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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심원(題深院)
조신(曺伸)
昨暮宿颯院 朝來深院飯 | 어젯밤 삽원에서 묵고 아침에 심원에 와서 밥 먹었네. |
院夫久逃賦 凄凉但空館 | 원의 주인은 오래도록 부역을 도피하여 처량하게도 다만 빈 방이었지. |
院夫夜語余 丁寧發深嘆 | 원의 주인이 밤에 나에게 말하는데 간곡하고도 깊이 있는 탄식이었네 2. |
惟玆兩院殘 正坐地僻遠 | “오직 이 두 곳의 원 스러져 정좌한 땅은 외지고 멀지요. |
府主那得知 吏輩恣欺瞞 | 사또 어찌 알리오? 아전놈들 방자히 기만했다는 걸을. |
萬端供力役 一身寧飽煖 | 여러 가지로 부역을 제공해야 하니 한 몸 어찌 배부르고 따뜻이 하겠으리오? |
朝遞官文書 暮秉炬火燦 | 아침에 공문서 번갈아 오며 3 저녁에 횃불 번뜩이는 걸 잡고서 |
私駄及公膳 代輸山下坂 | 개인적인 짐과 공적 음식을 대신하여 산 아래 언덕에서 수송했어요. |
鷄狗不須畜 畜且爲吏膳 | 닭과 개 굳이 기를 것 없으니 길러봤자 또한 아전의 반찬되죠. |
近迎府主去 奪我兩食案 | 최근에 사또 맞이하러 간다며 나의 두 끼 밥상 빼앗아가서 |
由來闕盤皿 饋客設藁薦 | 이 때문에 그릇과 소반이 비어 객을 먹일 때도 푸성귀 마련해줬죠. |
院田纔數畝 久荒廢耕鏟 | 원의 밭 4은 겨우 몇 이랑인데 오래도록 황폐하여 농사 짓기 그만뒀는데도 |
吏胥弄刀筆 不時除籍貫 | 관리는 문서기록 5 멋대로 하여 불시에 호적과 관향 6에서 빼버렸어요. |
年年不執災 租稅仍舊算 | 해마다 풍흉에 따른 조사 7도 하지 않은 채 세금은 옛 계산을 따르네. |
隨山採蔬果 納官容暫緩 | 산 따라 채소와 과일 따서 관아에 납부하면 8 너그러이 잠시 늦춰질 뿐이죠. |
種種此辛苦 何由保歳晚 | 가지가지 이런 괴로움이 있으니 어떤 방법으로 늘그막 보전하리오. |
老卒辛僅存 兒孩盡彫散 | 말년은 괴로이 겨우 보전하나 아이들은 모두 야윈 채 흩어져 버렸어요. |
去年孫太守 行仁遠暴慢 | 작년에 손태수는 인정을 행하고 포악함과 게으름 멀리했으며 |
戒吏護院夫 溫言每款款 | 아전을 경계하고 원부를 보호했으니 따뜻한 말이 매번 정성스러웠어요. |
願言新太守 嗣玆禱千萬 | 바람을 말하노니 새로운 태수 9는 이것을 잇길 천만년 하길 빌어요.” 「適菴遺稿」 |
- 원(院):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나 상인 등 공무 여행자에게 숙식 편의를 제공하던 공공 여관. 흔히 역(驛)과 함께 사용되었는데, 이는 역과 관련을 가지고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颯院·深院: 어느 지역에 있는 원인지 미상. 황해도 연안부에 심동원(深洞院)이란 이름이 있다. [본문으로]
- 원부(院夫): 원에 매여서 원의 관리를 맡아보는 사람으로, 곧 원주(院主) 혹은 원주인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 체관(遞官): 거관(去官)과 같은 뜻이다. 임기가 차서 벼슬을 떠나 다른 관직으로 옮기던 일. 《세종실록》 제1권을 보면, "시속(時俗)에서 직질(職秩)의 임기가 차서 갈리는 것을 거관(去官)이라 한다. [俗以秩滿遞官者爲去官]"하였음. [본문으로]
- 원전(院田): 조선 시대에 각 원(院)에 반급하여, 그 소출(所出)로 경비에 충당케 한 논밭 [본문으로]
- 도필(刀筆) : 문서를 기록하는 것을 일컫는 말. 옛날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칼로 대나무에다 문자를 새겼다. [본문으로]
- 적관(籍貫): 대대로 거주해 온 땅. 관향(貫鄕). 본관(本官). [본문으로]
- 집재(執災): 지방 수령이 농사의 풍흉(豊兇)을 알아보기 위해 아전을 관내 들에 보내 재상(災傷) 입은 전답의 결수(結數)를 조사하는 일. [본문으로]
- 출납관(出納官): 한 부대에서 현금 또는 물품을 내어 주거나 받아들이는 사무를 맡은 군인이나 군무원 [본문으로]
- 태수(太守): 신라(新羅) 때의 각 고을의 으뜸 벼슬. 위계(位階)는 중아찬에서 사지(舍知)까지 또는 지방관(地方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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