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뛰어난 경세적 능력을 지닌 홍대용
그래서 덕보가 백사百事를 두루 잘 다스리고, 문란하고 그릇된 일을 척결할 수 있으며, 나라의 재정을 맡기거나 먼 나라에 사신으로 보냄 직하며, 군대를 통솔해 나라를 방어하는 데 뛰어난 책략을 지녔다는 걸 통 알지 못했다. 而殊不識德保綜理庶物, 剸棼劊錯, 可使掌邦賦使絶域, 有統禦奇略. |
연암은 홍대용의 경세적 능력을 다음과 같이 아주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꼽아가며 명시하고 있다.
“백사百事를 두루 잘 다스리고, 문란하고 그릇된 일을 척결할 수 있으며, 나라의 재정을 맡기거나 먼 나라에 사신으로 보냄 직하며, 군대를 통솔해 나라를 방어하는 데 뛰어난 책략을 지녔다(綜理庶物, 剸棼劊錯, 可使掌邦賦使絶域, 有統禦奇略)”
여기서 ‘백사를 두루 잘 다스릴 수 있었다(綜理庶物)’는 말은, 그가 영의정과 같은 재상의 자질이 있음을 말한 것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리 죽은 사람을 미화한다 할지라도 이런 말을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란하고 그릇된 일을 척결할 수 있었다(剸棼劊錯)’는 말은, 대사헌과 같은 벼슬을 맡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나라의 재정을 맡길 수 있었다(掌邦賦)’는 말은, 나라의 재정을 관장하는 호조戶曹의 책임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는 말이다.
‘사신으로 보냄 직했다(使絶域)’는 말은, 정사正使의 책임을 맡겨 외국과 외교적 교섭을 벌이게 할 만한 경륜을 갖췄다는 말이다. 이 비슷한 표현은 『열하일기』에 실려 있는 「허생전」에도 보인다. 다음이 그것이다.
조성기趙聖期 같은 분은 적국敵國에 사신으로 보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아무 벼슬도 하지 못한 채 늙어 죽었고, 유형원柳馨遠 같은 분은 군량軍糧을 조달할 만한 재능이 있었건만, 저 바닷가에서 소요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지금의 국정을 맡은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알 수 있소이다.
趙聖期拙修齋可使敵國, 而老死布褐, 柳馨遠磻溪居士, 足繼軍食, 而逍遙海曲? 今之謀國政者, 可知已.
조성기나 유형원처럼 식견이 높고 학문이 빼어난 선비들이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궁벽한 곳에서 하릴없이 처사로 늙어 간 것에 대한 허생의(실은 연암의) 개탄이다. 계속해서 위의 본문을 검토해보자.
‘군대를 통솔해 나라를 방어하는 데 뛰어난 책략을 지녔다(有統禦奇略)’라는 말은, 병법에 뛰어나고 군사 제도에 밝아 병조판서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는 말이다. 사실 홍대용은 실학을 독실하게 연구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방략에서부터 나라의 재정 문제, 민생 문제, 교육 문제, 군사 문제, 외교 문제 등에 대해 자기대로의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현재 전하는 「임하경륜林下經綸」이라는 글에 홍대용의 이런 면모가(물론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되지만) 나타나 있어 참조할 만하다.
▲ 전문
인용
9. 홍대용의 신원(身元)
10. 홍대용의 묘지명을 복원하다
11. 불온하고 과격한 묘지명의 1구
13.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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