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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5. 바로 읽고 돌려 읽고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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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5. 바로 읽고 돌려 읽고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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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로 읽고 돌려 읽고

 

 

먼저 기본 형태의 회문시를 한 수 읽어보자.

 

腸斷啼鶯春 落花紅蔟地 꾀꼬리 우는 봄날 애끊는 마음 진 꽃은 온 땅을 붉게 덮었네.
香衾曉枕孤 玉臉雙流淚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해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네.
郎信薄如雲 妾情搖似水 님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인 듯 제 마음은 일렁이는 강물 같네요.
長日度與誰 皺却愁眉翠 긴 날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근심 겨워 찡그린 상 물리쳐 볼까.

 

이규보(李奎報)미인원(美人怨)이란 작품이다. 창밖에는 이른 새벽부터 꾀꼬리가 울고, 방안 이불 속에는 이른 아침부터 두 뺨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누워 있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뒤숭숭한 꿈에서 막 깨어났는데, 그녀의 잠을 깨운 것은 꾀꼬리의 울음소리였다. 설레이는 마음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간밤 비에 떨어진 꽃잎이 마당을 붉게 덮었다. 떨어진 꽃잎은 그녀로 하여금 불길한 예감과 함께 하염없는 이별의 슬픔에 잠겨들게 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뜬 구름 같은 님의 약속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번연히 안 오실 것을 알면서도 강물처럼 출렁대는 기다림으로 그녀는 하루하루를 지탱해 간다. 새벽부터 그녀는 또 이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있다. 진 꽃을 바라보는 상심은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을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라고 노래했던 영랑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翠眉愁却皺 誰與度日長 눈썹은 근심 겨워 찌푸려 있어 뉘와 함께 긴 날을 지내어 볼까.
水似搖情妾 雲如薄信郞 강물은 내 마음인 양 넘실거리고 구름은 믿음 없는 님 마음 같네.
淚流雙臉玉 孤枕曉衾香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외론 베개 새벽 이불 향기롭구나.
地蔟紅花落 春鶯啼斷腸 땅에 가득 붉은 꽃이 떨어지더니 봄 꾀꼬리 애 끊을 듯 울어대누나.

 

이번엔 앞서의 시를 거꾸로 읽어 보자. 즉 앞 시의 첫 자가 끝 자가 되고, 끝 자가 첫 자가 되도록 뒤집어 읽으면 위와 같이 된다. 그녀는 근심 속에 인상을 쓰고 있는데, 긴 날을 함께 보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넘실대며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 꼭 그녀의 마음인 듯 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신의 없는 님의 약속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새벽녘 외로운 베개를 적시고 있다. 창밖에선 그녀의 시드는 청춘을 조상하듯 분분히 꽃잎이 지고, 꾀꼬리도 가는 봄이 아쉬워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운자를 앞뒤로 맞춰야 하고, 의미도 거꾸로 읽을 때를 대비해야 하나 제약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상이 전개가 자연스럽고, 앞뒤로 읽어 어느 것 하나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없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글자로 쌓은 탑

2. 글자로 쌓은 탑

3. 글자로 쌓은 탑

4. 바로 읽고 돌려 읽고

5. 바로 읽고 돌려 읽고

6. 바로 읽고 돌려 읽고

7. 바로 읽고 돌려 읽고

8. 바로 읽고 돌려 읽고

9. 바로 읽고 돌려 읽고

10. 바로 읽고 돌려 읽고

11.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12.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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