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趾源)
夜翁闔眼端坐. 余要與語, 翁益閉口, 余殊無聊. 久之翁忽起, 剔燭謂曰: “吾年少時, 過眼輒誦, 今老矣. 與君約生平所未見書, 各默涉三再乃誦, 若錯一字, 罰如契誓.” 余侮其老曰: “諾.”
卽抽架上『周禮』, 翁拈『考工』, 余得『春官』. 小閒, 翁呼曰: “吾已誦.” 余未及下一遍, 驚止, 翁且居, 翁語侵頗困, 而余益不能誦. 思睡乃睡.
天旣明, 問翁“能記宿誦乎?” 翁笑曰: “吾未甞誦.”
해석
夜翁闔眼端坐.
밤이 되자 옹은 눈을 내리감고 단정히 앉아 있었다.
余要與語, 翁益閉口,
내가 얘기 좀 하자고 요구했지만, 옹은 더욱 입을 다문 채 말을 하지 않아
余殊無聊.
나는 꽤나 무료하였다.
久之翁忽起, 剔燭謂曰:
이렇게 한참이 지나자 옹이 갑자기 일어나서 촛불을 돋우면서 말했다.
“吾年少時, 過眼輒誦,
“내가 어릴 적에는 눈만 스쳐도 바로 외워 버렸는데
今老矣.
지금은 늙었소그려.
與君約生平所未見書, 各默涉三再乃誦,
그대와 약속하여 평소에 못 보던 글을 두세 번 눈으로 읽어 보고 나서 외우기로 하세.
若錯一字, 罰如契誓.”
만약 한 자라도 틀리게 되면 약속대로 벌을 받기로 하세나.”
余侮其老曰: “諾.”
나는 그가 늙었음을 업신여겨, “그렇게 합시다.”라고 말했다.
卽抽架上『周禮』,
곧바로 서가 위에 놓인 『주례(周禮)』를 뽑아 들었다.
翁拈『考工』, 余得『春官』.
그래서 옹은 『고공기(考工記)』를 집어 들고 나는 『춘관(春官)』을 집어 들었다.
小閒, 翁呼曰: “吾已誦.”
조금 지나자 옹이, “나는 벌써 다 외웠네.”하고 외쳤다.
余未及下一遍, 驚止,
그때 나는 한 번도 다 내리 읽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놀라서
翁且居, 翁語侵頗困,
옹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였더니, 옹이 자꾸만 말을 걸고 방해를 하여
而余益不能誦.
나는 더욱 외울 수가 없었다.
思睡乃睡.
그러는 사이에 잠이 와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天旣明, 問翁“能記宿誦乎?”
다음날 날이 밝자 옹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외운 것을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翁笑曰: “吾未甞誦.”
옹이 웃으며, “나는 처음부터 아예 외우지를 않았다네.”라고 하였다.
인용
1화: 민옹이란 사람에 대해
2화: 연암 울화병을 앓다
3화: 박지원과 민옹의 인연
6화: 민옹이 본 귀신과 신선
7화: 민옹이 말한 나이가 많은 사람
8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9화: 불사약에 대한 민옹의 견해
10화: 민옹이 무서워하는 것
12화: 남의 놀림을 슬기롭게 낚아채다
13화: 민옹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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