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추방과 탈주 -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본문

연재/작품을 감상하다

추방과 탈주 -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건방진방랑자 2019. 12. 29. 16:28
728x90
반응형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다. 책 한 권을 읽고 느껴보는 기분 중 상쾌함이라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은 힘들게 산에 올라가 정상에 이르렀을 때의 상쾌함이나 도심의 답답함을 벗어나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면 된다.

 

 

 

상쾌한 기분이 들던 책

 

의식의 상쾌함과 육체의 상쾌함은 하나다. 의식이 상쾌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폐쇄되어 있고 감정이 억눌려 있다면, 아무리 산에 올라간 들, 언덕의 바람을 몸소 맞이한 들 상쾌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아는 사람은 오히려 바람이 몸을 사정없이 흔든다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 상쾌함은 육체적 상쾌함이 들기 이전에 정신적인 상쾌함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씀.

상쾌함을 그렇게 정의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고서 상쾌함을 느꼈다는 것도 그리 어색한 표현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쾌함은 내가 살아있음을 재인식하는 데서 느껴지는 감정이다. 훈풍이 불어와 나의 피부를 어루만지며 코 속으로 들어가 나의 머리를 맑게 한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에 두서없이 지내며 느끼지 못했던 신체의 각 부위가 그 곳에 그대로 있음을 느끼게 되는 거다. 그때 비로소 드는 감정이 상쾌함인데, 책 한 편을 읽고 그걸 통해 나의 인식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상쾌함이지 않겠는가.

 

 

 

 

 

경험이 버무려진 인문학서

 

고추장님의 책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난해하진 않아서 아무 부담 없이 읽게 된다. 고추장님이 쓴 니체 해설서를 보면서 좋은 인상을 받고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터라 이 책도 그런 기대로 읽게 되었다. 이미 서두에서 말했다시피 그의 글을 읽은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솔직히 제목만 보고서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진 않았다. 철학적인 내용들이 사회적인 현안들에 녹아들어 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으니까. 어찌 보면 이게 고추장님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되, 그것도 이해하기 난해한 철학적인 글을 쓰되 이해가 쉽게 쓸 수 있는 것. 그런 까닭에 난 이 책을 한 번에 쉼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선 무언가 새로운 희망을 얻은 것처럼 상쾌함이 느껴졌다. 역시 실천력을 갖춘 인문학자(사회학자)인만큼 그의 글에는 진정성이 있다.

 

 

 

추방, 그건 우리의 현실이다

 

추방’, 과연 누가 누구를 추방했다는 것일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내쫓아 버린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추방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대학의 唯仁人, 放流之, 迸諸四夷, 不與同中國(오직 어진 사람만이 그를 추방하여 오랑캐가 있는 곳으로 보내어 중국과 함께 할 수 없게 했다.)’이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전제주의 국가 시절, 왕은 자신의 판단에 어긋나는 인물을 처벌하거나 추방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이란 책에선 그런 권한을 지닌 왕이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되며 修身(몸을 수양함)’을 잘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추방이란 단어가 대학의 구절과 맞물린 까닭은, 이 단어 자체가 민주주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 비로소 깨달았다. 이를 테면 나 자신을 닭 가운데 한 마리의 학이라 생각했었으나, 그런 체제 자체가 한 마리의 학을 위해 모두가 닭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었고 난 당연히 닭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추방은 결코 과거의 단어가 아니라 현재의 단어였으며, 나와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아니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였던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고 학교가 학생을 추방하며 노동부가 노동자를 추방한다. 이게 웬 말이냐고? 그렇게 추방해선 어떻게 국가가 유지되고 학교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고? 걱정 마시라. 모두 다 추방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 자기의 입장에 반대되는이들만 선별하여 추방하는 거니까. 그래서 미군기지가 들어서야 하기에 평택의 주민들은 쫓겨나야 했고 용산에 살던 상인들도 추방되어야 했다. 여기서 화성 앞 바다 간척사업으로 쫓겨난 어민의 절규는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우리는 국가의 주인이라기보다는 국가에 빌붙어서 생계를 꾸렸던 거지였구나. 우리는 국민이 아니었구나. 30

 

 

 

 

인용

목차

1. 국가가 국민을 추방하다

2. 추방당한 이들이여 탈주하라

3. 탈주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다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