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중국의 벗들이여 천하지사인 홍대용을 알려라
아아! 덕보는 생전에 이미 우뚝하여 옛사람의 기이한 자취와 같았으니, 훌륭한 덕성을 지닌 벗이 이 일을 널리 전해 그 이름이 한갓 강남에만 유포되는 데 그치지 않게 한다면 굳이 묘지명을 쓰지 않더라도 덕보의 이름은 불후不朽가 되리라. 噫! 其在世時, 已落落如往古奇蹟, 有友朋至性者, 必將廣其傳, 非獨名遍江南, 則不待誌其墓, 以不朽德保也.” |
이 단락은 2편부터 6편까지의 서술을 총괄하면서 홍대용이 생전 얼마나 위대한 인간이었나 하는 점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 그런 다음, 홍대용의 중국인 벗들은 이처럼 위대한 인간이 단지 중국의 강남에만 알려지게 하지 말고 천하에 알려지게 해 홍대용이 불후不朽하도록 해주기 바란다는 완곡한 말을 붙이고 있다.
여기서 ‘불후’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실 연암의 이 묘지명 역시 ‘불후’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1단락의 평설 중 독자들에게 ‘천하의 지기’라는 말을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것은 이 대목을 염두에 두어서다. ‘천하의 지기’란 홍대용의 중국인 벗들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연암이 이 말로써 홍대용이 ‘천하지사天下之士’임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비에는 ‘일향지사一鄕之士’가 있고, ‘일국지사一國之士’가 있으며, ‘천하지사’가 있다. ‘일향지사’란 한 고을에서난 통하는 선비를 말하고, ‘일국지사’란 한 나라에서 통하는 선비를 말하며, ‘천하지사’란 천하, 즉 세계에 통하는 선비를 말한다. 홍대용은 ‘천하의 지기’로부터 심복心服과 존경을 받았으니, ‘천하지사’라 이를 만하다.
연암은 바로 이 대목에서, “중국인 벗들이여! 천하지사인 홍대용을 중국 전역에 알려 불우했던 그로 하여금 불후를 누리도록 하라!”는 말을 완곡한 어법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전문
인용
9. 홍대용의 신원(身元)
10. 홍대용의 묘지명을 복원하다
11. 불온하고 과격한 묘지명의 1구
13.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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