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신역(身役) 때문에 원에 묶인 사람의 하소연
이 시는 원부(院夫)의 삶을 한 원부가 직접 진술하는 방식으로 그린 것이다.
원(院)이란 여행자의 숙식을 위해 역과 역 사이에 설치한 시설이었다. 원은 여행자가 쉬거나 묵는 곳이므로, 거기를 중심으로 도회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각처에 원이 붙은 지명들은 그래서 생긴 것이다. 또한 원은 오가며 묵는 나그네들 사이에 곧잘 이야기판이 벌어지기 때문에 야담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바,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철(鄭澈)의 「새원 원주 되어」라는 시조는 원주(=院夫)의 삶을 풍류적ㆍ낭만적으로 포착한 경우다. 지금 「제심원(題深院)」은 원에 매여 있는 원부의 처지 및 원의 실정을 사실적인 필치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작중 원부의 경우 원에 주어진 구실이 그의 신역(身役)인 셈이다. 그러므로 원부가 당하는 고통은 곧 민 일반의 문제인데 다만 원에 묶여 있다는 면에서 특수성이 있다. 즉 특수한 사정에 연관된 민의 구체적 현실이 파악되고 거기서 민의 고역을 문제로 제기한 것이다.
작품은 서술자=시인과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로 엮이는 구성법을 쓰고 있다. 이런 경우 으레 3부로 구성되는데 여기서는 등장인물의 말로만 끝나고 있다. 시인이 직접 나서는 결어의 부분이 생략되어 이 부분은 독자의 상상과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그리고 작중 원부는 원님의 개인적 인품에 크게 기대를 거는 발언을 하는데, 이는 원부가 당해 고을 수령의 관할하에 놓여, 그의 운명이 사실상 원님 손에 달려 있는 정황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1권, 창비, 2020년,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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