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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추방과 탈주 - 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추방과 탈주 - 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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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과연 이런 탈주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만의 척도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탈주는 생각함으로부터

 

그런 물음에 대한 해답은 현장인문학에 실려 있다. 내가 참 상쾌하다고 느낀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교육이 학교라는 체계 속에서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거나 인문학은 삶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정신적 여유를 누리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다. 바로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난 나 자신을 배반하며 나를 늘 궁지에 몰아넣기만 하는 척도를 신봉하는 게 아닌가. 잘 살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에도 오히려 그게 삶을 파괴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바로 그 생각 없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습관적으로 살아갈 때, 편견이나 통념에 빠져 있을 때, 어떤 강제적 명령 아래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입력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다. ‘남들도 그렇게 사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런 명령을 받았으니까’. 우리는 이 경우 아무리 정성을 다해 산다고 해도 '생각 없이' 사는 것이다. -145

 

 

바로 그와 같은 관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린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생각하는 삶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게 하며 전혀 새로운 길을 창출하게 한다(장자는 이를 道行之而成<길은 걸어가면서 만들어진다>’라고 했다).

 

 

 

 

 

나만의 탈주법

 

내가 이와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 건 궁지에 몰렸을 때였다. 임용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졌다. 집에 돈도 넉넉지 않았다. 배운 게 이것 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교사가 되어야만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재수생들이 택하는 방법은 임용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오로지 하나에만 신경 써서 꼭 합격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런 공부가 재미있을 리는 없고 삶의 의욕도 있을 리 없다. 또 떨어지지나 않을까 겁만 난다. 의욕도 열정도 다 소진되어 가던 동기들.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공부해서 몇몇은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난 또 떨어졌다. 떨어진 자의 자기 합리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그들이 그렇게 부럽지는 않다. 그들은 여전히 다른 업무에 골치 아파하고 있고 공부의 괴로움만 알고 공부했으니, 그런 공부를 가르칠 때는 더욱 괴로울 거니까.

그들이 임용공부에만 몰두할 때 난 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냥 책을 읽으며 사색하는 정도. 친구들은 척도에 매달려 있을 때, 난 탈주를 택한 거다. 독서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가장 큰 수확은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임용 공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현실을 느끼는 내 마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임용에 떨어진 지금, 임용에 떨어졌다는 사실로 불행한 게 아니라 진정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현실을 긍정할 수 있어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것. 어찌 보면 현실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내가 주변화되었던 시기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암울하고 빨리 벗어나야할 시기였던 데 반해, ‘소수화를 택하게 되자 지금은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변한 것이다. 나에게 일어난 이런 변화들을 기반으로 탈주를 가능하게 하는 현장인문학의 프로젝트를 긍정할 수 있었다. 나도 초보자이긴 하지만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그 프로젝트는 나에게 누군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였으니까.

 

 

 

추방된 그대여 탈주를 꿈꾸라

 

추방은 현실에서의 내 위치를 인식하는 것이고, ‘탈주는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이것들이 삶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실천될 수 있을지, 그건 각자의 실천성에 달려 있다. 내 자신이 여러 사상이 모인 코뮨 그 자체이듯, 우리 또한 앎의 코뮨을 이루어(연대하여) 가르치고 배우며 나날이 변해가야 할 것이다.

 

 

 

 

인용

목차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2. 추방당한 이들이여 탈주하라

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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