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민옹이 본 귀신과 신선
박지원(朴趾源)
甞與翁夜語, 翁弄罵坐, 客人莫能難. 有欲窮翁者, 問“翁見鬼乎?” 曰: “見之.” “鬼何在?” 翁瞠目熟視, 有一客坐燈後, 遂大呼曰: “鬼在彼.”
客怒詰翁. 翁曰: “夫明則爲人, 幽則爲鬼, 今者處暗而視明, 匿形而伺人, 豈非鬼乎.”
一座皆笑. 又問“翁見仙乎?” 曰: “見之.” “仙何在?” 曰: “家貧者仙耳. 富者常戀世, 貧者常厭世. 厭世者非仙耶.”
해석
甞與翁夜語,
하루는 옹과 더불어 밤에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翁弄罵坐, 客人莫能難.
옹이 좌객들을 조롱하기도 하고 매도하기도 하였으나 아무도 막아 낼 사람이 없었다.
有欲窮翁者, 問“翁見鬼乎?”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옹을 궁지에 몰아넣고자 하여 옹에게 물었다. “옹은 귀신을 본 일이 있소?”
曰: “見之.” “鬼何在?”
“보았지.”, “귀신이 어디 있습니까?”
翁瞠目熟視, 有一客坐燈後,
옹이 눈을 부릅뜨고 물끄러미 둘러보다가 손님 하나가 등잔 뒤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遂大呼曰: “鬼在彼.”
크게 소리쳤다. “귀신이 저기 있지 않소.”
客怒詰翁. 翁曰:
그 손님이 옹에게 힐난하니 옹이 말했다.
“夫明則爲人, 幽則爲鬼,
“밝은 데 있는 것은 사람이요, 껌껌한 데 있는 것은 귀신인데,
今者處暗而視明, 匿形而伺人,
지금【원문은 ‘今者’인데, 이본에는 ‘今子’로 되어 있다. 이본에 따라 번역하면 ‘지금 그대는’ 이다.】 어두운 데 앉아 밝은 데를 보고 제 몸을 감추고 사람들을 엿보고 있으니,
豈非鬼乎.”
귀신이 아니고 무엇이오.”
一座皆笑. 又問“翁見仙乎?”
온 좌중이 크게 웃었다. 손님이 또 물었다. “옹은 신선을 본 일이 있소?”
曰: “見之.” “仙何在?”
“보았지.” “신선이 어디에 있던가요?”
曰: “家貧者仙耳.
옹이 말했다. “가난뱅이가 모두 신선이지.
富者常戀世,
부자들은 늘 세상에 애착을 가지지만
貧者常厭世.
가난뱅이는 늘 세상에 싫증을 느끼거든.
厭世者非仙耶.”
세상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이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용
1화: 민옹이란 사람에 대해
2화: 연암 울화병을 앓다
3화: 박지원과 민옹의 인연
6화: 민옹이 본 귀신과 신선
7화: 민옹이 말한 나이가 많은 사람
8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9화: 불사약에 대한 민옹의 견해
10화: 민옹이 무서워하는 것
12화: 남의 놀림을 슬기롭게 낚아채다
13화: 민옹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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