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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12.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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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놀이하는 인간, 잡체시의 세계 - 12.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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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우리나라 문집을 읽다 보니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趙緯韓)의 문집에도 신지체 한 수가 실려 있다. 문집을 그대로 오려 붙이면 아래의 사진과 같다.

 

이를 어떻게 읽을까? 대개 신지체는 위의 예에서도 보듯 한 글자가 두 글자 또는 세 글자의 역할을 감당한다. 모두 16자로 되어 있으니 대개 58구의 율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퍼즐을 앞서의 방식을 따라 풀면 다음과 같다.

 

小郡臨湖上 危樓近太淸 작은 고을 호수 가에 임하여 있고 높은 누각 푸른 하늘 가까이 있다.
濃烟迷大野 片雨入荒城 짙은 안개 넓은 들에 어지럽더니 황량한 성 보슬비가 흩뿌리누나.
遠峀斜陽盡 橫塘細草平 먼 산에 지는 해도 스러져 가고 횡당엔 가는 풀만 우거졌구나.
空齋無一事 長嘯倚前楹 빈 집에 아무런 일이 없길래 앞 난간에 기대에 휘파람 분다.

 

시의 내용이야 그렇다 치고, 판각이다 보니 각공이 원시의 뜻을 십분 살려 주지 못한 감이 있지만, 풀이한 시와 대비해 보자. ‘()’자를 작게 쓴 것은 소군(小郡)’임을 나타내고, ()’자가 ()’자 위에 얹혔으니 임호상(臨湖上)’이 된다. ‘()’를 비스듬하게 눕혀 놓았으니 위루(危樓)’일시 분명하고, ‘()’자는 보통 보다 크게 써서 ()’자와 바싹 붙여 놓았으니 근태청(近太淸)’이 아니겠는가. ‘()’는 짐짓 굵은 획으로 써서 농연(濃烟)’ 즉 짙은 안개를 표시했고, ‘()’도 크게 쓰고 획을 어지럽게 해서 미대야(迷大野)’를 이끌어 냈다. ‘()’자는 반쪽을 잘라 편우(片雨)’로 읽고, ‘()’도 일부러 획을 거칠게 한 뒤 ()’자가 파고들게 만들어 입황성(入荒城)’을 도출하였다. 나머지도 이와 같은 독법으로 읽을 수 있다. 원참 할 일이 없으니 별 희한한 짓도 다 했다. 그러나 재미있지 않은가? 근엄함만 가지고 산대서야 무슨 살맛이 나겠는가? 해소(諧笑)에 불과해도 운치가 있고 풍류가 있다.

 

이상 간략히 층시와 회문시, 탁자시 등으로 불리는 잡체시들을 약간 수 살펴보았다. 이 모두 한자가 아니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려운 창작들이다. 물론 장난기가 다분히 서려 있지만, 적어도 내용면에서는 진중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치 겉으로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 놓고 그 속에 물건들을 숨겨둔 숨은 그림 찾기와 유사하다. 언어로 유희하는 퍼즐 놀이인 것이다. 이밖에도 절로 무릎을 치게 하는 절묘한 잡체시가 수없이 많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글자로 쌓은 탑

2. 글자로 쌓은 탑

3. 글자로 쌓은 탑

4. 바로 읽고 돌려 읽고

5. 바로 읽고 돌려 읽고

6. 바로 읽고 돌려 읽고

7. 바로 읽고 돌려 읽고

8. 바로 읽고 돌려 읽고

9. 바로 읽고 돌려 읽고

10. 바로 읽고 돌려 읽고

11.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12. 그림으로 읽기, 신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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