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잡다가 놓친 아이의 마음으로 『사기』를 읽다
답경지지삼(答京之之三)
박지원(朴趾源)
足下讀太史公, 讀其書, 未嘗讀其心耳.
何也? 讀項羽, 思壁上觀戰; 讀刺客, 思漸離擊筑, 此老生陳談, 亦何異於廚下拾匙?
見小兒捕蝶, 可以得馬遷之心矣. 前股半跽, 後脚斜翹, 丫指以前, 手猶然疑, 蝶則去矣. 四顧無人, 哦然而笑, 將羞將怒, 此馬遷著書時也. 『燕巖集』 卷之五
해석
足下讀太史公, 讀其書,
족하께서 태사공의 『사기』를 읽었더라도 그 책을 읽은 것은
未嘗讀其心耳.
일찍이 그 마음을 읽지 못했을 뿐입니다.
何也?
왜인가요?
讀項羽, 思壁上觀戰;
「항우본기」를 읽으면 성벽 위에서 전쟁을 보던 것【제후들의 군대가 자신의 보루에서 초나라 군대의 전투를 구경하던 광경: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를 말한다. “진秦나라 말기에 항우는 작은 아버지 항량項梁과 함께 봉기하여 초나라 군대를 이끌고 각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항우가 거록鉅鹿이라는 곳에서 진나라 군대와 싸울 때 여러 제후국의 군대들은 항우의 위엄에 놀란 나머지 보루에서 전투를 관전만 했을 뿐 감히 참전하지 못했다.”】이 생각나고
讀刺客, 思漸離擊筑,
「자객열전」을 읽으면 악사 고점리가 축을 연주하던 것【고점리高漸離가 축筑을 타던 장면: 「자격열전刺客列傳」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를 말한다. “위魏나라의 자객이었던 형가荊軻는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부탁을 받고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역수易水라는 강가에서 장도에 오르는데, 이때 그의 벗인 고점리가 축이라는 악리를 타며 이별의 슬픔을 연주하자 형기는 ”바람소리 쓸쓸한데 역수가 차갑구나. 장사壯士는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리“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랫소리가 얼마나 비장했던지 태자 단을 비롯해 형가를 전송하기 위해 나온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모두 빳빳이 섰다고 한다. 형가는 노래가 끝나자 표표히 진나라를 향해 떠나갔다. 이 대목은 장도에 오르는 자객 형가의 비장한 모습을 잘 그려 놓았으며 사마천 글쓰기의 특징을 약여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서 전통 시대의 문인들로부터 늘 칭송받아 왔다.”】이 생각난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此老生陳談,
이것은 노련한 서생의 진부한 말로
亦何異於廚下拾匙?
또한 어찌 부엌 아래에서 숟가락을 주웠다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見小兒捕蝶, 可以得馬遷之心矣.
아이가 나비를 잡는 것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얻었다고 할 만합니다.
前股半跽, 後脚斜翹,
앞다리는 무릎을 반쯤 꿇고 뒷다리는 비스듬히 들고
丫指以前, 手猶然疑,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한 채 다가가면서도 손은 미심쩍은 듯하니
蝶則去矣.
나비는 훌쩍 날아갑니다.
四顧無人, 哦然而笑,
네 곳엔 아무도 없지만 겸연쩍게 웃으며
將羞將怒, 此馬遷著書時也. 『燕巖集』 卷之五
장차 부끄러운 듯 장차 화나는 듯하니 이것이 사마천이 저술할 때의 마음입니다.
인용
3.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과 나비를 놓친 아이의 마음
6.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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