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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8. 바로 읽고 돌려 읽고⑤ 본문

카테고리 없음

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8. 바로 읽고 돌려 읽고⑤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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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바로 읽고 돌려 읽고

 

 

이제 그 한 예를 보기로 하자. 다음은 한나라 때 소백옥(蘇伯玉)의 아내가 멀리 촉 땅에 있는 남편을 그리며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쟁반 가운데 써서 보냈다는 반중시(盤中詩)이다.

 

이 시는 과연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정 중앙의 ()’자에서 아래 ()’자로 내려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다시 그 다음 원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 해 읽으면 다음과 같은 3자시가 된다.

 

山樹高 산엔 나무가 높이 솟았고
鳥鳴悲 새는 구슬피 울음 우누나.
泉水深 흐르는 샘물은 깊기도 한데
鯉魚肥 뛰노는 잉어는 살이 올랐네.
空倉雀 텅빈 창고에 사는 참새가
常苦飢 언제나 주림으로 괴로워 하듯,
吏人婦 벼슬살이 떠나간 이의 아내는
會夫稀 지아비 만나보기 정말 힘드네.
出門望 문을 나가 멀리를 바라보자니
見白衣 흰 옷 입은 사람이 멀리 뵈길래,
謂當是 바로 우리 님이야 소리쳤더니
而更非 가까이 와서 보니 다시 아닐세.
還入門 돌아와 문 닫고 들어서자니
中心悲 이 내 마음은 슬퍼만 지네.
北上堂 북으로 당() 위에 올라가서는
西入階 서편의 계단으로 들어온다오.
急機絞 서둘러 님께 보낼 비단을 짜니
灎聲催 북 소리 요란히 바쁜 소릴세.
長嘆息 길게 한숨 쉬며 탄식 하지만
當語誰 누구와 더불어 이야길 할까.
君有行 그대 마음 언제나 변치 않을 줄
妾念之 저는 그렇게 믿고 있지요.
出有日 나갈 제는 곧 오마 하시고서는
還無期 도리어 가마득히 기약도 없네.
結巾帶 수건과 띠를 묶고 지내며
長相思 길이 언제나 그리는 마음.
君忘妾 그대가 저를 잊으신다면
天知之 하늘이 가만 있지 않을거예요.
妾忘君 또 제가 그대를 잊는다 해도
罪當治 그 죄를 마땅히 받아야지요.
妾有行 제 마음 교교(躈躈)히 변치 않음은
宜知之 그대도 마땅히 아시겠지요.
黃者金 누런 것은 금이요
白者玉 흰 것은 옥.
高者山 높은 것은 산
下者谷 낮은 것은 골짜기.
姓爲蘇 님의 성은 소씨(蘇氏)
字伯玉 이름은 백옥(伯玉).
人才多 사람이 재주도 많이 지녔고
智謀足 속에 든 지혜와 꾀 충분하지요.
家居長安身在蜀 장안에 집 두고도 촉()에 가 있어
何惜馬蹄歸不數 말달려 자주 못옴 얼마나 애석하리.
羊肉千斤酒百斛 양고기 천근에다 술이 또 천 말
令君馬肥麥與粟 보리 콩을 먹여서 말은 살졌네.
今時人 지금 세상 사람들
智不足 지혜가 부족해서
與其書 이 편지 주어도
不能讀 능히 읽지 못하리.
當從中央周四角 마땅히 중앙에서 사방으로 돌도록.

 

단 석자 구로 자신의 남편을 향한 절절한 기다림을 표현해낸 솜씨도 절묘하려니와, 끝에 가서는 아예 이 시를 읽는 법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달았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글자로 쌓은 탑

2. 글자로 쌓은 탑

3. 글자로 쌓은 탑

4. 바로 읽고 돌려 읽고

5. 바로 읽고 돌려 읽고

6. 바로 읽고 돌려 읽고

7. 바로 읽고 돌려 읽고

8. 바로 읽고 돌려 읽고

9. 바로 읽고 돌려 읽고

10. 바로 읽고 돌려 읽고

11.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12.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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