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흉년 후 찾아온 풍년과 통곡하는 여인의 이야기
이 시는 시인이 나이 26세 때인 1877년에 지은 것이다. 시인 이건창은 당시 충청도 암행어사로 나갔던바 권세에 굴하지 않고 매섭게 처리하여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때 직접 목도한 사실을 잡아서 쓴 것이 이 작품이다.
작품에 언급된바 그 전해(병자년)에 큰 흉년이 들었다.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의하면 “무서운 흉년을 말할 때 으레 기갑(己甲)을 들었는데 이후로부턴 드디어 ‘기갑’이란 말이 없어지고 곧바로 ‘병자년’을 일컫게 되었다.”라고 한다. 이 시는 그 흉년을 겪은 이듬해 농가의 정경이다.
시는 처음부터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무서운 재난을 겪고 나서도 강인하게 살아남은 농민들이 재기하여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풍년을 구가하는 내용이다. 마침 추석 명절을 맞은 농부들의 풍년의 환희와 삶의 생기가 편폭에 넘쳐나고 있다. 특히 모처럼 풍성한 음식상을 앞에 놓고 마구 먹어대는 장면은 인정의 묘미요 재미다. “너무 먹다간 배탈나느니라[過食則生疾].”라는 노인의 말씀에서 농민의 질박하면서도 충직한 생활의식을 엿보게 된다.
제2부에서는 화폭이 슬프고 어둡게 바뀐다. 유복자(遺腹子)를 안은 청상과부(靑孀寡婦)의 사연이다. 죽을 지경에도 결코 종자를 먹지 않고 간수하여 뿌리고 가꾸다가 마침내 기진해 쓰러진 농부, 우리 농부의 전형이다. 그리하여 거둔 결실로 남편 영전에 제사 지내다가 통곡하는 여인의 이야기는 없이 애절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435쪽
1 | 넉넉한 민가의 추석을 경계하는 어르신의 외침 |
2 | 흉년이 시골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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