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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관의 횡포로 위기에 몰린 백성의 삶
이 시는 흉년을 만나 살아나가기 어려운 실상을 한 촌로(村老)의 경우를 들어서 나타낸 것이다.
농민은 가을에 추수한 것을 가지고 이듬해 보리를 수확할 때까지 양식을 이어야 한다. 그런데 작중 노인의 집은 세전에 벌써 양식이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 적어도 4~5개월을 일가족이 어떻게 연명할지 실로 암담한 노릇이다. 작중에서 “할아버지 땅에 꺼지게 한숨 내쉬며 겨울을 넘길 양식 걱정하는데[老翁卒歲嘆無資]”는 바로 이런 형편을 말하는 것이다.
한편 농민이 이러한 형편에 놓인 경우, 국가는 조세를 감면해주어야 함은 물론, 마땅히 창고를 열어서 구휼을 해야 한다. 애민의 정치학이다. 그러나 작중에서 꼬집은 실태는 애민의 정치학과는 정반대다. “풍년이 드는 해에도 늙은이 배차는 꼴 못 보았거니 / 흉년이 드는 해에 창고 열었단 소리 못 들었노라[年康不見實老腹 年凶不聞虛官倉]”라는 대목에서 수탈을 강화되고 구휼은 도외시되는 실정이 대조적으로 제기된다. 그리고 작중인물은 바지와 쟁기까지 팔아서 아전들을 접대한다. 추운 겨울에 입고 있는 의복과 생산수단인 농기구를 팔아서 미봉을 하다니, 관의 횡포가 얼마나 가혹하고 괴로운 것이었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거의 절망적이다. 당시 농민 일반의 삶이 얼마나 위기 상황이었던가, 이 시는 심각하게 보여주고 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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