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귀신이 지은 시 때문에 죽다
成化丙戌年間, 有一年少鄕生趙起宗者, 寓居樂善坊, 與余偕肄業南學. 趙方稚少, 不解句讀, 不諳詩律.
一日夢入一空家, 曠爽寂寥, 棗花新開, 則似初夏, 而庭草初生, 谷風習習, 則暮春也. 有二三書生, 皆非平生所識, 勸趙令賦詩. 趙卽口占詩曰: “樹上棗滿開, 空家寂無人. 春風吹不盡, 萬里草多新.”
覺而强記, 不遺一字, 語同學友生, 書於壁間, 翌日趙死.
해석
成化丙戌年間, 有一年少鄕生趙起宗者,
성화 병술년에 한 젊은 시골서생인 조기종이란 사람이
寓居樂善坊, 與余偕肄業南學.
낙선방에 더부살이 하며 나와 함께 남학【南學: 서울 남쪽에 있던 사학(四學) 중 하나이다.】을 배웠다.
趙方稚少, 不解句讀, 不諳詩律.
조기종은 그때 어리고 학문이 짧아 구두도 이해하지 못했고 시의 율격도 깨닫지 못했다.
一日夢入一空家,
하루는 꿈속에서 한 빈 집에 들어갔는데
曠爽寂寥, 棗花新開, 則似初夏,
사방이 트여 상쾌하고도 적막했고 대추꽃은 새로 피어 초여름 같았지만
而庭草初生, 谷風習習, 則暮春也.
정원의 풀은 막 나와 골짜기의 바람은 산들산들 부니 늦봄의 때였다.
有二三書生, 皆非平生所識,
2~3명의 서생이 있었는데 모두 평소에 알지 못하던 사람들로
勸趙令賦詩.
조기종에게 시 짓기를 권했다.
趙卽口占詩曰: “樹上棗滿開, 空家寂無人. 春風吹不盡, 萬里草多新.”
조기종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樹上棗滿開 空家寂無人 | 나무 위 대추나무 만개했지만 빈 집 적막해 사람 없다네. |
春風吹不盡 萬里草多新 | 봄바람 끝도 없이 불어와 만 리의 풀들은 많이들 새로 폈구나. |
覺而强記, 不遺一字,
꿈에서 깨어 애써 기억하여 한 글자도 잊어버리지 않았고
語同學友生, 書於壁間,
동학의 벗들에게 말하고서 벽에 썼고
翌日趙死.
다음 날에 조기종은 죽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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