39p)”라고 말한다. 이 말을 통해 자신을 단일한 존재로 만들려 한 진짜 이유는 지금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로 인해 찾아올행복을 위해서였음이 드러난다. 자기 스스로를 불행으로 내몰면서 언젠가 그런 불행한 나를 건져줄 왕자가 나타나기만을 바란 것이다.

공주는 비키라는 자신의 다른 모습을 옷장에 가둬버린다. 이미 공주는 그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편견을 가지게 된다. ‘공주는 ~~하다왕자는 ~~하다라는 동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그런 편견들. 과연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공주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  '이렇게 결혼한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전형적인 후일담이 나와야 한다.   

 

 

 

결혼을 통해 사람이란 존재를 알게 되다

 

그런 공주는 왕자를 만난다. 그런데 다행히도 왕자는 공주의 편견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눈 먼 그녀, 공주! 아마 그 순간 공주의 눈엔 왕자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모습들은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눈이 멀면 그런 법이다^^ 그래서 둘은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거다. 왜냐? 일반적으로 아는 이야기엔 그 후로 오래 오래 행복했다고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 걸? 행복은 잠시 뿐이고 또 다른 불행이 시작된 거다. 왕자는 두 얼굴의 사나이였으니까. 이건 무슨 헐크라는 영화도 아니고~ 공주의 편견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깔깔박사의 모습과 신경질적이고 불평과 불만에 가득 차 공주는 멸시하는 하이드 박사의 모습. 공주는 왕자의 본래 모습이 깔깔박사인데 누군가 몹쓸 저주를 걸어서 때론 하이드박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과연 왕자의 본 모습은 뭐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선 두 가지 해법이 있다. 왕자라는 편견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그는 더 이상 왕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를 그 정의에 맞도록 바꾸던가, 아니면 자신의 이런 불행을 바꿔줄 수 있는 또 다른 왕자를 기다리던가. 공주가 택한 방법은 왕자의 저주가 풀릴 수 있도록 돕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게 도우면 도울수록 둘의 관계는 멀어진다.

왜 둘의 관계는 자꾸 꼬여갔던 것일까? 그 해답은 이미 윗줄 어딘가에 나와 있다. 공주는 스스로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누군가가 그 행복을 만들어 줄 거라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건 곧 왕자에게 바라는 게 많다는 이야기다. 그 뿐인가 그녀는 왕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편견이 있다 보니, 은연중에 왕자에게 그런 모습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 비극은 이런 데서 시작된다.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할 때.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모르긴 해도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어. 당신이 원하는 왕자라는 것도 당신이 꿈꾸었던 어떤 사람이지, 당신과 결혼한 이 사람이 아닌 거야 (125p)”라고 왕자는 절규한 것이다. 왕자는 공주가 바란 이상형의 인물일 순 없다. ‘하이드박사의 모습 또한 왕자의 모습일 테니까. 공주는 왕자의 다중적인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곧 자신의 다중적인 모습도 인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될 때 자신 안에 수많은 가능성이 드러나며, 행복도 그 안에 싹튼다.

 

 

▲  자기 길을 찾아가며 변해가던 공주.  

 

 

 

길을 떠나보니 그 길 위에 내가 있더라

 

나의 다중성을 허하라. 그래서 때론 한없이 즐겁기도 하지만, 때론 언제 그렇게 쾌활했냐는 듯이 우울하고 외로움에 치를 떨기도 한다.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일 뿐이다. 때론 엄숙주의로 조금의 미동도 없이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지만, 때론 기분이 들뜨면 음악에 따라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한다. 그게 모두 나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나를 하나의 관점으로만 평가하고 있을 테니까. 그게 진정한 내 모습이든 아니든 난 내 내면의 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나의 행복을 위해 살 것이다.

공주는 길을 떠나 많은 경험을 하며 자신이 얼마나 애초에 얼마나 완벽하고 독특한 사람이었는지 인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것이며 자기를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주는 살아가면서 왜 그토록 오랫동안 왕자를 갈망했는지 생각했다. 실은 때로 왕자 없이는 무엇도 느낄 수 없었다. 공주에게는 자신을 사랑해줄 왕자가 필요했고, 자신이 아름답고 특별하고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왕자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필요했다. 왕자니, 자신을 구해주느니, 사랑에 빠지느니 하면서 배운 것들을 떠올리니 그보다 잘못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주는 이제 여전히 자신이 살아가면서 왕자를 원하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삶의 여러 요소 중의 하나가 될 뿐, 자신의 삶 자체가 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또한 왕자가 있건 없건 간에 자신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78

 

 

공주의 변화에 동감했다면 이젠 내가 변할 차례다.

 

 

 

 

인용

목차

1. 전형적인 삶이란 없다

2. 들지 마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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