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적(張籍)에게 다시 쓴 편지
중답장적서(重答張籍書)
한유(韓愈)
1. 노불을 배척하는 글을 감히 쓰지 않는 이유
예전에 구술보다 저술이 늦었던 이유
吾子不以愈無似, 意欲推而納之聖賢之域, 拂其邪心, 增其所未高, 謂愈之質, 有可至於道者, 浚其源, 道其所歸, 漑其根, 將食其實, 此盛德者之所辭讓, 況於愈者哉. 抑其中, 有宜復者, 故不可遂已.
昔者聖人之作『春秋』也, 旣深其文辭矣, 然猶不敢公傳道之, 口授弟子, 至於後世然後, 其書出焉, 其所以慮患之道微矣.
홀로 저술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
今夫二氏之所宗而事之者, 下及公卿輔相, 吾豈敢昌言排之哉. 擇其可語者, 誨之, 猶時與吾悖, 其聲譊譊, 若遂成其書, 則見而怒之者必多矣. 必且以我爲狂爲惑, 其身之不能恤, 書於吾何有.
夫子聖人也, 且曰: “自吾得子路而惡聲不入於耳.” 其餘輔而相者周天下, 猶且絶糧於陳, 畏於匡, 毁於叔孫, 奔走於齊魯宋衛之郊, 其道雖尊, 其窮也亦甚矣.
賴其徒相與守之, 卒有立於天下, 向使獨言而獨書之, 其存也可冀乎.
시대가 멀고 수고로움도 없어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今夫二氏之行乎中土也, 蓋六百餘年矣. 其植根固, 其流波漫, 非可以朝令而夕禁也.
自文王沒, 武王周公成康, 相與守之, 禮樂皆在, 至乎夫子未久也, 自夫子而至乎孟子未久也, 自孟子而至乎揚雄, 亦未久也, 然猶其勤若此, 其困若此而後, 能有所立, 吾其可易而爲之哉. 其爲也易則其傳也不遠, 故余所以不敢也.
해석
예전에 구술보다 저술이 늦었던 이유
吾子不以愈無似,
그대가 나를 ‘같잖다[無似]’【무사(無似): 편지글에서, 아버지나 할아버지만 못한 자식[不肖]이란 뜻으로, 스스로를 겸손하게 가리키는 말】고 여기지 않고
意欲推而納之聖賢之域,
의도적으로 밀어 성현의 경지에 들이려 하여
拂其邪心, 增其所未高,
사심을 떨쳐내고 높지 않은 것을 더하게 하고
謂愈之質, 有可至於道者,
나의 자질이 도에 이를 만하다고 하면서
浚其源, 道其所歸,
근원을 파헤쳐 돌아갈 곳으로 인도하며
漑其根, 將食其實,
뿌리에 물을 주어 장차 열매를 먹이려 하니
此盛德者之所辭讓,
이것은 성대한 덕을 지닌 사람도 사양한 것인데
況於愈者哉.
하물며 나 같은 경우임에랴.
抑其中, 有宜復者,
다만 가운데에 마땅히 다시 할 게 있기 때문에
故不可遂已.
마침내 그칠 수가 없네.
昔者聖人之作『春秋』也, 旣深其文辭矣,
옛적에 성인이 『춘추』를 지을 적에 이미 문사가 심오했지만
然猶不敢公傳道之,
오히려 감히 공공연히 전하여 말하지 못하고
口授弟子, 至於後世然後,
입으로 제자들에게 전수해줘 후대에 이른 후에야
其書出焉, 其所以慮患之道微矣.
책이 나왔으니 그 까닭은 근심을 염려한 방법이 은미하였던 것이다.
홀로 저술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
今夫二氏之所宗而事之者,
이제 불교와 노자를 종주로 삼아 섬기는 사람들이
下及公卿輔相, 吾豈敢昌言排之哉.
아래로 공경과 보상에 미치니 내가 어찌 감히 올바른 말로 그들을 배척하리오.
擇其可語者, 誨之,
말한 만한 것을 선택하여 가르쳐도
猶時與吾悖, 其聲譊譊,
오히려 당시와 나는 어그러져 소리가 왁자지껄했는데
若遂成其書,
만약 마침내 배척하는 글을 지었다면
則見而怒之者必多矣.
보고 화내는 사람들이 반드시 많았을 것이다.
必且以我爲狂爲惑, 其身之不能恤,
반드시 또한 나를 미쳤다고 하고 미혹되었다 할 것이니 몸으로도 구휼할 수 없는데
書於吾何有.
책이 나에게 무엇이 있으리오.
夫子聖人也, 且曰: “自吾得子路而惡聲不入於耳.”
부자께선 성인으로 또한 “내가 자로를 얻음으로부터 나쁜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라고 말했으며
其餘輔而相者周天下,
나머지 돕는 사람들이 천하에 두루 있었지만
오히려 또한 진에서 식량이 떨어졌고 광에서 위협을 당했으며
毁於叔孫, 奔走於齊魯宋衛之郊,
숙손씨에게 훼방당했고 제나라와 노나라와 송나라와 위나라의 들판에서 분주했으니
其道雖尊, 其窮也亦甚矣.
도가 비록 높더라도 곤궁함은 또한 심했다.
賴其徒相與守之, 卒有立於天下,
무리가 서로 함께하고 지켜줌에 힘입어 마침내 천하에 섦이 있었으니
向使獨言而獨書之, 其存也可冀乎.
접때 가령 홀로 말하고 홀로 썼다면 보존함을 바랄 만했겠는가.
시대가 멀고 수고로움도 없어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今夫二氏之行乎中土也,
이제 불교와 노자가 중국에 유행한 지
蓋六百餘年矣.
대체로 600여년이다.
其植根固, 其流波漫,
심겨진 뿌리가 견고하고 흐른 파도가 퍼졌으니
非可以朝令而夕禁也.
아침에 명령하여 저녁에 금할 수 있지 않다.
自文王沒, 武王周公成康,
문왕이 죽은 것으로부터 무왕과 주공과 성왕과 강왕이
相與守之, 禮樂皆在,
서로 함께 지켜 예약이 모두 있으니
至乎夫子未久也,
부자에 이르기까지 오래되지 않았고
自夫子而至乎孟子未久也,
부자로부터 맹자에 이르기까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自孟子而至乎揚雄, 亦未久也,
맹자로부터 양웅에 이르기까지 또한 오래되지 않았다.
然猶其勤若此, 其困若此而後,
그러나 오히려 부지런함이 이와 같고 곤궁함이 이와 같은 후에
能有所立, 吾其可易而爲之哉.
성립하는 게 있었으니 내가 쉽게 할 수 있겠는가?
其爲也易則其傳也不遠,
하기가 쉬우면 전해짐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故余所以不敢也.
내가 감히 하지 못하는 이유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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