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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헌 - 시노비(寺奴婢)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권헌 - 시노비(寺奴婢)

건방진방랑자 2021. 8. 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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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비의 처참한 삶을 증언을 통해 듣다

시노비(寺奴婢)

 

권헌(權攇)

 

我過嶺南道 喧譁括奴婢 내가 영남의 길을 지날 적에 시끄럽게 머슴 포박해 가는데
丁男遭驅脅 婦女被繫累 남자들은 몰아치며 협박 당하고 여자들은 포박 당했으니
白日慘長衢 痛哭天色視 백주대낮 참혹한 사거리에서 통곡하며 하늘 올려다 보았네.
存者累隣族 死者枯骨髓 살아남은 이는 인족침징[각주:1](隣族侵徵)에 연루시키고 죽은 이는 백골징포(白骨徵布)로 골수 마르게 하기 때문에
賤籍日已廣 民生日已苦 머슴의 명부는 날로 더욱 늘어가고 백성의 삶은 날로 더욱 괴로워지네.
昔行百家邑 重來惟荊杞 접때 일백 집이 있던 고을 지났는데 다시 오니 오직 가시덤불만 있어서
借問里中老 壯丁更何去 마을의 늙은이에게 장정들 모두 어디로 갔나요?”라고 물으니
各司日推刷 奔逸駭雉兔 각 관아에서 날마다 추쇄하니[각주:2] 달아나길 놀란 꿩과 토끼처럼 했네.
父之他縣 乃兄死鞭箠 누군가의 아버지는 다른 고을로 갔고 누군가의 형은 채찍 맞아 죽어
誅求到雞狗 所存惟寡女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닭과 개에게까지 이르기에 남은 사람은 오직 과부 뿐.
况乃饑饉作 蕩析無寸土 게다가 또한 기근까지 일어나 있던 땅 모두 뿔뿔이 흩어져 갈아먹을 한 치의 땅도 없어졌지.
遠謫不敢言 納役良無已 먼 땅으로 떠나면서도 감히 말하지 못하고 신역(身役) 바치는 것 진실로 그만 둘 수 없어
方春行采葛 仳離山谷裏 봄이 되어 칡 캐러 간다며 산 골짜기 속으로 떠나버렸다네.
連年積逋欠 督令納官布 해마다 관물(官物) 축내는 게[각주:3] 누적되자 관포 들이라 독촉하듯 명령하니
此身且須臾 椎剝便何所 이 몸은 장차 금방 죽을 목숨인데 가혹하게 수탈하니[각주:4] 어느 곳인들 편하겠는가?
隣里或擧兒 往往草中棄 마을 사람들은 간혹 아이를 들어 이따금 풀 속에 버리니,
兒啼白露寒 酸痛飼狐狸 아이가 흰 이슬이 추워 울기라도 하면 참통하게도[각주:5] 여우와 이리가 먹어대겠지.”
豺狼抱狠性 猶自愛其類 여우와 이리는 사나운 본성 안고 있지만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종족 아끼는데
王政有逼迫 隱忍斷天理 임금의 정치엔 핍박함이 있어 천륜을 끊는 데도 몰래 참아내게 하는가?
箕王憂竊盜 作禍從此始 기자왕이 도적질을 근심하자[각주:6] 재앙이 일어난 게 남은 물건 탐하는 도적질로부터 시작되었네.
良役雖云苦 猶得死其里 양인에 부과된 신역(身役)이 비록 괴롭다말하지만 오히려 이 마을에서라도 죽을 수 있었는데
嗟哉公私賤 得非我赤子 ! 공노비 사노비들은 우리의 백성[각주:7]이 아닌 것인가?震溟集卷之二

 

 

 

 

인용

목차

문제

해설

 
  1. 인족침징(隣族侵徵): 지방의 백성이 공금(公金)과 관곡(官穀)을 갚지 못하거나 군정(軍丁)이 도망ㆍ사망하여 군포세(軍布稅)를 내지 못할 때 이를 억지로 그 이웃ㆍ일족(一族)에게 추징(追徵)하는 일을 말한다. [본문으로]
  2. 추쇄(推刷): ① 부역(賦役) 또는 병역(兵役)을 기피한 자나 상전(上典)에게 의무를 다하지 않고 다른 지방으로 도망한 노비를 찾아내어, 본고장으로 돌려 보내는 일. 노비추쇄(奴婢推刷) ② 빚을 죄다 받아들이는 일 [본문으로]
  3. 포흠(逋欠): 포(逋)는 조세포탈을 말하고 흠(欠) 관물을 사사로이 축내어 부족을 초래한 것을 뜻한다. 즉 조세(租稅)를 포탈하거나 관물(官物)을 축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본문으로]
  4. 추박(椎剝): 한유(韓愈)가 "살을 깎고 골수를 부순다.[剝膚椎髓]"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가혹한 수탈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다. 『韓昌黎文集』 卷15 「鄆州溪堂詩」 [본문으로]
  5. 산통(酸痛): 한유(韓愈)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폄척되면서 그의 가속(家屬) 또한 견축(譴逐)되어, 가는 길에 소녀(小女)가 죽자 층봉역(層峯驛) 근처 산 밑에 초빈해 두었다가, 사면을 받고 환조(還朝)할 때에 그 묘에 들러서 시를 지었는데, 그 시에 "두어 가닥 등넝쿨로 목피관을 꽁꽁 묶어서 황량한 산에 초빈하니 백골도 썰렁하리라 무고한 너를 죽게 한 것은 나의 죄 때문이라 백 년토록 참통하여 눈물이 줄줄 흐르는구나[數條藤束木皮棺 草殯荒山白骨寒 致汝無辜由我罪 百年慚痛淚闌干]." 한 데서 온 말이다. 『한창려집(韓昌黎集)』 卷十 [본문으로]
  6. 기자우절도(箕王憂竊盜): 기자(箕子)의 교화를 받아 순후한 풍속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은(殷) 나라가 망한 뒤에 기자가 조선에 들어와 팔조(八條)의 가르침을 베풀었다. 이 중 살인자는 사형에 처한다, 남을 상해한 자는 곡물로 보상한다,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그 주인의 노예가 된다는 것 등 세 가지만이 전하고 있다. [본문으로]
  7. 적자(赤子): 어린아이를 뜻하는 말이지만, 어린 자식처럼 사랑한다는 뜻으로 온순한 백성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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