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개념어 사전 - 삼위일체(Trinity)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삼위일체(Trinity)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9:32
728x90
반응형

삼위일체

Trinity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는 스스로 신이라고 불렀고, 왕조시대 중국의 황제는 신의 아들을 자처했다. 이처럼 지배자가 자신을 신과 연계시킨 경우는 많았어도 종교의 창시자가 그런 경우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분명히 독특한 존재였다. 그는 파라오가 아니라 중국의 황제처럼 처신했기 때문에, 즉 신을 자처한 게 아니라 신의 아들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 자신도 의도하지 않았던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스도교는 유대교를 모태로 했으므로 유일신은 이미 그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자신이 신의 아들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으로 교도를 제한한 유대교의 테두리를 넘어 그리스도교의 교세가 확장되자 그 문제는 예상치 않게 중요해졌다. 교도들은 그리스도를 신으로 섬기고자 했던 것이다.

 

신과 그리스도, 아무리 부자지간이라도 엄연히 다른 존재인데 자칫하면 신이 둘이 될 판이다. 신흥 종교인 그리스도교가 세를 얻은 데는 유일신앙이라는 요소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으므로 그런 무리수를 둘 수는 없었다. 그리스도교권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이교도들을 고려해도 어떻게든 신과 그리스도의 관계를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만 했다.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Constantine, 재위 409~411)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4세기 초부터 이 문제는 교회의 가장 시급한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그때부터 매번 종교회의마다 이 주제가 다뤄지는데, 완전히 타결되기까지는 수 세기가 걸렸다. 거기서 나온 결론이 바로 삼위일체의 개념이다.

 

삼위일체란 성부(聖父)ㆍ성자(聖子)ㆍ성령(聖靈)의 세 가지 신의 위격(位格)이 본질적으로 하나라는 의미다. 여기서 성부란 원래의 신이고, 성자는 신의 아들인 그리스도이며, 이 양자를 잇는 역할을 하는 게 성령이다. 인간의 정신과 언어로는 세 가지라 여겨지지만 그 셋은 사실상 하나이며, 신의 여러 발현태(發顯態)를 의미한다.

 

하지만 셋이면서 하나라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관점에서 보기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삼위일체설은 종교회의에서 확정된 사항임에도 계속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단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오히려 삼위일체의 개념 때문에 생겨난 이단도 많았다.

 

 

삼위일체설이 처음 논의된 4세기부터 성직자들 내에서 이미 반발이 나왔다. 알렉산드리아의 사제인 아리우스(Arius, 250~336)는 그리스도의 신격(神格)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신은 언제나 하나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신이라면 영원불변(永遠不變)의 단일한 실체여야 하는데 그리스도에게는 그런 속성이 없다. 물론 그리스도가 신의 말씀을 전하러 왔고 인간이 지은 원죄를 대속(代贖)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는 신의 사자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게 아리우스의 논리였다.

 

아리우스는 곧바로 이단으로 판정받고 파문을 당했으나, 그의 학설은 변방으로 널리 퍼져 로마 제국 북부의 게르만족에게 전래되었다. 비록 이단의 교리를 주장했다 해도 게르만족이 그리스도교화된 데는 아리우스의 공헌이 지대하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아리우스의 영향력은 수 세기 뒤에 아라비아에서 새로운 세계종교가 등장하는 데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삼위일체설에 반대하는 논리는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단성론(單性論)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세력을 떨쳤다. 옛 로마제국의 중심부는 가톨릭교회의 관할이었고 동로마의 비잔티움 제국은 정통 교회가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단성론은 그 동쪽의 중동과 아라비아, 이집트 등지에서 성행했다. 이런 종교적 분위기에 힘입어 7세기 초에 아라비아의 마호메트(Muhammad, 570~632)는 이슬람교를 창시했다.

 

교리가 서로 같지는 않지만 그리스도교처럼 이슬람교 역시 유일신앙이고 강력한 포교종교라는 속성은 마찬가지다. 그리스도교에서 마리아에게 예수의 잉태를 고지한 대천사 가브리엘(Gabriel)은 이슬람교에서도 마호메트에게 계시를 내려 예루살렘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가브리엘의 아랍식 이름은 지브릴이다. 게다가 이슬람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마호메트처럼 예언자라고 간주한다.

 

정설이 생기면 이단도 생기게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슬람교는 그리스도교의 이단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삼위일체설이 정설로 굳어짐에 따라 그것에 반대하고 예수의 신성을 부정한 교파가 결국 이슬람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보면, 20019·11 사태의 뿌리도 거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용

목차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