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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3. 글자로 쌓은 탑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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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3. 글자로 쌓은 탑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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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로 쌓은 탑

 

 

개화기의 잡지 청춘6(1915.3)에는 매우 흥미로운 시 한 수가 실려 있다. 조판의 어려움 때문에 원래 상태로는 보여줄 수 없어 유감이지만, 바둑판 모양으로 가로 세로 14자씩 배열하여, 글자는 중앙을 향하도록 방사형으로 배치하였다. 제목은 부벽루기(浮碧樓記)이다. 읽는 법은 중앙의 글자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한 글자씩 차례로 늘려 읽는 것이다. 펼쳐 보면 이 작품은 1자로부터 10까지 늘어났다가 다시 1자까지 줄어드는 마름모꼴의 특이한 시형이 된다.

 

江岸

城頭

浮碧空

帶長流

壯觀四海

雄壓西州

側身窺宇宙

引手挽牛斗

仙人所以好居

騷客幾多來遊

風烟四節各殊狀

人事千年等幻漚

乙密臺邊神馬不還

麒麟窟裏古跡空留

高登雕欄頓覺逸興生

逈挹平原便欣塵慮休

丹靑曜日一杯可消百憂

寒氣逼骨五月疑是九秋

僧歸暮寺時聞響竹笻

客過烟浦每見倚蘭舟

東望香爐衆峰兀兀

西指京洛驛路悠悠

花明渡口開雲錦

月到波心掛玉鉤

靑槐遙連柳堤

歌曲時和漁謳

山川獨依舊

風景猶帶羞

名區久別

時序先遒

雖欲居

誠難留

騁眸

擡首

 

누각

누각.

강언덕

성 머리.

허공에 떠

긴물결 둘렀네.

장하게 사해 보며

웅장히 서주 누르네.

몸기울여 우주를 엿보고

손끌어 북두견우를 당기네.

신선들 거처하기 좋은 곳이요

시인들 얼마나 많이 와 놀았던고.

바람안개 사계절 각기 다른 그 모습

천년간 사람 일은 허깨비요 물거품일세.

을밀대 곁으로 신마는 돌아올 줄 모르나니

기린굴 속에는 옛날의 자취만 쓸쓸히 남았네.

채색 난간 오르니 문득 맑은 흥 일어남 깨닫겠고

멀리 평원 바라보니 문득 티끌 생각 사라짐 기뻐라.

단청에 해 비치니 한잔 술에 온갖 근심 사라져 버리고

찬 기운 오싹 뼈에 스며 오월에도 한 가을인가 의심한다네.

중이 저물녘 절에 돌아가니 이따금 대지팡이 소리 들리고

객은 내낀 물가 지나다 언제나 목란 배에 기댐을 보네.

동편으로 향로봉 바라보면 뭇 메들 우뚝 솟아 있고

서쪽으로 서울 쪽 가리키면 역마 길은 아득해라.

나루 어귀 핀 꽃은 구름 비단 펼친 듯 하고

강바닥에 이른 달빛은 옥갈고리 걸은 듯.

홰나무는 멀리 버들 둑에 맞닿았고

노래 소린 어부가에 화답한다네.

산천만은 홀로 변함이 없는데

경치는 오히려 부끄럽구나.

이 좋은 곳 떠나려니

계절이 먼저 가서,

더 머물고싶어도

그럴 수 없어,

바라보다가

고개 들면,

근심

근심

 

번역도 의식적으로 마름모꼴이 되도록 해 보았다. 이러한 종류의 문자유희는 적어도 그 내용에 있어서는 장난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시인은 까다로운 제한을 걸어 놓고, 여기에 진중한 내용을 담아 자신의 언어구사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층시의 전통은 개화기 시가에서 그 편린을 보이다가 조지훈의 백접(白蝶)에 와서 다시 재현된다.

 

 

밤 꽃 불 슬 고 정 가 병 하 너 조 기 가 작 꽃 별 노 한

진 다 픈 요 가 슴 들 이 는 촐 쁜 슴 은 피 섬 래

가 피 히 로 에 거 얀 갔 히 노 가 는 겨

리 지 운 눈 라 구 사 래 을

라 눈 물 아 나 라 숨 되

물 지 픈 고 잊 진 진 고

고 가 운 히

아 는

 

 

가운데를 접으면 마치 한 마리 나비 모양이다. 일부러 9자구를 생략하여 나비 날개의 가운데 부분을 형상화 하고 있다. 이밖에 시를 회화적 형상으로 나타내려는 시도는 외국시의 경우에도 흔히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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