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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마(詩魔) 이야기 - 10.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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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마(詩魔) 이야기 - 10.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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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귀신이 시로 사람을 출세시키다

 

성수시화(惺叟詩話)에는 귀신이 시로써 김안로를 출세시킨 이야기도 실려 있다. 김안로가 어릴 적 관동지방을 유람하였는데, 꿈속에 귀신이 나타나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春融禹甸山川外 우임금의 산천 밖엔 봄 기운이 한창인데
樂奏虞庭鳥獸間 순임금 뜰 짐승 사이에서 음악을 연주하네.

 

그러면서 이는 네가 벼슬을 얻을 말일 것이다[此乃汝得路之語].”라고 하였다. 이듬해 그가 정시(庭試)를 치러 들어갔더니, 연산군이 율시 6수를 내어 시험 치는데, 그 가운데, “이원(梨園)의 제자(弟子)들이 심향정(沈香亭) 가에서 한가로이 악보(樂譜)를 들쳐본다[梨園弟子, 沈香亭畔, 閒閱樂譜].”는 제목이 있었는데, ‘()’자로 압운하였다. 퍼뜩 귀신이 읊어준 시구를 떠올린 김안로는 그것을 써서 바쳐, 마침내 장원 급제하였다. 김안국(金安國)이 그때 시관(試官)으로 자리에 있다가 이것은 귀신의 말이지 사람의 말이 아니다[此句, 鬼語, 非人詩也].”라고 하였다. 이에 김안로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김안국의 식견에 모두 탄복하였다.

 

 

 

귀신이 시로 사람을 죽이다

 

조기종(趙己宗)이란 젊은 서생이 남학(南學)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는 구두(句讀)도 뗄 줄 모르고 시를 지을 줄도 몰랐다. 하루는 꿈에 빈 집에 들어갔는데 넓고 조용하였고, 대추꽃이 막 피어나 마치 초여름과 같았다. 두 세 명의 서생이 그곳에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조기종에게 굳이 시 짓기를 청하였다. 이에 조기종이 시를 다음과 같이 지었다.

 

樹上棗滿開 空家寂無人 나무 위엔 대추꽃이 활짝 피었고 빈 집은 적막하여 아무도 없네.
春風吹不盡 萬里草多新 봄바람 끝없이 불어오더니 만리에 봄 풀이 새로웁구나.

 

꿈에서 깬 뒤 그는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꿈에서 지은 시를 써서 벽에 붙여 놓았는데, 이튿날 죽고 말았다. 이것이 귀신이 시로써 사람을 죽인 이야기다. 소문쇄록(謏聞鎖錄)에 실려 있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즐거운 손님, 시마(詩魔)

2. 시마(詩魔)와의 논쟁과 시마(詩魔) 증후군

3. 시마(詩魔)와의 논쟁과 시마(詩魔) 증후군

4.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5. 시마(詩魔)의 죄상(罪狀)

6.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7.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8. 시귀(詩鬼)와 귀시(鬼詩)

9.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10. 귀신(鬼神)의 조화와 시인(詩人)의 궁달(窮達)

11. 슬픈 일 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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