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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홍덕보 묘지명 - 11. 불온하고 과격한 묘지명의 1구 본문

책/한문(漢文)

홍덕보 묘지명 - 11. 불온하고 과격한 묘지명의 1구

건방진방랑자 2020. 4. 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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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불온하고 과격한 묘지명의 1

 

 

은 다음과 같다.

 

하하 웃고, 덩실덩실 춤추고, 노래하고 환호할 일,

서호西湖에서 이제 상봉하리니,

서호의 벗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리.

입에 반함飯含을 하지 않은 건,

보리 읊조린 유자儒者를 미워해서지.

銘曰: “宜笑舞歌呼, 相逢西子湖, 知君不羞吾. 口中不含珠, 空悲咏麥儒.

이런 일에 대해 추론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기는 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왜 이 명이 이처럼 삭제되거나 변개되는 운명을 겪게 되었을까하는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정말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답한다면, 이 명에 내포된 불온함과 과격함 때문이다.

우선 이 명의 제1구인 宜笑舞歌呼를 보자. 이 구절은 웃다()’ ‘춤추다()’ ‘노래하다()’ ‘환호하다()’라는 네 개의 동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 네 개의 동사는 참을 수 없는 지극한 기쁨을 몸과 관련된 동작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네 개의 동사가 결합해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대단히 격정적이고 직절적直截的인 것이다. 그것은 점잖음, 절제, 온유돈후溫柔敦厚 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이처럼 표현 방식에 있어 이 명의 제1구는 감정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그대로 쏟아 내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감정의 꾸밈없는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망스럽거나 천박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제1구는 이처럼 그 자체의 표현도 문제거니와 제2구의 의미론적으로 연결될 때 더욱 그 문제성이 증폭된다. 2구는 이 글의 5에서 서술된 다음의 말, 이제 한번 헤어지면 천고千古에 다시 만나지 못할 테지요. 지하에서 만날 그날까지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합시다(一別千古矣, 泉下相逢, 誓無愧色)”와 호응한다. 요컨대 이 명의 제12구는, 이제 홍대용이 죽었으니 그 넋이 중국의 강남땅으로 가 그리도 그리워하던 중국인 벗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기쁜 일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그토록 높은 식견과 탁월한 학문을 지녔건만 본국에서는 알아주지 않았는데 중국의 선비들은 홍대용이 대유大儒임을 알아보고 벗으로 사귀며 심복心服했으니 차라리 죽어서 그 혼령이 중국의 벗들과 상봉할 수 있게 된 것이 더 잘된 일이며 축하할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당대의 조선 사회, 당대의 위정자들에 대한 신랄한 야유와 풍자에 다름 아니다. 이런 풍자성 때문에 이 명의 제1구는 그 불온성이 증폭된다.

이 명의 제3구 역시 방금 전에 인용한 5에의 지하에서 만날 그날까지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합시다(泉下相逢, 誓無愧色)”라는 말과 호응한다. “서호의 벗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리(相逢西子湖, 知君不羞吾)”라는 말은, 선비로서 떳떳하게 살았음을 의미한다. 이 명은 제3구를 매개로 하여 제4구와 제5구로 옮겨간다.

 

 

  

 

 

 

 

인용

목차

원문

작가 이력 및 작품

과정록 139

1. 왜 중국사람에게 부고를 알리는가?

2.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학자를 멸시하다

3. 뛰어난 경세적 능력을 지닌 홍대용

4. 뛰어난 경세적 능력을 꼭꼭 숨겨라

5. 중국 친구인 엄성에게 출처관에 대해 얘기한 이유

6. 홍대용과 엄성의 국경을 넘나드는 우정

7. 홍대용이 청의 위대한 학자인 대진을 만났다면

8. 중국의 벗들이여 천하지사인 홍대용을 알려라

9. 홍대용의 신원(身元)

10. 홍대용의 묘지명을 복원하다

11. 불온하고 과격한 묘지명의 1

12. 반함하지 않은 홍대용의 일화를 끄집어내다

13.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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